잡초가 이렇게나 아름다웠다고?!
잡초가 이렇게나 아름다웠다고?!
대전 모리스갤러리, 이달 31일까지 ‘일년생-성민우展’
  • 김윤미 기자
  • 승인 2012.10.26 19: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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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숙이지 않고선 도저히 볼 수 없는 가녀린 생명체, 풀. 작지만 강인한 생명력을 품고 있어 보도블록 비좁은 틈을 뚫고서라도 고개를 삐죽 내밀어 그 존재감을 각인시킨다.

대전 모리스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일년생-성민우展’은 이러한 풀을 소재로 삼았다. 우리가 널리 보았던 강아지풀을 비롯해 망초, 달개비, 바랭이 등 생소한 풀까지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다. 그림이 아닌 조각으로 결결이 살아있는 모습으로 말이다.

나무위에 밑그림을 그려 풀의 형체를 만들고, 조각칼로 하나하나 파내 결을 살려냈다. 나무에 풀을 입힌 것이다.

성민우 작가는 “2005년부터 풀을 주요한 소재로 삼고 작업을 하던 중 ‘단순히 소재로서만 풀을 바라본 건 아닐까’라는 생각으로 풀에 대해 미안한 감정이 생겼다”며 “그 이후부터는 붓으로 그리지 못해 붓 대신 조각칼을 들고 작품 활동을 다시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나무에 풀을 각인시켜 보자는 생각으로 작업에 임했다는 성 작가. 각각의 작품들은 나무라는 질감이 주는 따뜻함과 만나 강인한 생명력을 내뿜는다.

성 작가는 일 년의 시간도 채 살아가지 못하는 일년생 풀을 주제로 작품 활동을 하면서 잃어버렸던 감각이 살아났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성 작가는 “반복적으로 생각해오던 풀에 대한 작업을 다시 시작해보자는 취지로 준비했다”며 “반성, 성찰, 변화와 위로가 필요했던 시점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녀는 “풀은 여름철에는 1주일 만에 1-2m씩 성장하기도 해 풀의 생명력을 보고 놀랐다”며 “‘이 놀라운 생명체!’로 시작해 자꾸 작업하다 보니, ‘풀이 사람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일년생 풀들은 일 년이라는 시간동안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그리고 어느 순간 말라 죽는다. 어찌 보면 그들에게는 한 평생을 의미한다. 허용된 시간만 다를 뿐이지, 그 과정은 사람이나 생물이나 똑같기 마련이다.

성 작가는 “풀을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며 “아름다움과 추함이 나눠지는 것이 아니라 이어지는 것이듯, 사람의 삶 자체도 생과 사의 문제라는 걸 말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풀은 공생하는 삶을 산다”며 “풀을 통해 공생하는 삶에 대해, 그리고 우리 자신의 삶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성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이 ‘친숙함에서 오는 낯섦’과 풀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졌으면 한다고 전했다.

성 작가는 “막상 우리 주위에서 자주 접하는 것도 그림을 통해서 볼 때는 낯선 느낌도 받아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가기도 한다”며 “관람객들이 이번 전시를 통해 ‘친숙함에서 오는 낯섦’을 느껴봤으면 좋겠다”고 감상 포인트를 짚어줬다.

그녀는 “이번 작품을 통해 풀에 대한 새로운 인식, 존재감이 있는 개체였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한다”며 “하찮게 여겼던 풀이지만, 작품으로 형상화될 수 있다는 점과 예쁜 존재라는 걸 마음 깊이 느끼길 바란다”고 끝맺었다.

이번 전시는 이달 31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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