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광장] 계속되는 이전투구와 떠나는 중도층
[청년광장] 계속되는 이전투구와 떠나는 중도층
컨벤션 효과가 사라진 국민의힘 전당대회
  • 조하준 시민기자
  • 승인 2023.02.14 15:5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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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지금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보고 떠오르는 사자성어가 있다. 바로 이전투구(泥田鬪狗)이다. 이 뜻은 진흙탕에서 벌이는 개싸움이란 뜻이다. 이 뜻 그대로 지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볼성 사나울 뿐 아니라 “도대체 왜 저래?”라는 반응이 절로 나오게 하고 있다. 본래 남의 집 싸움은 팝콘 먹고 구경하는 게 제일 재미 있다고 하는데 그것도 어느 정도여야지 너무 길어지면 그것도 재미가 없다.

2023년 2월 2주 차 윤석열 대통령 직무수행평가 조사 그래프(출처 : 리얼미터)

본론에 들어가기 앞서 13일에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를 한 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2월 2주 차 정기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수행평가는 긍정 36.9%, 부정 60.3%로 조사되었다. 긍정평가는 전 주 대비 2.4% 하락했고 부정평가는 전 주 대비 2.5% 더 상승했다. 부정평가가 60%를 넘은 것은 11월 4주 차 조사 이후 11주 만의 일이다.

2월 2주 차 정당 지지도 조사 그래프(출처 : 리얼미터)
2023년 2월 2주 차 정당 지지도 조사 그래프(출처 : 리얼미터)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42.8%로 전 주 대비 0.5% 더 상승했고 국민의힘은 42.5%로 전 주 대비 1.5% 더 상승해 양당 간 지지율이 거의 동률인 상황이 되었다. 이 결과에 대해 납득하지 못하는 독자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의심이 갈 때에는 세부지표를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역시나 표본 선정에 크나큰 문제가 있었다.

2023년 2월 2주 차 리얼미터 여론조사 응답자를 정리한 도표. 보시다시피 보수층 응답자와 진보층 응답자 숫자가 221명이나 차이가 난다.(출처 : 리얼미터)
2023년 2월 2주 차 리얼미터 여론조사 응답자를 정리한 도표. 보시다시피 보수층 응답자와 진보층 응답자 숫자가 221명이나 차이가 난다.(출처 : 리얼미터)

전체 응답자 2,506명 중에 보수가 743명, 진보가 522명으로 무려 보수층이 221명이나 더 과표집된 결과였다. 전 주인 2월 1주 차에 보수층과 진보층의 응답 비율이 724 : 547이었는데 이보다 더 벌어진 것이다. 더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1월 4주 차엔 보수층과 진보층의 비율이 427 : 352였다. 1월 3주 차에는 711 : 568이었고 1월 2주 차에는 716 : 586, 1월 1주 차에는 727 : 561이었다.

일단 2023년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들만 추려봤는데 이번 주 조사가 가장 비율 차이가 크게 났다. 바로 2022년 12월 5주 차 여론조사에선 보수층과 진보층의 비율이 654 : 610으로 거의 비슷하게 나왔던 것과 비교하면 매우 대조적인 수치가 아닐 수 없다. 필자 또한 보수, 진보의 표집 숫자가 200명 넘게 차이난 건 솔직히 처음 본다. 아무래도 지금이 국민의힘 전당대회 기간이다보니 보수층의 응답 비중이 훨씬 더 높게 잡힌 결과로 보는 게 맞을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렇게 보수층이 무려 200명이 넘게 더 많이 잡혔는데도 대통령의 지지율이 더 떨어지고 정당 지지율 또한 역전에 실패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사실상 지금 전당대회에 컨벤션 효과가 붙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 점은 1년 반 전에 20대 대선을 앞두고 벌어진 이른바 ‘명낙대전’이라 불리는 더불어민주당 경선과도 비슷한 면이 있다. 

지금 국민의힘이 컨벤션 효과를 못 보고 있는 이유는 전당대회가 이전투구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며칠 전 김기현 의원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발언으로 안철수 의원과 여러 차례 설전이 오가는 볼성 사나운 모습이 연출됐다. 하지만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는지 양측은 계속해서 날카로운 신경전을 이어갔다.

안 의원은 13일 국민의힘 전당대회 제주 합동연설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제가 1등이고 2등과 큰 격차가 났다는 보도가 있다'는 김 의원의 컷오프 여론조사 관련 발언에 대해 "정말 문제가 많은 게. 만약 그렇다면(사실이라면) 증거를 내야 하는 거 아닌가. 증거를 낸다면 그건 선거법 위반이고 증거가 없다면 허위사실 유포에 해당한다"며 "마땅히 후보에서 사퇴해야 할 만한 사안이라고 생각한다"고 공세를 폈다.

안 의원은 '윤핵관' 장제원 의원이 김 의원의 탄핵 발언을 '당정이 하나되는 걸 강조하는 취지의 발언'이라고 옹호한 데 대해서도 "한 마디로 궤변"이라며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라. 대통령 탄핵에 대해 이야기한 게 당의 화합을 위한 길이다? 어떤 국민이 그걸 믿겠나"라고 비판했다. 

반면 김 의원은 이날 연설회 뒤 기자들과 만나 "언론에서 보도된 내용을 보면 '김기현이 1등한다. 그리고 1등과 2등 사이 격차가 크다' 이런 보도가 났으니 일부 주자들 마음이 다급하시긴 할 것"이라고 컷오프 결과를 다시 한 번 언급한 뒤 "그렇지만 (제) 발언의 뜻을 왜곡하고, 없는 것을 있는 것으로 하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과거에 우리가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이 충돌했을 때 생긴 당내 내부 사태를 직접 경험했다. 그로 인해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사태도 있었다"며 "그래서 '이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당을 안정시킬 '원팀'을 만들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자신의 '탄핵' 발언 취지를 해명했다. 김 의원은 '대통령실에서도 탄핵 발언을 두고 대통령을 전당대회에 끌어들이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반응이 나왔다'는 질문이 나오자 "방금 주신 말씀은 처음 들었다"고만 하며 답을 피했다.

한편 이날 연설회에서 안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는 안철수와 김기현 두 사람 중에 선택하는 선거"라며 "국민과 당원이 우리 둘 중에 누가 더 당 대표 적임자인가를 판단할 수 있도록 저와 김 후보는 더 많은 토론으로 경쟁해야 한다"고 김 의원에게 양자 토론을 제안했다.

김 의원은 이에 대해 "저는 누구든지 토론할 준비가 되어 있지만 다른 후보들도 함께 의견을 모아봐야 하지 않겠나. 다른 후보에 대한 예의 문제"라며 사실상 거부 입장을 밝혔다. 김 의원은 대신 "저는 대표가 되면 함께 선의의 경쟁을 펼친 안철수, 천하람, 황교안 후보와 함께 손 잡고 한 팀을 이뤄갈 것"이라며 "세 후보 모두 출중한 능력을 가진 분들이라 당 대표 김기현의 상임특별고문으로 모시고 상시 의견을 경청하겠다"고 했다.

이렇게 서로가 아무 쓸모없는 신경전을 벌이고 있으니 컨벤션 효과를 못 누리는 것이다. 거기다 김장연대라는 이름으로 김기현 의원과 동맹을 맺은 장제원 의원은 김 의원의 탄핵 발언에 대해 “당정이 분리돼서 계속 충돌됐을 때 정권에 얼마나 큰 부담이 됐고, 정권이 얼마나 힘들어졌는지를 강조한 발언”이라고 감쌌다. 뿐만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의 당무 개입 논란에 대해서도 “미국의 경우는 대통령이 후보를 지지할 수 있다. 프랑스의 경우 (대통령이) 명예당수다. 그래서 집권정당의 책임정치가 가능하다. 그런 걸 강조한 거 아닌가 생각한다.”고 감쌌다.

그런가? 여기는 한국이다. 로마에 왔으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도 모르는가? 그리고 미국과 프랑스의 잣대를 들이대면 아들의 상습 범죄혐의가 있는 장 의원 당신이 지금 정치를 할 수도 없다. 왜 그 문제에 대해선 미국과 프랑스의 잣대를 들이대지 않는 것인가? 대통령이 잘못한 것은 잘못했다고 바로잡아주고 조언을 하는 것이 모름지기 집권 여당 국회의원일 것인데 어째서 비위만 맞추는 환관 노릇을 하고 있는가?

2023년 2월 2주 차 대통령 직무수행평가를 정리한 도표. 중도층에서는 31% :
2023년 2월 2주 차 대통령 직무수행평가를 정리한 도표. 중도층에서는 31% : 66.9%로 부정평가가 2배 이상 더 우세하다. 긍정평가는 전 주 대비 6% 하락, 부정평가는 전 주 대비 5% 정도 상승한 결과다.(출처 : 리얼미터)

다시 처음의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로 돌아가보자. 보통 민심의 바로미터는 중도층이라고들 한다. 그런데 중도층에서 당정에 대한 민심 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조사에서 중도층의 경우 31% : 66.9%로 무려 2배 이상 크게 격차가 벌어졌다. 전 주에는 중도층의 경우 37% : 61.6%로 나왔다. 즉, 중도층에서 전 주 대비 무려 6%나 지지율이 빠졌고 부정평가가 5% 가까이 급등한 것이다.

보수층 응답자가 진보층 응답자보다 무려 220여 명 더 많이 잡혔는데도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더 떨어진 이유가 바로 중도층에서 급락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보수층에서라고 완전히 압도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2월 1주 차와 2주 차 모두 보수층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63.2%였다. 아직 임기가 1년도 채 안 지난 대통령의 지지율치고는 많이 낮은 편이다. 지금 이 시기라면 보수층에서 적어도 70% 이상은 나와줘야 한다.

2023년 2월 2주 차 정당 지지율 조사를 정리한 도표. 중도층의 경우 45.3% : 37.2%로 더불어민주당이 더 우세하게 나타나고 있다.(출처 : 리얼미터)

정당 지지율도 마찬가지다. 중도층에서 정당 지지율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45.3% : 37.2%로 오차범위 밖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더 앞섰다. 지난 주 조사에서도 중도층의 경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45.4% : 37.8%로 더불어민주당이 오차범위 밖에서 더 앞섰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의 정당 지지율이 전주 대비 조금 더 오른 것은 순전히 보수층의 결집 덕분이었다. 2월 1주 차 조사에선 보수층의 70.4%가 국민의힘을 지지한다고 했는데 2주 차 조사에선 그보다 약 3% 이상 더 증가해 73.6%가 국민의힘을 지지한다고 했다. 역으로 말하자면 지금 국민의힘 지지율은 콘크리트 보수층의 힘으로 버티고 있다는 뜻이다.

이전투구가 거듭되는 사이에 흔들리는 갈대처럼 선거마다 표심이 바뀌는 중도층들이 정부와 여당에 하나둘씩 등을 돌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지도부는 어떤 위기 의식을 갖고 있는가? 선거에서 이기고 나면 겸손함을 갖추어야 하는데 이미 2022년 지방선거가 끝난 이후로 지금까지 국민의힘은 계속 교만한 모습만 보였다. 선거는 교만하면 진다는 교훈은 이미 잊어버린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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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2023-02-15 17:44:15
조하준기자님 굿모닝충청 홧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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