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광장] 천공 일병 구하기
[청년광장] 천공 일병 구하기
메시지를 공격할 수 없으면 메신저를 공격하라
  • 조하준 시민기자
  • 승인 2023.02.25 05:1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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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국군방첩사령부(방첩사)2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윤석열 대통령 관저 선정 과정에 무속인 천공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 자택과 국방부 재직 시절 사용한 개인용 컴퓨터 등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오늘 오전 부 전 대변인 자택 압수수색을 실시했다부 전 대변인이 군사기밀보호법을 위반한 혐의가 있다는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하게 됐다고 말했다. 방첩사는 부 전 대변인의 자택과 차량, 노트북, 전자우편, 국방부 재직 시절 쓴 대변인실 컴퓨터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는 부 전 대변인이 지난 3일 펴낸 책 <권력과 안보-문재인 정부 국방비사와 천공 의혹>에서 202010월 미국에서 열린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 참석한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한·미연합사령관의 발언을 언급한 것 등을 문제라고 여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 전 대변인은 저서에 에이브럼스의 발언에서 미국은 전시작전권 전환 의지가 전혀 없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한국이) 핵심 군사능력을 확보하는데 4~6년이 소요된다. 에프오시(FOC·미래연합사령부 완전운용능력) 실시보다 먼저 핵심 능력부터 구축하라는 막말을 마구 던졌다라고 썼다.

부 전 대변인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압수수색 영장은 한미 에스시엠과 관련한 것이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이 한 이야기를 책에 적은 걸 문제 삼는 것 같은데 그게 비밀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그 쪽(방첩사)에서 문제가 된다는 건 데,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아니냐라고 말했다.

부 전 대변인은 무속인 천공의 대통령 관저 선정 개입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그는 저서에서 지난해 41일 남영신 당시 육군참모총장이 자신에게 천공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고위직이 육군참모총장 공관과 국방부 영내 육군 서울본부를 최근 다녀갔다는 말을 했다고 적었다. 이에 대통령실은 의혹을 부인하고 부 전 대변인과 관련 내용을 처음 보도했던 기자를 형사 고발했다.

이번 압수수색은 관련 사항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이 아니라 방첩사가 나섰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방첩사는 과거 민간인 사찰 논란이 대두됐던 기무사령부(기무사)의 후신이다. 기무사는 문재인 정부 시기인 20189월 군사안보지원사령부로 해체·개편되면서 인원과 임무 범위가 엄격히 축소됐지만,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11월 안보사의 이름을 방첩사로 바꾸며 다시 힘을 싣고 있다.

아무래도 찜찜한 마음을 감출 수 없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을 향한 압수수색 시점이 묘하기 때문이다. 그는 천공이 대통령실 이전에 깊숙이 관여했다고 주장한 바 있었던 인물이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지속적으로 그 사실을 부인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천공이 당시 국방부 청사를 방문한 사실이 없다는 알리바이는 대지 못했다.

정말 천공이 대통령실 이전에 개입한 사실이 없고 국방부 청사를 방문한 적이 없다면 그 날 CCTV 화면만 생중계하면 더 이상의 논란이 필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말에 따르면 그 날의 영상은 이미 다 지워지고 없다고 한다. , 천공의 알리바이를 입증할 증거는 없는 셈이다.

검언유착이 사실이 아니면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풀고 그 사실을 공개하면 끝날 것을 계속 꼭꼭 감추기만 했던 법무부장관 한동훈이나 이번 천공 건이나 증거는 안 대고 무턱대고 부인만 하는 게 윤석열 정부의 특징인 것 같다. 그런데 갑자기 난데없이 군사기밀보호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부 전 대변인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기행을 벌였다.

사실 여부와 관계 없이 이런 식의 행동을 하면 천공의 국방부 청사 방문 사실을 입막음하려는 거 아니냐는 의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방첩사는 로버트 에이브럼스의 말을 책에 실은 걸 가지고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이라 하는데 에이브럼스의 말이 무슨 군사기밀인가? 부승찬 전 대변인이 자신의 책에다 국군의 작전 동향에 대해 적기를 했나? 아님 부대 위치를 상세하게 적기를 했나?

고작 한미연합사 사령부의 말 한 마디를 그것도 우리 국군의 능력치를 폄하하는 막말을 적은 걸 가지고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이라 하나? 그런 것이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이라면 대다수의 기자들 모두가 처벌받아야 마땅할 것이다. 그런 류의 군 부대 내 사담을 보도한 기사가 어디 한 두 건인가? 그야말로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이라 볼 수밖에 없다.

필자가 기사 제목을 천공 일병 구하기라고 적은 것은 실상 부 대변인의 자택 압수수색의 목적이 입막음일 가능성이 커보이기 때문이다. 앞서 보았듯이 부 대변인이 군사기밀을 유출했다고 했는데 그 유출된 기밀은 고작 전 한미연합사령관의 개인적인 말 한 마디에 불과했다. 그러므로 그에게 걸린 혐의는 억지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무리수를 둔 이유는 메시지를 공격할 수 없으면 메신저를 공격한다.”는 전통(?)에서 비롯된 것이다. 천공과 관련된 의혹을 제기한 메신저인 부승찬 대변인의 입을 막기 위해 그가 군사기밀을 함부로 유출한 범죄자란 딱지를 붙여 메시지의 신뢰성을 저하시키고자 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러면 이럴수록 천공과 관련된 의혹이 사실일 가능성을 더욱 높여주게 된다.

또 방첩사란 기관 자체가 앞서 말했듯이 본래 국군 기무사였는데 이 기무사는 민간인 사찰로 악명이 높았을 뿐 아니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당시 기무사령관 조현천이 친위 쿠데타를 기획하기도 했다. 국민을 상대로 쿠데타를 일으키려 했던 조현천은 아직도 해외를 맴돌며 귀국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에서 기무사 개혁을 단행해 명칭도 군사안보지원사령부로 바꾸고 인원과 임무 범위가 엄격히 축소됐지만,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11월 안보사의 이름을 방첩사로 바꾸며 다시 힘을 싣고 있다. 역사의 수레바퀴를 다시 거꾸로 되돌린 셈이다.

군대까지 동원해가면서 입막음을 해야할 만큼 천공이 그렇게나 소중한 사람이었단 말인가?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전우애를 소재로 한 감동적인 영화였지만 천공 일병 구하기는 제 식구 감싸기를 소재로 한 정말 막장스러운 영화가 아닐 수 없다. 왜 천공의 논란에 국가가 개입해 사전 차단하려 애를 쓰는 것인가? 이럴수록 국정조사 여론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던 중에 24일에 JTBC에서 직접 천공 측 관계자와 만나 취재한 기사가 필자의 눈에 들어왔다. 앞서 지난 16TV조선 탐사보도 프로그램은 천공 측의 공식 입장이라며, 대통령 관저 후보지를 답사한 적이 없고, 당선 이후엔 대통령 부부와 소통도 끊었다고 보도한 바 있었다.

그런데 정작 천공의 측근 법무팀장은 JTBC 취재진을 만나 TV조선 측 보도와 달리 관저 답사에 대한 입장은 정리하지 않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그 사람은 JTBC 기자를 향해 거기(TV조선)서는 지금 토막토막만 내보내서 지금 법적 처리를 하고 있어요. (관저 방문에) 대해서는 입장 정리는 안 하기로 했어요.”라고 했다. 기자가 안 하신다는 거죠? '아니다'가 아니라는 거죠?”라고 묻자 그는 , '아니다'가 아니고 '입장 표명을 안 하겠다.'”라고 답했다.

TV조선에서는 분명히 천공이 대통령 관저 후보지를 답사한 적이 없으며 당선 이후엔 대통령 부부와 소통을 끊었다고 보도했다. , 천공 본인을 둘러싼 논란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는 보도를 했으니 천공 본인에게 도움이 되는 보도였다. 그러나 정작 천공 측 관계자는 TV조선 측에 법적 처리를 하고 있으며 관저 방문이 사실이 아니다.”도 아니고 입장 표명을 안 하겠다.”고 했다.

그럼 사실상 자신이 방문했다는 걸 인정한다는 뜻 아닌가? 아니면 아니라고 똑부러지게 말하면 되지 왜 입장 표명을 안 하겠다고 하는 것인가? 천공을 향한 부 대변인의 폭로가 사실이라면 이는 매우 심각한 사안이다. 7년 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마찬가지로 이 역시 무자격자 민간인이 국정에 깊숙이 개입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씨가 바로 그 문제로 탄핵을 당했고 결국 헌정 사상 최초로 임기 중에 파면을 당하는 굴욕을 당했다. 만약 천공의 국정개입이 사실이라면 윤석열 대통령 또한 탄핵정국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걸 그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모르지는 않기에 어떻게든 잡아떼고 버티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의혹을 제기한 부승찬 전 대변인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려고 이런 짓을 벌인 것이다.

이재명 체포동의안 표결 문제가 끝나면 더불어민주당은 바로 지체 없이 김건희 특검법과 함께 천공의 국정개입 논란에 대한 국정조사를 밀어붙여야 한다. 그래서 사건의 진상을 명명백백하게 밝혀 무너져가는 민주주의의 기틀을 다시 바로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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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쥴리구속 2023-02-27 14:55:20
전세계 언론에 주술국가로 소문이 난 굥정권
천공 압수수색해라.

요지경 2023-02-25 13:37:49
무식한 천공은 자기 입으로 국정 농단하고 있다고 떠벌이는 중. 윤씨를 자기가 가르치고 세우고 계속 지도자 수업 중이라는데 뭐 더할 말이 있나.
다행히 천공이 단순 무식하고 열등 의식이 많아, 제 입으로 오만방자하게 자화자찬하며 요란하게 무덤을 파는 중.
이 사람 저 사람 기밀 누설 왈가왈부하기 전에, 기밀누설로 유죄 판결 났던 김태효부터 잘라라.
뭐 묻은 것들이 권력질하는 꼴이라니, 탄핵만이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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