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원의 복지이야기] 성공했지만 실패한 인구 정책
[김세원의 복지이야기] 성공했지만 실패한 인구 정책
총력동원에도 합계 출산율 0.78…자녀 낳고 키울 환경 조성에 매진해야
  • 김세원 교수
  • 승인 2023.03.06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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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오면, 미래에 대한 기대도 높아진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1955년부터 1957년까지는 출생아 수가 80만 명대였다. (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굿모닝충청=김갑수 기자)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오면, 미래에 대한 기대도 높아진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1955년부터 1957년까지는 출생아 수가 80만 명대였다. (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굿모닝충청=김갑수 기자)
김세원 대전과학기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세원 대전과학기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굿모닝충청 김세원 대전과학기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오면, 미래에 대한 기대도 높아진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1955년부터 1957년까지는 출생아 수가 80만 명대였다. 다음 해인 1958년 출생아 수는 90만 명대로 대폭 늘었다. 폭발적으로 늘어난 1955년생들부터 1963년생까지를 베이비붐 세대로 부르고 있다. 미국에서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부터 1960년대에 태어난 아이들을 베이비붐 세대로 칭하고 있다.

1955년에서 1960년도까지 우리의 인구증가율은 연 평균 3.02%였고, 조 출생율(인구 1000명당 출생자 수)은 연평균 46.8명이었으며, 인구밀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당시는 다남다복(多男多福), 태어날 때 자신의 먹을 몫은 갖고 태어난다는 등 인구가 많아서 나쁠 것이 없다는 인식이 보편적일 때였다.

출산 관련 표어를 보면 당시의 시대 상황을 유추해 볼 수 있는데, 전쟁 이후인 1950년대 후반은 ”3남 2녀로 5명은 낳아야죠“였다. 인구 급증을 우려한 정부는 출산 장려에서 출산을 억제하는 정책으로 돌아섰다. 가족계획협회를 만들어 인구를 감소시키는 정책에 앞장서게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 못 면한다”는 자극적인 메시지도 등장했는데 이상적인 자녀 수를 세 명으로 홍보했다. “3자녀를 3년 터울로 35세 이전에 단산하자”는 내용의 표어도 만들었다.

1970년대부터는 자녀 수를 줄이자는 메시지가 더 직접적으로 등장했는데 “딸 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가 대표적이다. 1971년의 출생아 수는 103만 명에 달했는데, 당시는 식량이 충분하지 않았던 시절이다 보니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면 기아를 벗어날 수 없을 것이란 위기감이 존재했다.

1970년대 후반으로 갈수록 메시지는 더 강해졌는데.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도 그 중 하나다.

1980년대 들어서는 본격적으로 한 자녀를 강조했는데 “둘도 많다!”에서부터 “하나 낳아 알뜰 살뜰”, “축복 속에 자녀 하나. 사랑으로 튼튼하게” 등도 국민들의 의식변화를 겨냥한 표어다. 더 강력한 것도 있는데 바로 “무서운 핵폭발 더 무서운 인구 폭발”이란 표어다. 당시 정부의 정책 목표는 합계출산율을 1986년까지 인구 대체 수준인 2.1명으로 낮추는 것이었다.

가족계획의 표어들. 좌로부터 1,2,3은 출산 억제정책 시기의 표어다. 맨 오른쪽은 출산률은 높지만 남아를 선호하는 사상에 대한 대응으로 고안되었다. 자연 상태라면, 여아 100명당 남아 103~107명이 태어난다. 남아를 만드는 Y 염색체 정자가 여아를 만드는 X염색체 정자보다 가볍고 빨라 수정에 유리하다고 한다. 1990년 여성 100명당 남성 116.5명으로 정점을 찍었던 우리나라 출생 성비가 2022년 104.7명까지 낮아졌다.  남아 선호가 사라졌다는 의미로 파악된다.
가족계획의 표어들. 좌로부터 1,2,3은 출산 억제정책 시기의 표어다. 맨 오른쪽은 출산률은 높지만 남아를 선호하는 사상에 대한 대응으로 고안되었다. 자연 상태라면, 여아 100명당 남아 103~107명이 태어난다. 남아를 만드는 Y 염색체 정자가 여아를 만드는 X염색체 정자보다 가볍고 빨라 수정에 유리하다고 한다. 1990년 여성 100명당 남성 116.5명으로 정점을 찍었던 우리나라 출생 성비가 2022년 104.7명까지 낮아졌다. 남아 선호가 사라졌다는 의미로 파악된다. 사진=김세원 교수 제공

정책은 목표를 넘어 초과 달성에 이른다. 달성 예상 시간보다 앞선 1983년 합계출산율이 2.1명 이하로 떨어진 것이다. 인구정책에 관한 표어는 급격히 감소했는데 1990년대에 “아들 바람 부모세대 짝꿍 없는 우리 세대”가 등장했지만 아이를 낳는 것에 대한 부담이 거세져 가는 시기였다.

1995년부터 인구정책은 급반전을 하게 되는데, 저출산이 노동력 감소와 사회보험재정의 악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했다. 인구정책발전위원회는 인구 억제정책을 즉각 폐기할 것을 권고했고, 마침내 정부는 1996년 인구 억제정책을 종료한다.

1997년 외환 외환위기 이후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됐고, 인구가 이렇게 감소하다가는 국가의 존망이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제기되었다. 이때부터 정부와 우리사회는 출산장려정책에 역량을 집중시킨다.

2000년대 이후 인구 늘리기 위한 표어가 다시 등장했는데 “아빠, 혼자는 싫어요”, “엄마, 도 동생을 갖고 싶어요”, “하나는 외롭습니다”, “자녀에게 가장 좋은 선물은 동생입니다”, “한 자녀보다는 둘, 둘보단 셋이 더 행복합니다” 등이다.

본격적인 저출산 정책은 법제화를 통해 시작되었는데 2005년에는 저출산·고령화기본법이 제정되었다. 각계의 의견을 모아 장기적인 계획도 마련되었는데, 바로 제1차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이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4개 분야에 걸쳐 237개의 과제가 추진되었다. 목표는 저출산·고령사회에 적극 대응해 활력있는 선진국을 만드는 것이다. 2차 계획의 추진 연도는 2011년부터 2015년이다. 3개 분야에서 추진 된 과제는 모두 231개였다.

일과 가정이 균형을 이루도록 하는 것, 결혼과 출산에 들어가는 비용과 위험을 감소시키는 것, 건전한 성장환경을 조성하는 것 등이 주류를 이룬다.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의 추진 연도는 2016년부터 2020년이다.

출산률 감소의 미시적·현상적 접근에서 탈피해 종합적·구조적 접근을 도모했다. 합계 출산율을 2020년 1.5명으로 증가시키겠다는 것이었다. 4차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의 추진 연도는 2021년부터 2025년까지다. 슬로건은 “함께 일하고 함께 돌보는 사회”다.

정부와 사회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2000년 1.48명의 합계 출산율은 2021년 0.81명, 2022년에는 0.78로 감소했다. 출산을 기피하는 사회분위기는 더욱 심화됐다. 출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회경제적 요인뿐이 아니다. 교육, 주택, 남성과 여성의 성 격차, 자녀 출산 시 돌봄의 어려움 등 다양한 원인이 자리하고 있다.

아이를 많이 낳아서 기르기보다는 한두 명만 낳아 집중적인 투자를 통해 경쟁력 있는 성인으로 키우겠다는 것이 젊은 층들의 생각이다. 이들이 안심하고 자녀를 낳아 키우며 행복한 관계를 맺어갈 수 있는 여건 조성에 최우선 순위를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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