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미의 세상읽기] 민선8기 'Anything but'은 어디까지? 
[김선미의 세상읽기] 민선8기 'Anything but'은 어디까지? 
단체장 입맛 따라 바뀌는 유통기한 4년짜리 정책, 행정혼란 매몰비용
전임자에게 꽃 달아주고 싶지 않아도, 섣불리 손대지 않아야 하는 영역
유한한 시장직, 4년 길어야 12년 후 자신의 치적 역시 모래성 될 수도
  • 김선미 편집위원
  • 승인 2023.03.12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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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ything but Heo’ 지난해 지방정부 수장이 바뀐 후 대전시 정책은 오직 하나 ‘ABH’로 귀결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자료사진: 굿모닝충청=김갑수 기자)
‘Anything but Heo(허)’ 지난해 지방정부 수장이 바뀐 후 대전시 정책은 오직 하나 ‘ABH’로 귀결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자료사진: 굿모닝충청=김갑수 기자)

[굿모닝충청 김선미 편집위원] ‘Anything but Heo(허)’ 지난해 지방정부 수장이 바뀐 후 대전시 정책은 오직 하나 ‘ABH’로 귀결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대전시 정책은 ‘Anything but Heo’(?) 소리없이 사라지는 민선7기

대통령이 됐든 지방자치단체장이 됐든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정책‧인사는 말할 것도 없고, 무슨 저런 것까지! 손을 대나 싶은 시시콜콜한 사안까지 폐기하거나 뒤집는 일이 다반사다. 

이른바 ABC, ‘애니씽 벗(anything but)’ 정책이다. 미국 부시 정부 때 클린턴만 아니면 된다는 전임 대통령 클린턴의 좋은 정책까지 모두 지우거나 뒤집는 정책을 펼친 것을 빗댄 말이다.

대전시도 예외는 아니다. 합리적인 이유나 충분한 검토 없이 단지 전임자 정책과 사업이라는 이유만으로 흔들어대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행정혼란, 매몰비용도 문제이지만 행정의 연속성이나 일관성을 가져야 하는 사안마저 사사건건 단체장 입맛 따라 손을 대는 데는 할 말을 잃게 한다. 

단체장 입맛 따라 바뀌는 유통기한 4년짜리 정책 행정혼란 매몰비용은? 

민선8기 이장우 시장의 취임과 더불어 시동이 걸리기 시작한 민선7기 대전시정의 흔적들이 하나둘씩 지워지고 있다. 

민선7기의 대표적인 치적 중 하나인 ‘온통대전’을 폐지하는 것으로 포문을 연 ‘Anything but Heo’는 거칠 것 없이 각 분야에서 전방위적으로 시도되고 있다. 시정 구호와 로고, 브랜드 슬로건 등 대전시 관련 상징들 역시 ‘Anything but’ 바람을 피해 가지 못하고 있다. 

전임 시장 때 시민 공모와 조례 제정을 통해 만들어진 브랜드 슬로건, ‘대전이즈유(Daejeon is U)’도 가뭇없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이 시장의 슬로건인 ‘일류경제도시 대전’이 슬그머니 대신하고 있다. 

슬로건 교체에는 그나마 의견 수렴이나 조례 개정도 없었다. 꼼수 교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시정 구호, 로고, 브랜드, 슬로건 등 시 관련 상징물들도 더불어 몸살

어느 틈엔가 브랜드 슬로건을 제호로 한 월간 시정소식지 ‘Daejeon is U’의 제호도 ‘일류도시 대전’으로 바뀌었다. 책자에는 ‘월간 대전시정소식지’라는 부제도 없어 표지만 보면 기존의 소식지와는 별개의 책자로 보일 정도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사랑받는 도시 브랜드 슬로건은 ‘I♥NY’이다. ‘나는 뉴욕을 사랑한다(‘I love New York’)는 슬로건은 1977년에 만들어졌으니 반세기 가까이 됐다. 

우리 나라 자치단체들의 브랜드 슬로건은 대전시의 예에서 보듯 심하게 표현하면 조변석개다. 세계의 성공한 브랜드 슬로건처럼 반세기, 한 세대는 고사하고 단체장 부침에 따라 툭하면 바뀌어 애꿎은 시민들의 기억력 테스트만 하고 있다. 

대전시민 중 여러차례 바뀐 대전시 브랜드 슬로건을 제대로 아는 이가 얼마나 될까? 

‘I♥NY’는 반세기 지속, 대전시 슬로건 기억하는 시민 얼마나 될까 

그래, 시정 홍보 전면에 이 시장의 소속 정당의 상징색인 빨간색이 등장하는 것 정도는 정권이 바뀌었으니 양해한다고 치자. 하지만 기업구단의 유니폼까지 손을 대려고 하는 대목에서는 벌린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2020년 시민구단에서 기업구단으로 전환된 대전하나시티즌은 유니폼 우측 소매에 전임 시장때 만들어진 ‘대전이즈유(Daejeon is U)’ 패치를 부착하고 있다. 이 시장은 이게 거슬렸든지 하나시티즌 홈 개막전에서 이를 ‘일류도시대전’으로 바꿀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단이 어떤 결정을 할지 모르겠지만 말이 요청이지 무언의 압력이나 다름없는 시장의 요구를 묵살하기에는 부담이 따를 것이다. 

기업구단마저 시장이 바뀔 때마다 몸살을 앓느니 이럴 바에는 차라리 누구도 시비를 걸 수 없는 중립적이고 무색무취한 ‘대전광역시’만 표기하는 것이 낫겠다. 

무언의 압력 기업구단의 패치 표기, 이럴 바에는 대전광역시만 표기 

권력 교체 후 전임자 지우기는 일정 부분 없을 수는 없다. 필요한 부분도 있다. 

그러나 도시의 정체성과 특징, 가치와 미래를 보여주는 브랜드 슬로건이나 기업구단의 패치까지 손을 대겠다는 데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물론 전임자들 역시 이 부분에서 자유롭지 못하지만 말이다. 

아무리 정치적으로 대척점에 있을지라도 좋은 게 있으면 전임자의 업적에 자신의 업적을 덧쌓아 자신의 브랜드로 남길 생각은 왜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시장의 임기는 고작 4년, 길어야 12년 후면 자신이 지우고 새로 쌓은 치적도 후임자에 의해 모래성처럼 무너지는 참담함을 마주하게 될 수도 있다. 

사진= 김선미 언론인
사진= 김선미 언론인

내 스타일로 싹 바꾸고 싶다해도 대전시는 시장의 소유가 아니다

아무리 전임자의 치적에 꽃을 달아주고 싶지 않아 전임자의 흔적을 싹 지우고 내 스타일대로 싹 바꾸고 싶다 해도, 대전시는 시장의 소유가 아니다. 

물론 잘못된 것은 고쳐야 하겠지만 시장직이 잠시 왔다가는 유한한 자리라는 것을 인식한다면, 섣불리 손대는 대신 심사숙고해야 할 부분이 분명 있다. 

시민들로부터 권한과 책임을 위임받은 행정은 당연히 그래야 한다. 단체장의 넘치는 의욕, 강력한 추진력도 때론 필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절제와 완급 또한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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