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글 윤현주 작가, 사진 채원상 기자] 전봇대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고압 전기가 흐르는 전선 가까이 가지를 뻗어낸 301년 수령의 곰솔 앞에 섰다.
분명 멀리서 봤을 땐 곰솔의 아름다운 수형에서 보호수의 웅장함과 멋스러움을 한껏 뿜어져 나왔다.
그런데 막상 가까이 다가서 보니 눈에 띄는 상처가 줄기 곳곳에 깊게 자리한 채 전봇대, 전기선 그리고 차량 높이 제한 시설과 함께 자라고 있었다.
곰솔이 이곳에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키워왔던 그 옛날의 풍경은 상상할 조차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세월이 변하면 세상도, 풍경도 변해가는 게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안타까운 마음은 금할 수 없었다.
영인면 신봉리 곰솔은 오랜 시간 마을의 수호신이었다.
마을 주민들은 집안에 우환이 생기면 색색의 헝겊을 나무에 매달고 간절한 마음을 담아 제사를 지냈다.
혹여 가족 중에 누군가가 아프면 곰솔의 껍질을 벗겨 그 삶은 물을 마시게 했는데 놀랍게도 곰솔 껍질 달인 물을 마시고 나면 씻은 듯 병이 나았다고 한다.
마을 주민에게 곰솔은 가장 가까이 있는 신이었다.
그래서 주민들은 곰솔에 대한 보은의 마음과 굳건한 믿음을 담아 나무에 막걸리를 부어주며 곰솔의 영생을 바랐다. 곰솔이 더 건강하게 살아서 오래도록 마을을 지켜주길 희망했던 것이다.
그러나 2023년의 신봉리 곰솔을 보고 있노라면 과거 마을 주민들이 극진히 아끼던 마을의 수호신 곰솔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마치 겨울의 앙상해진 나무를 보며 여름날 풍성했던 잎과 가을날 눈부시게 푸르고 웅장했던 그 모습이 선뜻 떠오르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이 둘에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
앙상한 겨울나무는 버티다 보면 당연히 봄을 맞이하고, 언제 그랬냐는 듯 새잎을 틔우지만 신봉리 곰솔은 그때의 영예를 당연히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다.
곰솔의 회복은 오로지 사람들의 노력에 달려있다.
전국에는 1만 4000여 그루의 보호수가 존재한다.
보호수는 그저 오래된 나무가 아니라 지역의 상징이며, 오랜 시간 주민들과 함께해온 역사이고 문화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영인면 신봉리의 곰솔이 품은 수많은 이야기가 지금, 이 순간에도 뻗어나가는 곰솔의 가지처럼 이어지길 바란다.
아산시 영인면 신봉리 242(874-10) 해송 203년 (2023년)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