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봉숭아학당'이 연상되는 '세종시의회'
[기자수첩] '봉숭아학당'이 연상되는 '세종시의회'
  • 박수빈 기자
  • 승인 2023.03.13 23: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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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市출자·출연기관 조례안' 가결이 보여준 '미숙함'
'14명 찬성, 6명 반대'...1표차 통과 
국힘, 이탈표 나온 상황에서 성명서 발표

"전산시스템 오류, 이의신청도 의장이 묵살"주장

투표방법 숙지하지 못했다 것은 이해불가,

이의 신청 관련 명확한 의사표현 여부 '불명확'  

투표 결과, 상 의장이 투표 종료 선언을 하기 약 1분 전에 전광판에 띄워졌다. (의회 방송 캡처/굿모닝충청=세종 박수빈 기자)
투표 결과, 상 의장이 투표 종료 선언을 하기 약 1분 전에 전광판에 띄워졌다. (의회 방송 캡처/굿모닝충청=세종 박수빈 기자)

[굿모닝충청=세종 박수빈 기자] 요즘 세종시의회의 모습을 보면, 진지하게 시정을 논하는 '의회'가 아니라, 코미디 프로그램 '봉숭아학당'의 보람동 지부가 아닌지 하는 생각된다.

시의원이라는 직책은 시민들이 뽑았기에 활동을 함에 있어 항상 경각심과 긴장감을 가지고 진중한 태도로 임해야 하는 것이 당연.

하지만, 최근 일부 시의원들이 보여주는 미숙한 의정활동은 세종시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세종시의회 임채성 의원(민주당)이 대표 발의한 '세종시 출자·출연기관에 관한 조례안'이 우여곡절 끝에 13일 통과됐다.

당초 이 조례안은 2월 1일 행정복지위원회를 통과했었다. 하지만, 최민호 시장이 이달 3일 시의회로 돌려보내면서 재의(再議)를 요구했었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합심해 해당 조례안을 부결시켜야 하는 상황이었다.

국민의힘 의원 7명이 전원이 반대표를 던질 경우, 조례안을 폐기시킬 수 있었기에 국힘 입장에서는 유리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투표흐름은 예상과 달랐다. 실제 투표에서 찬성 14표, 반대 6표가 나오면서 조례안이 가결된 것. 국민의힘 측에서 이탈표가 나온 것이다. 조례안은 그 즉시 가결됐다.

당시 상황을 정리하면 이렇다. 먼저 상병헌 세종시의장이 투표 시작 전 전자투표 방법과 유의할 점 등을 설명했다.

투표가 시작되고 나서 1분 뒤 "투표를 마무리하지 않은 의원님들은 마무리해주시길 바랍니다"라고 상 의장이 말했고, 약 10초 뒤에 "투표 다 하셨습니까?"라는 말과 함께 갑작스럽게 투표 결과가 전광판에 떴다.

그 상태에서 상 의장은 "투표를 마무리 해주시길 바랍니다"와 "투표 다 하셨습니까"라는 말을 약 30초 간격으로 물었다. 이 과정에서 눈에 띄는 이의 신청은 없었다.

조례안이 가결되자 (이날 오후)갑자기 국민의힘은 성명서를 발표하며 시스템 오류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원내대표인 김광운 의원과 제2부의장 김학서 의원은 "상 의장이 투표가 끝났다고 발표하기도 전에 투표 결과가 화면에 올라왔고, 그 이후로 수정할 수 없었다"라고 주장했다.

왜 진작 이의를 신청하지 않았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김학서 의원은 "이의 신청했으나 상 의장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녹취록도 있으니 나중에 증거를 정리해서 다시 발표하겠다"라고 답변했다.

이후 설명에 나선 신문호 의사입법담당관은 "담당자가 긴장하고 미숙해서 투표 결과를 상 의장의 발표 전에 전광판에 띄웠다"라며 "추가로 시스템 오류가 있는지는 업체에 확인해보겠다"라고 덧붙였다.

물론 의회 사무처의 실수는 확실해 보이지만 실제 영상회의록을 살펴보면, 해당 국민의힘 의원이 "이의가 있다"고 말한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또, 회의를 방청했던 기자들도 "듣지 못했다"라고 한 상황이다. 물론 상 의장이 못 들었거나 묵살했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국힘측 의원들의 주장이 100% 맞다고 하더라도, 상 의장이 세차례나 "투표 다 끝나셨습니까?" 등을 물었기 때문에 큰 목소리로 "수정이 되지 않습니다", "시스템에 오류가 있습니다"라고 외칠 시간을 충분히 있었다.

투표 방법이 헷갈렸다는 말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상 의장은 투표 시작 전 "본 안건 처리 절차와 관련해 참고로 말씀드리겠다"라며 운을 떼고 "이번에 재의 요구된 안건은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본 조례안은 조례로 확정이 되고,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지 못하면 본 조례안은 폐기된다"라고 안내했다.

초등학생도 듣고 이해할 수 있는 설명이다.  이외에도 상의장은 전자투표 방법과 수정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추가했다. 이걸 듣고도 투표 방법을 헷갈렸다는 것은 제대로 집중하지 않았다는 것이 된다.

초선 의원이라지만 본인의 투표에 따라서 찬반이 갈리는 상황인데도 제대로 집중하지 않았다는 것은 의원으로서의 책무를 저버린 것이 아닌가.

투표방식에 대한 설명도 제대로 듣지 않고, 시스템 잘못이라고 주장하고, 이의 신청을 제대로 된 목소리도 못 내는 어처구니없는 의사 진행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모습을 지켜보면서 '어른들로 구성된' 세종시의회의 미숙함이 지난 회기때 구성이 무산된 '청소년의회'의 미숙함보다 얼마나 덜할지 궁금해졌다.

당시 국민의힘 일부의원은 김효숙 의원(민주당)이 대표 발의한 '세종시 청소년의회 관련 조례안'에 대해 '청소년이 어리다'는 이유를 들어 폐기한 적이 있다.

공동발의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두명의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 돌연 연서를 취소했기 때문이다.

갑자기 연서를 취소한 이유도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김광운 의원은 <굿모닝충청>과의 통화에서 "그때 당시 78~79개가 넘는 조례안이 (전자로) 올라온 상태였고, 일일이 확인하지 못했다"라며 "일괄 연서를 일단 했는데 나중에 재확인하니 조례안에 동의할 수 없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반대한 이유에 대해 "청소년들은 의회 활동을 참관하는 정도가 적합하다"라는 생각을 밝힌바 있다.

정말로 청소년들이 '의회 참관 정도'가 적합하다고 생각한다면, 의원 본인들의 의정활동 모습을 한 번 돌이켜봤으면 좋겠다.

'의회 참관 정도가 적합'한 것이 청소년만이 아닐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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