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명의 어원 상고사] 백제 1
[정진명의 어원 상고사] 백제 1
정진명 시인, 어원을 통한 한국의 고대사 고찰 연재 '27-백제1’
  • 정진명 시인
  • 승인 2023.03.16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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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려'자의 발음을 표시한 소학당 사이트 캡처. 사진=정진명/굿모닝충청

[굿모닝충청 정진명 시인] 고구려와 백제의 지배층은 몽골어를 썼습니다. 같은 민족이기에 따로 다룰 생각을 하지 않고 고구려 항목에서 설명을 마치려고 했는데, 2022년 10월 JTBC-TV 교양프로 ‘차이나는 클라스’에서 삼국(고구려 백제 신라)의 어원을 설명하는 강좌가 방영되었습니다. 이것을 보면서 헛웃음이 절로 나서 이 글을 방귀 뀌듯이 씁니다. 역시 역사학계는 그들의 시조 이병도의 혀짧은 소견을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강의를 맡은 분은 대학교수이신 듯한데, 교수가 이런 소리를 하는 것으로 보아 역사학계에서는 이 학설이 정설로 자리 잡은 듯합니다. 백제 항목의 강의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처음에 백제는 중국 역사서에 ‘伯濟’로 기록됩니다. 그러다가 십제로 바뀌는데, 사연은 이렇습니다. 온조와 비류가 한강 가에 와서 나라를 세우면서 갈라져 비류는 미추홀로 가고 온조는 서울 강남에 남는데, 이때 열 신하가 도왔다고 해서 ‘十濟’라고 했다가, 비류가 돌아와서 백성이 즐거워하여 ‘百濟’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세 낱말에서 변하지 않는 말은 ‘濟(건널 제)’여서 앞의 꾸밈말이 무엇으로 변하든 나루터를 뜻하고, 따라서 이 세 이름의 뜻은 ‘나루터 국가’라고 결론 맺습니다. 백제는 나루터 연합세력이 만든 해양 국가의 성격을 띤 나라라는 결론이죠.

伯濟 = 으뜸 나루터
十濟 = 열 개 나루터
百濟 = 백 개 나루터

언어학, 특히 어원학을 공부하는 저는 이 연재의 맨 앞에서 백제의 어원과 뜻에 대한 정답을 정리해드렸습니다. 생각이 안 난다고요? 하하하. 한 번 더 정리해드리죠.

백제는 남쪽으로 내려올 때 출신이 고주몽의 아들이었고, 그래서 나라를 세울 때 ‘고(高)의 나라’라고 했습니다. 백제의 지배층은 고구려와 마찬가지로 몽골어를 썼으니, 몽골어에서 ‘높다’는 말을 찾으면 ‘öndür(undur)’입니다. 이것이 ‘온조’로 기록된 것입니다. 이것을 달리 향찰로 기록하면 ‘백제’가 되는 겁니다. 온조와 백제는 같은 말이죠. 몽골어에서 100은 ‘온’이고, 이 ‘온’이 터키어에서는 10입니다. 나라 이름이 10제에서 100제로 바뀐 것은, 그런 말을 쓴 세력이 정권을 잡았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십제는 터키계 정권이고, 백제는 몽골계 정권입니다. 한강에서 갈라설 때 비류는 터키계의 지지를 받았고, 온조는 몽골계의 지지를 받았다는 뜻입니다. 비류가 미추홀에서 자리 잡는 데 실패하고 온조에게 돌아옴으로써 백제는 다시 출발합니다. 그래서 나라 이름이 ‘백제’가 된 것입니다.

‘伯濟, 十濟, 百濟’는 각기 다른 이름이 아니고 모두 같은 뜻을 지닌 말입니다. 伯은 ‘맏 백’자입니다. ‘맏이’는 맨 먼저 태어난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죠. 형제 중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öndür(높다, undur)’입니다. 十은 터키어로 ‘온’이고, 百은 몽골어로 ‘온’입니다. 결국 ‘伯濟, 十濟, 百濟’는 모두 ‘öndür(높다, undur)’를 적은, 똑같은 말입니다.

濟가 ‘나루터’를 뜻한다는 것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황당한 언어 풀이입니다. 이건 건넌다는 뜻이지 나루터를 뜻하는 게 아닙니다. 게다가 고등학교 때 신라 향가를 배운 사람들이 이런 황당한 소리를 한다는 게 더욱 이해가 안 가는 일입니다. 고등학생에게 물어도 濟를 ‘나루터’라고 풀이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濟에는 ‘나루터’의 뜻이 없습니다. ‘건너다’는 움직씨입니다. 역사학자라고 해서 낱말 뜻을 제멋대로 바꿀 능력과 권한이 부여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 권한은 국어학자에게 있습니다. 역사학에서는 국어학에 묻지도 않고 월권행위를 하는 중입니다.

濟는 향찰 표기에서 ‘다라, 돌’로 읽습니다. 명량(鳴梁)은 울돌이고, 노량(露梁)은 노돌이고, 손돌(孫乭)은 손돌입니다. 모두 물이 울 듯이 회오리치면서 급히 흘러가는 여울목을 말합니다. 濟는 이런 건널목을 말하는 것으로 ‘돌’이라고 읽습니다. 향찰 표기로 ‘濟, 梁’으로 적습니다. 여기에 접미사가 붙으면 ‘도랑’이 됩니다. ‘돌+앙’의 짜임이죠. ‘돌’을 두 음절로 늘리면 아래아(ㆍ)가 붙어서 ‘ᄃᆞᄅᆞ’가 되죠. 우리가 개울을 건너다니려고 만든 구조물을 왜 ‘다리’라고 할까요? 물보다 더 ‘높기(öndür)’ 때문입니다. 그래야 물을 건널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건너야 하는 곳이나 그 수단을 ‘濟’라고 하는 것입니다. 거제도에도 濟가 들어가고 제주도에도 ‘濟’가 들어갑니다. 큰 여울을 건너가야 닿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향찰에서는 ‘다라’를 濟로 표기하는 것입니다. 제주(濟州)는 ‘다라고을’이고, 거제(巨濟)는 ‘큰다라, 한다라’입니다.

우리말에서는 濟를 ‘다라’라고 읽은 경우가 이제 거의 다 사라졌습니다. ‘다리(橋)’ 같은 말에나 그 자취가 희미하게 남아있죠. 하지만 일본어에는 아직도 또렷이 남아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아직도 濟를 ‘다라’라고 읽습니다. 그래서 백제를 ‘쿠다라’라고 읽는 것입니다. 일본사람들만 이렇게 읽는 게 아닙니다. 백제에서도 그렇게 읽었습니다. 백제의 수도 부여로 들어가는 나루터 이름이 뭐게요? ‘구드래 나루’입니다. 보이시죠? ‘구드래’가 바로 ‘구다라’입니다. 곧 백제죠. 구드래 나루는 백제진(百濟津)의 뜻입니다.

‘구다라’는 나라 이름이면서 동시에 종족 명입니다. 바이칼호 주변에 사는 부리야트 족은 사투리의 가짓수가 크게 나누면 모두 셋입니다. 구다라;qudara(xudara), 발구진;Barguʒin, 코리;qori(xori). 이 종족 명을 각기 한자로 적으면 예(濊), 맥(貊) 또는 진(眞), 고리(藁離, 句麗)가 됩니다. 발구진의 경우, ‘발’과 ‘진’ 중에서 어디에 액센트를 두느냐에 따라서 달리 들려서 이렇게 2가지로 적히는 것입니다.

돌궐제국의 중심지였던 오르혼에 돌궐 카간(王)의 동생 퀼 테킨의 비석이 있는데, 거기에 고구려를 ‘맥클리’라고 적었습니다. 한자표기로는 ‘묘구리(畝俱里)’라고 합니다. 중국어 상고음으로 재구하면 이런 발음이 납니다. ‘muə̩̂ɡ, məɣ, məgx’. 중국어 현대음(mu)에서는 사라진 기역(ㄱ; ɡ,ɣ)이 또렷이 살아있죠. ‘맥’이나 ‘묘’는 종족 명입니다.(이로 보면 중국의 소수민족 중에 묘족이 있는데, 이들이 고구려의 혈통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중국의 다른 기록에도 고구려를 예맥족이라고 썼죠. 맥클리와 묘구리는 같은 말입니다. 아마도 당시 고구려는 맥(밝구진)족와 코리족의 연합 정권이었기에 이렇게 적었ᅌᅳᆯ 것입니다. 종족 명으로 ‘맥구리’죠. 그래서 부리야트 세 종족 중에서 맥(밝)과 코리 두 종족 연합으로부터 분리된 구다라 족이 따로 나라를 세웠ᅌᅳᆯ 것이고, 그것이 백제입니다. 말 그대로 구다라죠. ‘온다라’가 ‘구다라’로 바뀐 것은, 고주몽이 세운 나라 이름과 자신들의 성씨인 ‘고(高)’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그 자취가 일본의 구다라와 부여의 구드래입니다.

고구려를 세운 부족은 고조선 시대에 예맥족으로 불린 사람들임은 이미 중국의 역사서에 나오는 얘기입니다. 역사학계에서는 예맥이 예족과 맥족을 아울러 가리킨 말이라고 봅니다. 한자로는 ‘濊貊’이라고 적습니다. 貊은 앞서 본대로 부리야트의 세 종족 중에서 발구진을 가리킵니다. 그렇다면 濊(더러울 예)는 어떤 종족을 가리키는 말일까요? 앞서 ‘다라(濟)’는 그대로 있고, 앞의 꾸밈말이 ‘온’에서 ‘구’로 바뀌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이 꾸밈말을 떼어내면 남는 것이 ‘다라’인데, 濊 자가 하필 ‘더러울 예’자인 것은 우연일까요? ‘더럽다’의 옛 표기는 ‘ᄃᆞᄅᆞᆸ다’입니다. ‘ᄃᆞᄅᆞᆸᄋᆞᆫ>ᄃᆞᄅᆞᄇᆞᆫ>다ᄅᆞ운>더러운’의 변화를 거치죠. 濊 자는 부리야트의 ‘(구)다라’ 족을 나타내려고 동원한 글자이고 향찰 표기입니다.

부리야트의 세 종족 중에서 왜 발구진과 구다라 두 종족만 적었을까요? 코리족은 왜 빼놓았을까요? 코리족은 고조선이 망한 뒤에 나중에 일어선 고구려입니다. 중국과 항전을 벌일 때 고구려 이전에는 구다라와 발구진 두 종족이 대중국 항전의 통솔자였다는 뜻입니다.(기자조선의 지배층으로 추정됨.) 코리족은 이 두 종족 밑에서 숨죽이며 지내던 힘없는 부족이었을 겁니다. 구다라는 백제로 일어서고 발구진은 대중국 항전의 패배를 계기로 코리족에게 권력을 내주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것이 고구려는 원래 소노부에서 왕이 나왔는데, 주몽에 이르러 계루부에서 왕이 나오게 되었다는 기록의 뜻일 겁니다. ‘계루’는 ‘코리’의 향찰 표기입니다. 고구려도 수식어 ‘고’를 떼면 ‘구려’가 되는데, ‘麗’ 자는 상고음이 ‘[lie(ɣ)]여서 ‘고구리’로 소리 납니다.

또 한 가지 가능성은 ‘구다라’를 ‘고리+다라’의 합성어로 보는 것입니다. 고리는 고구려를 세우고 다라는 백제를 세우죠. 이들이 한 덩어리로 인식되었기에, 아예 합쳐서 ‘구다라’라고 했을 수도 있습니다. 부리야트의 세 부족은 이런 식으로 결합되어 외부에 인식된 듯합니다. 앞서 본 맥클리도 이런 식으로 보면 ‘맥(발구진)+코리(계루)’로 볼 수 있습니다. 

한 걸음 더 나가보겠습니다. 고조선 시절에 중국 측의 기록에 나타나는 이름이 있습니다. 예맥과 진번입니다. 예맥은 구다라(濊)와 발구진(貊)을 적은 것입니다. 부리야트는 크게 세 종족인데, 이 중에서 코리족은 워낙 힘이 약해서 중국 측에서 보기에는 맥족의 일부로 보였던 것입니다. 하지만 나중에 이 코리족은 주몽이 고구려를 세움으로써 그 위엄을 드러내죠.

그렇다면 진번은 무엇일까요? 진번과 예맥은 같은 말로 쓰입니다. 진번조선이나 예맥조선이라고 쓰이죠. 진(眞)은 ‘발구진’의 ‘진’에 액센트를 주어서 읽은 것입니다. 번(番)은 ‘번들다, 번갈아들다’는 뜻입니다. 정확히는 편을 짜서 성을 지킬 때 교대하는 것을 말합니다. 향찰에서 ‘번’은 ‘돌다’의 ‘돌, 다라’를 나타내는 말입니다. ‘濟, 梁, 乭’과 같은 말이죠. 그렇다면 예맥의 ‘예’와 같은 말임을 볼 수 있습니다. 진번과 맥예는 같은 말입니다. 眞=貊=발구진, 番=濊=(구)다라.

ㅈ어진명 시인. 사진=정진명/굿모닝충청
ㅈ어진명 시인. 사진=정진명/굿모닝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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