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우의 환경이야기Ⅱ] 지속가능한 활동을 위해 수영에 풍덩2
[염우의 환경이야기Ⅱ] 지속가능한 활동을 위해 수영에 풍덩2
염 우 (사)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청주새활용시민센터 관장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3.03.18 0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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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틀녘의 충북대학교 수영장. 사진=풀꿈환경재단/굿모닝충청

[굿모닝충청 염 우 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금쪽같은 아침 1시간을 수영에 투자하기로 마음을 먹고 모든 준비를 마쳤다. 하지만 유난히 쌀쌀한 이 겨울을 잘 버텨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하지만 등록을 마쳤으니 이제부터는 헤엄을 치던가 까무러 치던가 둘 중 하나다.

12월 1일, 드디어 한 달 동안의 초급반 강습이 시작됐다. 알람을 맞춰 놓고 6시에 기상, 양치하고 면도를 한 후 출근 복장을 차려입고 수영장으로 출발했다. 머리를 감지 않아 엉망인데 다행히 세상은 깜깜하다. 수영장 입구도 모르고 락카룸 구조도 모른다. 그냥 사람들 따라하는 수 밖에 없다. 이런, 바디워시와 로션도 챙겨왔어야 했다. 수영장에 들어갔다. 엄청난 긴장 상태로 입수... 강사님은 훤칠한 남자분이다. 강습생은 16~17명, 여성이 더 많고 나이는 확실히 내가 제일 많다. 시력이 좋지 않아 잘 보이지도 않고 무슨 소리인지 알아듣지도 못하겠다.

호흡법, 발차기로 시작하여 물에 뜨기, 킥판 들고 발차기 순이다. 두 줄로 서서 연습을 하는데, 저질 체력인 주제에 멋모르고 앞쪽에 섰다. 유일한 규칙은 ‘빠른 사람 앞으로 보내기’다. 결국은 밀리고 밀려 끝에서 두 번째 순서가 되었다. 자괴감이 좀 들었지만, 뭐 늦게 시작한 만큼 바닥에서 충실하기로 맘먹었다. 강습이 없는 날은 자유수영이다. 평일 아침 자유수영 레인은 하나뿐인데 처음부터 끝까지 킥판 들고 왔다 갔다 하는 사람은 나 뿐이다. 그래도 휴관일을 제외한 모든 날 개근을 했다. 강습 마지막 날 몇 사람은 자유형을 제법 잘했다. 나는 여전히 팔 두 번 휘젓고 가라앉는다. 그래도 끝까지 버텨낸 강습생 6/16인 중 한 사람이 되었다.

1월 2일, 초급반 재강습이 시작되었다. 힘들어도 버티자. 좌절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리라 다짐했다. 지난달부터 넘어온 사람은 나 하나다. 중요한 건 결과가 아니라 과정, 어찌 되었건 체육활동을 하는 중이다. 건강과 체력을 위한 보험을 들어 놓은 듯 마음은 든든하다. 평일은 출근 시간 때문에 한 시간만 하고 끝내야 한다. 토요일 오전에는 모처럼 두 시간 이상 여유를 가지고 연습을 할 수 있다. 다녀 보니 아는 분들이 눈에 띈다. 사회활동을 하는 동료들로 있고, 행정기관에서 만났던 분들도 있다. 우리 단체 임원도 있고 청소년 환경리더 부모도 있다. 

2개월 차 마지막 주 금요일, 모처럼 폭음하고 들어왔다. 얼마 지나 나는 수영장에 와 있었다. 취기가 남아있지만 제대로 한번 해 볼 요량이다. 일단 몸에 힘을 빼고 숨을 가다듬고, 내가 물이고 물이 나인 것처럼, 물에 몸을 맡겼다. 내 몸은 나뭇잎처럼 물 위에 떴고 팔과 다리로 4비트 크롤 영법을 하며 앞으로 나아갔다. 25m를 자유형으로 완주했다. 다시 돌아서 또 완주, 이렇게 몇 시간을 연습하였다. 긍지가 하늘에 닿을듯할 무렵 잠에서 깨어났다. 간절한 꿈이었다. 다음 날 아침 쓰린 속을 달래며 수영장을 향했다. 꿈을 실현하리라. 몸에 힘을 빼고 물과 내가 하나 되어, 하나, 둘, 음파흡, 넷... 그렇게 꿈은 현실이 되었고 수영에 입문한 지 8주 만에 자유형을 체득할 수 있었다. 2개월 차 강습도 유일한 개근으로 마쳤다.

2월 1일 세번째 초급반 강습이 시작되었다. 삼수생이다. 비록 자유형을 체득하였으나 25m 왕복은 불가능하다. 뱀의 머리로 남아 기초를 확실하게 다지자는 각오였다. 이번엔 동기들이 있다. 12월 강습 동기와 1월 강습동기 2명이다. 반가워서 인사를 했다. 나보다 연배가 높은 분들도 보인다. 의기양양해 졌고 익숙한 분위기로 강습에 임했다. 하지만 여전히 뱀의 머리는 될 수 없었다. 수준급 숙련자들 서너 명이 더 들어왔다. 자만심을 내려놓고 중간 위치는 지킬 수 있다는 현실에 만족하였다.

2월 중순 풀꿈환경재단에서 주관하는 청소년 환경리더 제주도탐사 일정이 겹쳤다. 내가 탐사단장이 되어 인솔하는 2박3일 행사다. 처음으로 수영 연습을 빠지게 되었다. 탐사단원으로 참여한 아이의 아버지를 수영장에서 만났다. 대학원 지도교수님도 수영장에서 뵈었다. 이렇게 수영장 인간관계도 하나하나 늘어갔다. 2월 말, 임의로운 몇 사람들이 강사님과 함께 저녁모임을 했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 했던가, 불굴의 의지로 석 달을 버텨 온 나의 노력에 대한 인정을 받으며 긍지는 다시 하늘로 치솟았다.

염우 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사진=풀꿈환경재단/굿모닝충청
염우 풀꿈환경재단 상임이사. 사진=풀꿈환경재단/굿모닝충청

3월 2일 네 번째 초급반 강습이 시작되었다. 자유형 25m 왕복도 가능해졌기에 중급반 강습을 신청하려고 했다. 하지만 인원이 초과하는 바람에 다시 초급반을 신청했다. 4개월 차가 되니 동기도 많아졌다. 아는 교수님도 같이 강습을 받는다. 이제는 확실히 뱀의 머리가 되었다. 기본에 익숙해지니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팔을 회전하는 모습, 리커버리 동작이 아름답지 않다는 지적이다. 학창시절 골절되었던 왼쪽 어깨 때문에 균형이 맞지 않는 것이다. 속도도 중요하고 지구력도 중요하지만 이제 모양도 신경을 써야 하는데 말이다.

3월 16일, 수영에 입문한 지 세 달 반 되던 날, 중간 평가를 실시했다. 강습을 끝내며 강사님이 내게 가슴 벅찬 한마디 던졌다. ‘중급 신청해도 되겠어요.’, 이날 너무 감격한 탓에 수영복과 수영모를 잃어버리기도 하였다. 수영을 베우며 감정적 변화가 생겼다. 긍지와 안정감이다. 새로운 것을 해냈다는 긍지가 생겼다. 태어나 55년 만에 물과 내가 하나가 되었는데 앞으로 무엇인들 못하겠는가? 건강과 체력에 관한 걱정과 불안감도 해소되었다. 몸이 가벼워지는 만큼 마음의 안정감이 커지고 있다.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을 다지고 있는 것이다.

나는 학습하고 연구하는 활동가, 가볍고 튼튼한 활동가, 사색하고 창작하는 활동가가 되길 원한다. 가볍고 튼튼한 활동가가 되는 것은 앞뒤 미션을 실현하기 위한 조건이며 기반이다. 50대 중반에 선택한 수영은 나의 가정생활과 사회활동, 연구활동과 여가생활을 더욱 지속가능하게 하는데 보탬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친구들이여, 그대들도 수영에 풍덩 빠져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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