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노는 축제의 정석’ 이탈리아 ‘베네치아 카니발’
[기고] ‘노는 축제의 정석’ 이탈리아 ‘베네치아 카니발’
  • 최영희 박사(관광학/독일 거주)/ 전 세종시문화재단 생활문화팀장
  • 승인 2023.03.18 11: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너무 많은 관광객 방문으로 지역주민 삶이 불편하게 된다는 오버투어리즘 (overtourism) 대명사로 언급될만큼 축제 등 볼거리가 풍성한 곳이다. 사진은 베네치아 카니발 축제에 참여해 콜롬비나 가면을 쓴 관광객(굿모닝충청=베네치아)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너무 많은 관광객 방문으로 지역주민 삶이 불편하게 된다는 오버투어리즘 (overtourism) 대명사로 언급될만큼 축제 등 볼거리가 풍성한 곳이다. 사진은 베네치아 카니발 축제에 참여해 콜롬비나 가면을 쓴 관광객(굿모닝충청=베네치아)
베네치아 카니발에 참여한 관광객들(굿모닝충청=베네치아)
베네치아 카니발에 참여한 관광객들(굿모닝충청=베네치아)
최영희 박사(관광학)
최영희 박사(관광학)

[굿모닝충청=최영희 박사(관광학/독일 거주)/ 전 세종시문화재단 생활문화팀장]

최근 우리는 베네치아에 카니발(Carnevale di Venezia)에 다녀왔다.

베네치아는 이탈리아 북부 도시로 동방견문록을 쓴 마르코 폴로와 사계를 작곡한 비발디가 태어난 곳으로, 역사 속에서는 지중해 해양 강국으로 지중해 무역을 독점하며 문화가 발달했다. 지금은 번성했던 과거 유산을 바탕으로 카니발, 영화제, 비엔날레 등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이 이어지며 많은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너무 많은 관광객 방문으로 지역주민 삶이 불편하게 된다는 오버투어리즘 (overtourism) 대명사로 언급되기도 하였다. 물론 팬데믹 동안 관광객이 기존 관광객과 비교하여 1/5수준으로 급감하며 진정세를 보이다가 최근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베네치아로 갈까? 추운 바닷바람이 있는 겨울에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이렇게 많이 올까? 이게 내 궁금증이었다. 결국 내 궁금증을 풀러 떠났다.

카니발 입장권은 ‘가면’, 그것은 베네치아 장인의 작품

베네치아 카니발 참가자가 독특한 축제의상을 입고 걸어가고 있다(굿모닝충청=베네치아)
베네치아 카니발 참가자가 독특한 축제의상을 입고 걸어가고 있다(굿모닝충청=베네치아)

베네치아 카니발은 브라질 리우 카니발, 프랑스 니스 카니발과 더불어 세계 삼대 카니발로 알려져 있다. 이 축제는 독특한 가면을 쓰고 전통의상을 입은 사람들이 참여하여 가면축제라고도 한다. 12세기에 시작하여 약 900년을 이어왔고, 부활절 일정에 따라 카니발 기간은 변경되는데 2023년은 2월 4일부터 21일(사순절 전날, Mardi Gras: 참회의 화요일)까지 진행되었다. 우리는 카니발 막바지에 도착했다.

베네치아 산타 루치아 기차역에서 나오자마자 가면을 쓰고 화려하게 치장한 사람들이 활보하는 거리로 들어섰다. 기차에서 내리기만 했을 뿐인데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거리 한편은 베네치아를 상징하는 푸른 물결을 등지고 형형색색 가면을 파는 노점이 가득하다. 진열된 가면은 얼굴을 완전히 가리는 것부터 반만 가리는 것도 있고, 소재나 장식도 가죽, 유리 공예, 도자기 등으로 지역특색이 반영되었다.

가면은 전반적으로 화려하고 메이드 인 이탈리아라는 딱지를 달고 있다. 즉, 가면은 베네치아 카니발 상징이며, 베네치아 장인이 만들었다는 고유성을 갖은 예술작품이자, 카니발로 들어가는 열쇠이다. 물론 가면이 없다고 카니발에 못 들어가는 것도 모두 다 가면을 쓴 것도 아니지만, 재밌게 놀려면 준비가 필요하다.

가면도 예뻐서 구매 욕구를 자극한다. 아직 가면이 없는 사람들은 거리한편에서 자신에게 맞는 가면을 찾아 구매한다. 우리도 얼굴 사이즈와 취향에 따라 형형색색 가면을 써보고, 얼굴을 반쯤가리는 화려한 콜롬비나(Colombina)를 샀다. 우리집 십대 고슴도치 소녀와 수다쟁이 우주소녀는 가면을 쓰고 갑자기 우아해졌다.

서로를 신경쓰지 않으니 자유가...

베네치아 카니발 참가자(굿모닝충청=베네치아)
베네치아 카니발 참가자(굿모닝충청=베네치아)

가면을 쓰고 보니, 좀 더 마음이 가볍다. 우리는 살면서 원하든 원하지 않던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 신경 쓰고 산다. 아무렇지 않고 싶지만 남들 시선을 벗어나기는 어렵다. 베네치아 카니발은 가면 하나로 이 어려운 걸 간단하게 했다. 나와 너는 원래 몰랐지만 이제 더 모른다. 베네치아 관광 중심 산 마르코 광장(Piazza San Marco)으로 가는 길, 이 길에서 사람들은 ‘원래 나’에서 ‘가면을 쓴 새로운 나’로 변하고, 일상공간에서 완전한 축제 공간으로 들어간다. 이렇게 도착한 산 마르코 광장에서 사람들은 경계 없이 어울린다. 체감하는 공간과 타인을 바라보는 시점도 자유로워지는 것 같다.

광장에 도착하고 보니, 역 앞에서 본 인파는 관광객 일부일 뿐이었다. 그곳에는 중세시대 의사, 귀족, 하녀를 비롯해서 현대 소설 속 주인공, 달걀, 공작새, 마리아, 외계인 모습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광장에 가득하다. 저녁이 되자 연세가 지긋해 보이는 분들은 가면을 쓰지 않고 중세시대 의상을 차려입고 카니발에 나왔다. 애완동물도 카니발을 위해 예외 없이 곱디곱게 꾸미고 나왔다. 또 다른 쪽에서는 자신을 공들여 꾸민 사람들끼리 함께 사진을 찍으며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다양한 모양으로 오린 색종이 꽃가루를 서로에게 뿌려주며 멋지다는 말을 해주고 누가 왜 그 모습으로 나왔는지 묻지 않는다. 현장을 순찰하는 경찰무리도 예외 없이 꽃가루 세례를 받으며 길을 걷는다.

방문객은 구경꾼 아닌 축제의 구성원이 되고

이곳은 공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방문객이 한걸음 뒤에서 축제를 바라보는 존재가 아니라 놀면서 축제 구성원이 되고, 축제 공간을 자유롭고 재미있게 만든다. 우리는 차가운 바람이 부는 것도 콧물이 흐르는 것도 에스프레소 한잔, 핫초코 한잔으로 이겨내며 구경하고 사진을 찍느라, 한마디로 노느라 정신이 없었다. 첫날은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딱 한 끼 먹었다. 어린 시절 놀다가 ‘영희야 밥 먹어라’를 놓쳤을 때랑 똑같다. 그래도 잘 놀았으니 됐다.

뽐낼만한 사진과 영상이 가득, 카니발은 이런 것

여행에서 남는 것은 사진뿐이라고 하지 않던가. 요즘에는 영상도 더해진다. 그 사진과 영상은 소장하기도 하지만, SNS로 나누기도 한다. 사진과 영상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시대에 베네치아라는 고전적 공간에서 자신만의 색채로 꾸민 사람들이 있는 이곳, 이곳은 익명이라는 자유 속에서도 자신을 표현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는 순수 축제 공간이다. 사진으로 찍어두고 싶은 축제, 그건 시각적 혹은 감정적으로 남기고 싶은 곳일 가능성이 높다.

결론... 맘 편히 노는 ‘Homo Ludens’가 되자

인간의 본질을 말하는 여러 용어 중 놀이 하는 인간, Homo Ludens는 인간이 지식과 이성(Homo Sapiens), 노동(Homo Faber)만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놀아야 한다고 말한다. 인간은 놀면서 창작하고, 자신의 존재를 확인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혹시 평소 노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있다면 털어버리시라. 인간은 본디 그러한 존재다. 베네치아 카니발은 혼돈과 익명성 속에서 놀이하며 재미를 느끼게 한다는 점에서 인간 본질에 다가가 있다. 축제는 누구나 놀이할 수 있게 허락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쉽게 풀어보면 노래방이 광장으로 나와 있는 것과 같다. 축제 성격에 따라 그 과정을 풀어서 적용할 방법은 다를 것 같다. 나도 안다 그게 참 어렵다는 걸. 베네치아 카니발은 역사가 900년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0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다 01283
  • 등록일 : 2012-07-01
  • 발행일 : 2012-07-01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창간일 : 2012년 7월 1일
  • 굿모닝충청(인터넷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7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아00326
  • 등록일 : 2019-02-26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굿모닝충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굿모닝충청.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mcc@goodmorningcc.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