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공화국에 제동을 건 헌재
검찰공화국에 제동을 건 헌재
검찰정상화법 개정은 유효하다.
  • 조하준 시민기자
  • 승인 2023.03.24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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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주도로 작년에 개정된 검찰 정상화 입법을 놓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검사 6명이 국회의장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 심판청구를 낸 바 있었다. 마침내 23일에 이 심판청구에 대한 판결이 헌법재판소에서 열렸다.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이 판결은 결국 재판관 5 : 4 의견으로 각하되었다. 헌재는 국회 입법 과정에서 당시 법제사법위원장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을 침해했다면서도, 법사위원장과 국회의장의 법률 가결 선포 행위는 무효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각하 판단을 내린 다수 의견(유남석 소장·이석태·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검수완박' 입법은) 국회가 입법사항인 수사권·소추권의 일부를 행정부에 속하는 국가기관 사이에서 조정·배분하도록 개정한 것"이라면서 "검사들의 헌법상 권한 침해 가능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검사의 수사권이 헌법에 근거를 두는지는 이번 재판의 최대 관심사였다. 법무부, 검찰은 영장 신청의 주체를 검사로 규정한 헌법 123항과 16조를 근거로 검사의 수사권이 헌법에 보장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다수 의견은 수사권·소추권이 행정부 중 어느 '특정 국가기관'에 전속적으로 부여된 것으로 해석할 헌법상 근거는 없다고 봤다.

"헌법상 검사의 영장 신청권 조항에서 '헌법상 검사의 수사권'까지 논리필연적으로 도출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영장 신청권이 검사에게 있긴 하지만 이는 강제수사 남용 가능성을 통제하려는 취지에서 헌법에 도입된 것이지 이를 곧바로 '헌법상 검사의 수사권'으로 연결짓는 건 무리라는 취지다. 헌재는 수사권이 검사의 '법률상 권한'이므로 국회의 법률 개정으로 얼마든지 조정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수사권의 주체도 국회가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헌법상 국가기관'만 청구할 수 있는 권한쟁의심판의 특성상 검사가 청구인 자격을 갖는지는 또 다른 쟁점이었다. 헌재는 검사가 '검찰정상화법'(검찰청법·형사소송법 일부 개정)으로 법률상 권한에 영향을 받는 만큼 권한쟁의를 청구할 수 있는 국가기관이라고 인정했다.

다만 검찰정상화법이 법무부 장관의 법률상 권한을 제한하진 않는 만큼 한동훈 장관의 청구인 자격은 없다고 판단했다. 법무부 장관이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만 지휘·감독할 권한이 있으나, 검찰정상화법으로 이 같은 지휘·감독 권한이 침해되는 건 아니라고 해석했다.

반대 의견을 낸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재판관은 "헌법상 기능적 권력분립의 관점에서 ('검찰정상화' 입법은) 절차와 내용 모두에 있어 헌법상 한계를 일탈해 국가기관 상호간 협력과 통제의 관계를 광범위하게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이들 네 재판관은 '검찰정상화' 입법 행위를 취소해야 한다고도 판단했다.

헌재는 국민의힘 유상범, 전주혜 의원이 국회 법사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권한쟁의 심판청구는 재판관 54 의견으로 일부 인용했다. 헌재는 "법사위원장은 회의 주재자의 중립적 지위에서 벗어나 조정위원회에 관해 미리 가결 조건을 만들어 실질적인 조정 심사 없이 조정안이 의결되도록 했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도 토론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다""국회법과 헌법상 다수결 원칙을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입법 과정에서 법사위원장이 민주당 소속이던 민형배 의원이 '위장 탈당'했다는 사실을 알고도 안건조정위원으로 선임했다는 지적이다. 헌재는 다만 국민의힘이 이 법을 가결·선포한 국회의장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는 재판관 54 의견으로 기각했다. 다수 의견은 "청구인들은 모두 본회의에 출석해 법률안 심의·표결에 참여할 권리를 보장받았고, 실제 출석해 개정법률안 및 수정안에 대한 법률안 심의·표결에 참여했다"며 권한 침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법무부와 검찰의 권한쟁의에 각하 의견을 낸 유남석 소장과 이석태·김기영·문형배 재판관 4명은 국민의힘 측 권한쟁의도 모두 기각해야 한다고 봤다. 반대로 법무부·검찰의 손을 들어 준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재판관 등 4명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심의·표결권 침해를 인정하고 개정안 가결 선포 행위도 무효로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캐스팅보트를 쥔 이미선 재판관은 법사위원장의 회의 진행에 따른 국민의힘 의원들의 권한 침해는 인정했지만, 법사위의 가결 선포 행위까지 무효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국회의장의 개정 법률 가결 선포 행위도 문제가 없다고 봤다. 결국 법사위원장의 권한 침해만 인정할 수 있고, 법사위와 국회 본회의에서의 검찰정상화법 가결 자체는 모두 유효하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검찰정상화법은 현행 규정을 유지할 법적 근거를 갖추게 됐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또 한 번 패배의 기록을 갖게 되었다. 검찰공화국으로 치닫는 현재 정부의 망동에 헌법재판소가 제동을 건 셈이 되었다

헌재의 이 같은 판결이 나오자 대검찰청은 23일 입장문을 내고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국회 입법행위 절차에서 위헌·위법성이 있음을 확인해 준 점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국민의 기본권 보호와 직결된 법률의 위헌성 여부에 대한 실질적 본안판단 없이 형식적으로 판단해 54로 각하한 점은 아쉽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어떠한 법률과 제도 아래에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본연의 업무를 흔들림 없이 수행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기자간담회를 열어 "헌법 정신에 기인해 국회 입법권과 검찰개혁 입법 취지를 존중한 결정"이라며 "권력기관 개혁은 시대적 과제이자 국민의 명령이었다"고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윤석열 대통령도 헌재의 판단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오만과 독선에서 벗어나 국민과 국회를 존중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개혁 입법을 무력화하려던 시도에 대해 분명하게 사과하고, 당장 불법 시행령부터 원상회복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박 원내대표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검사들이 '검수완박' 법안이 헌법상 검사의 권한을 박탈했다며 제기한 권한쟁의 심판에 대해서도 "입법권에 도전하며 법치에 어긋난 무리한 소송을 했다"고 비판했다. 또 박 원내대표는 "한 장관은 (심판을) 청구해놓고 판단이 나오기도 전에 불법 시행령으로 검찰의 수사 범위를 모조리 되돌렸다""반헌법적인 불법 시행령으로 입법권을 무력화하고, 삼권분립을 무너뜨렸다"고 지적했다. 다만 박 원내대표는 "헌재에서 일부 절차상의 문제를 지적해 국회의원들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받았다고 한 것에는 유감"이라고 밝혔다.

헌재의 판결에 불복하는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
헌재의 판결에 불복하는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

반면에 국민의힘은 펄펄 뛰었다. 국민의힘은 잘못된 판단이라고 반발하며 아주 심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헌재 판단 직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위장 탈당에 의한 안건조정위원회 문제점, 일방 통과된 문제점, 안건조정위에서 통과된 법안과 다른 법안을 법제사법위원장이 가결 선언함으로써 사실상 무효 판결까지 돼야 했었는데 거기에 이르지 못한 점에 대해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미 판결은 나왔고 더 이상 논쟁을 이어가는 것은 무의미하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단심제이고  한 번 판결이 나오면 그것으로 끝이다. 검찰의 수사권을 제한하는 검찰정상화법은 유효하다고 헌법재판소에서 판결을 내린 이상 더 이상 이러쿵저러쿵할 필요 없이 수용해야 한다. 특히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헌재 판결 이전에 제멋대로 제정한 그 시행령부터 폐지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진정으로 승복하는 자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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