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호크들의 위험한 불장난
치킨 호크들의 위험한 불장난
또 다시 등장한 자체 핵무장론
  • 조하준 시민기자
  • 승인 2023.03.28 13: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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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지난 2월 20일에 자체 핵무장론을 주장한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
지난 2월 20일에 자체 핵무장론을 주장한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

치킨 호크(Chicken Hawk). 이 말은 미국의 속어인데 직역하면 매 흉내를 내는 닭이란 뜻이다. 다만, 치킨에는 겁쟁이란 뜻도 있기에 의역을 하자면 용감한 척하는 겁쟁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이 단어의 유래는 냉전시대 미국 정계에서 비롯되었다.

보수정당인 공화당은 냉전시절에 공산권 국가를 상대로 유화책을 쓰자는 입장인 진보정당 민주당을 향해 빨갱이라고 비난하곤 했다. 그래서 전자를 매파, 후자를 비둘기파라고 불렀다. 그런데 이후에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나는데 매파 공화당 인사들 중에는 병역기피자들이 즐비했던 반면에 비둘기파 민주당 인사들 중에는 제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들이 즐비했던 것이다. 거기서 나온 말이 바로 치킨 호크이다.

안전한 요새 속에 있는 자들은 전쟁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모른다. 애꿎은 장병들의 목숨은 파리 목숨처럼 갈아넣으면서 정작 자신들은 요새 안에 틀어박혀 목청만 높이고 있다. 최근 들어 이 요새 속의 주전론자들이 끊임없이 정부와 여당에서 출몰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5일 방일을 앞두고 일본 <요미우리> 신문과 단독 인터뷰에서 '한국에서는 일부에서 핵보유론이 제기되고 있다. 핵확산 방지조약(NPT)과 미국의 '확대억지'에 대한 생각은'이라는 질문을 받고 "우리 과학기술에서는 얼마든지 단시간에 북한 이상의 핵무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데 왜 만들지 않는가 하는 여론의 목소리 가 많이 있다"고 말해 주목을 받았다.

물론 전제는 "기본적으로 NPT 체제를 존중한다"고 했지만, '우리도 얼마든지 단시간에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는 뉘앙스의 말을 언론, 특히 일본 언론과 같은 외신을 통해 강조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일본인들이 보는 신문에 '우리도 핵무기 만들라는 여론이 있다'고 공언한 셈이었다.여기에 윤 대통령이 지난 1'일본은 6개월이면 (핵무장이) 된다'는 발언을 한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동아일보>27일자 보도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 국방부, 외교부 업무보고 당시 국내외 핵무장 여론에 대해 "우리 과학기술로 앞으로 빠른 시일 내에(자체 핵을 보유할 수 있다), 일본은 6개월이면 된다고 하고"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일본은 6개월' 발언은 당시 대통령실이 공개한 발언록에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한다. 4월 방미를 앞두고 '자체 핵무장' 여론에 불을 지피는 듯한 모습으로 해석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당시 업무보고 마무리 발언에서 "(북핵) 문제가 심각해지면 대한민국에 전술핵 배치를 한다든지 우리 자신이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그렇게 되면 우리 과학기술로 더 빠른 시일 내 우리도 (핵을) 가질 수 있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었다.

물론 윤 대통령은 <요미우리> 신문 인터뷰에서도 NPT 체제를 언급하며 핵무장론 자체에는 회의적 입장을 전했다. 그는 "확대 억제를 더욱 충실히 하고, 미국의 핵자산의 운용과 정보 공유에 있어서 어떠한 참가 기회를 보장되는지 등(을 검토해), 북한의 핵의 위협에 대처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우선 적인 판단"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서는 지속적으로 '자체 핵무장'을 강조하는 강경 발언이 난무하고 있다. 온갖 '극우적 발언' 등이 난무했던 전당대회 과정에서도 '핵무장론'이 나왔다. 지난 223TV 토론 과정에서 김기현 대표는 "윤석열 정부에선 우리가 주도하는 진짜 평화를 만들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핵무장을 통해 힘의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시적 핵무장' 등 비현실적 발언 등을 해 왔던 태영호 최고위원은 20일자 <매일신문> 인터뷰에서 "북한이 어제(19) 공중핵폭발실험을 했다""경제보다 안보가 우선이다. 또 종국엔 자체 핵무장으로 가야 한다. 미국을 설득해서 자체 핵무장을 통해 핵균형을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 놓았다.

1000만 서울시민을 책임지는 오세훈 서울시장도 지난 1"우리와 미국이 같이 펴고 같이 쓸 수 있는 '능동적 핵우산' 전략이나 독자적 핵무장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홍준표 대구시장 등도 '자체 핵무기 보유론' 등을 강조해 온 강경 성향의 인물들이다.

4월 방미를 앞두고 '자체 핵무장' 등을 주장해 온 국내 '극우 여론'불을 지피는 듯한 모습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여론에 호응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자체 핵무장론이나 전술핵 재배치는 '한반도 비핵화'의 대원칙을 허무는 것이어서 국내외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

대한민국은 핵확산 금지조약(NPT)에 가입되어 있는 나라이고 19911231일에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통해 핵무기 보유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 당시 대통령은 바로 보수 정당이 배출했던 노태우 씨였다

만약 우리가 자체 핵무장을 하려면 우선 NPT부터 탈퇴해야 하고 32년 전에 했던 비핵화 선언마저 모두 휴지조각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럼 다른 나라가 과연 가만히 있을까? 그렇게 해서 피해를 온몸으로 겪고 있는 나라가 바로 우리 북쪽에 있지 않은가? 북한의 모습을 보고서도 자체 핵무장 소리가 나오는가? 핵전력의 균형을 맞추려다가 5,000만 국민들이 전부 고사당할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북한이 핵무기에 집착하는 이유는 다른 나라를 공격하는데 쓰기 위해서가 아니다. 자신들이 협상할 때 쓸 카드로 이용하기 위해서였다. 무장강도들이 인질들을 잡아두고 총으로 위협하며 경찰들을 향해 가까이 오면 쏴 죽인다!”고 엄포를 놓는 걸 생각해보라. 과연 무장강도가 인질을 정말로 죽이려고 그렇게 위협하고 엄포를 놓겠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무장강도의 진짜 목적은 금품이지 인질의 목숨이 아니다. 강도죄만으로도 중죄인데 거기서 인질들을 정말 쏴 죽이면 살인죄까지 추가되어 더욱 경찰의 추적 강도가 높아진다. 인질들을 위협하는 이유는 경찰들의 접근을 막고 자신이 원하는 목적을 이루기 위한 벼랑 끝 전술이다. 경찰들 입장에서도 일단 인질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라도 한 발 물러설 수밖에 없을 테니까.

북한도 마찬가지다. 핵무기를 들고 콱 이거 터트려 버린다!”고 위협을 하고 엄포를 놓으면서 자신들이 현재 처한 위기를 타개하고자 하는데 그 목적이 있는 것이다. 당장 북한 스스로가 주적이라 지칭하는 미국은 북한의 핵전력보다 수십 배는 더 강한 핵전력을 보유하고 있는데 정말 핵폭탄을 발사하는 순간 북한의 미래는 없다. 아무리 북한이 막가파라고 해도 그걸 모르는 집단은 아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들고 위협을 하면 무장강도들을 회유하는 경찰들과 같이 미국 입장에서도 일단 자국과 동맹국들의 안위를 위해서라도 우선 협상 테이블을 마련할 수밖에 없을 테니까 그렇게 하는 것이다. , 북한의 핵무기는 대외공격용이 아닌 대외협상용이고 협상 테이블에서 몸값을 높이기 위해 내놓는 벼랑 끝 전술인 것이다.

만약 자국에 어느 정도 만족할 만한 이익이 돌아오면 다시 비핵화로 돌아설 것이다. 실제로 20182019년에 잠시 남북 간에 해빙기가 도래했을 때 북한은 그럴 움직임을 보였고 북미수교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관측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걸 엎어버린 자들이 바로 미국의 네오콘과 일본이었다. 2019년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의 주범이 네오콘의 끄나풀이었던 존 볼턴이란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 아닌가?

북한이 최근 들어서 미사일 발사를 강행하고 있는 것은 사실 지금 그들도 대화를 원하고 있고 대화 채널을 열어달라고 무력시위를 벌이는 것이다. 우리 입장에선 이해가 안 되겠지만 이게 북한식 제스처다. 지금 북한은 제 2의 고난의 행군 소리가 나올 정도로 경제가 더욱 악화된 상태다. 특히 계속되는 대북제재와 코로나바이러스 방역을 위해 스스로 국경을 폐쇄하면서 경제난이 더욱 심각해졌다.

그렇기에 북한 입장에서도 대북제재를 우선 해제하거나 약화시켜야 뭔가 숨통이 트인다. 이걸 하려면 대화를 해야 하니 대화 채널을 열어달라고 자기들 목소리를 들어달라고 계속 미사일을 쏘는 것이다. 이렇게 아마추어인 필자 입장에서도 훤히 보이는데 어째서 프로라는 여당 정치인들은 생뚱맞은 헛소리를 하고 있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

북한의 핵무기가 문제가 되면 대화와 협상을 통해 비핵화를 이끌어낼 생각은 않고 기껏 생각한다는 게 자체 핵 보유니 전술핵 재배치니 하는 것인가? 우리가 자체 핵을 보유하면 북한처럼 즉시 경제제재를 받게 될 것이고 무역으로 먹고 사는 우리 입장에선 다 같이 죽자는 소리밖에 안 된다.

그리고 자체 핵을 보유하면 북한은 더욱 더 신나게 핵무기 숫자를 늘릴 것이고 중국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일본이라고 가만히 있을까? 일본 또한 동아시아 정세가 위태롭다는 핑계를 대고 평화헌법 개정을 시도해 자위대를 군대로 격상시키며 역시 핵 보유를 시도할 것이다. 그럼 동아시아는 사실상 몽골을 빼고 핵무기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될 것이다.

왜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불장난을 저지르려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전쟁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모르나 본데 전쟁은 컴퓨터 게임이 아니다. 게임은 지면 리셋이 가능하지만 전쟁은 한 번 죽으면 그대로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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