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m 방공호 따라 유해 40구…손목에는 삐삐선이
14m 방공호 따라 유해 40구…손목에는 삐삐선이
진실화해위원회, 충남 아산 성재산 부역혐의 희생사건 첫 유해발굴 현장 공개
  • 김갑수 기자
  • 승인 2023.03.28 13: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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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아산시 배방읍 공수리 성재산 방공호에서 한국전쟁 당시인 73년 전 집단학살 정황을 생생히 보여주는 온전한 형태의 유해와 유품이 다수 발굴됐다. (진실화해위원회 제공/ 굿모닝충청=김갑수 기자)
충남 아산시 배방읍 공수리 성재산 방공호에서 한국전쟁 당시인 73년 전 집단학살 정황을 생생히 보여주는 온전한 형태의 유해와 유품이 다수 발굴됐다. (진실화해위원회 제공/ 굿모닝충청=김갑수 기자)

[굿모닝충청 김갑수 기자] 충남 아산시 배방읍 공수리 성재산 방공호에서 한국전쟁 당시인 73년 전 집단학살 정황을 생생히 보여주는 온전한 형태의 유해와 유품이 다수 발굴됐다.

이곳은 제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위원장 김광동, 진실화해위)의 첫 유해 발굴지인 ‘아산 부역혐의 희생사건’ 현장이다.

진실화해위는 지난 7일부터 20여 일간 현장에서 유해발굴을 진행해 왔다. 이는 한국전쟁 당시 부역혐의 사건에 대한 첫 국가 차원의 유해발굴이기도 하다.

진실화해위는 한국전쟁 당시 생생한 집단학살 상황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28일 오전 현장을 언론에 공개했다.

이곳은 1950년 10월 4일 온양경찰서 업무가 정상화되면서 좌익 부역혐의 관련자와 그 가족들을 매일 밤 1~2회에 걸쳐 40~50명씩 트럭에 실어 성재산 일대와 온양천변에서 학살한 다음 그 시신을 유기한 장소다.

또한 1951년 1.4 후퇴 시기인 1월 초에는 “도민증을 발급해 준다”며 배방면사무소 옆 곡물창고 2개와 모산역 부속창고에 좌익 부역혐의 관련자와 그 가족들을 구금한 뒤 한 가정에 남자아이 1명만 제외하고 수일간 수백 명을 집단학살·유기한 지역이기도 하다.

이번 발굴에선 최소 40구의 유해가 확인됐다. 이들 대부분은 건장한 남성으로 나이는 2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으로 추정되고 있다. 유해는 온전한 행태로 발굴됐으며, 모두 부역혐의자로 짐작되고 있다.

폭 3m, 길이 14m 방공호를 따라 빽빽한 상태로 드러나 이곳에서 집단학살 당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발굴에선 최소 40구의 유해가 확인됐다. 이들 대부분은 건장한 남성으로 나이는 2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으로 추정되고 있다. 유해는 온전한 행태로 발굴됐으며, 모두 부역혐의자로 짐작되고 있다. (진실화해위원회 제공)
이번 발굴에선 최소 40구의 유해가 확인됐다. 이들 대부분은 건장한 남성으로 나이는 2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으로 추정되고 있다. 유해는 온전한 행태로 발굴됐으며, 모두 부역혐의자로 짐작되고 있다. (진실화해위원회 제공)

유해 대부분은 무릎이 구부러지고 앉은 자세인 L자 형태를 보이고 있어, 학살 후 좁은 방공호에 바로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머리 위에서는 파랗게 녹슨 탄피가 발견됐으며, 손목에는 군용전화선인 일명 ‘삐삐선’이 감긴 상태였다. 다른 유해들은 집단으로 손목뼈에 삐삐선이 감긴 채로 발견되기도 했다.

현장에서는 학살 도구로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A1 소총 탄피 57개와 탄두 3개, 카빈 탄피 15개, 일제강점기 일본군이 사용한 99식 소총 탄피 등이 다량 발굴됐다. 유품은 단추 다수와 벨트 8개, 신발 39개 등이 수습됐다.

진실화해위는 지난해 5월 아산시와 아산시유족회가 이곳에서 진행한 시굴조사 결과 유해 일부와 탄피가 확인됨에 따라 발굴 가능지역으로 선정하고 유해발굴을 진행해 왔다.

이번에 발굴된 유해들에 대해선 세척 등 4월 중순까지 수습 작업을 거치게 된다. 인근 아산시 염치읍 백암리 새지기 2지점(산96-4)에서도 부역혐의 희생사건 유해발굴이 이어진다.

한편 제1기 진실화해위는 지난 2009년 5월 ‘아산 부역혐의 희생사건’을 1950년 9월에서 11월 사이 온양경찰서 소속 경찰과 치안대(대한청년단, 청년방위대 및 향토방위대, 태극동맹)가 지역주민들을 인민군 점령 당시 부역혐의로 몰아 성재산 방공호와 수철리 금광굴, 염치리, 대동리 일대에서 집단학살한 사건으로 규정한 바 있다.

머리 위에서는 파랗게 녹슨 탄피가 발견됐으며, 손목에는 군용전화선인 일명 ‘삐삐선’이 감긴 상태였다. 다른 유해들은 집단으로 손목뼈에 삐삐선이 감긴 채로 발견되기도 했다. (진실화해위원회 제공)
머리 위에서는 파랗게 녹슨 탄피가 발견됐으며, 손목에는 군용전화선인 일명 ‘삐삐선’이 감긴 상태였다. 다른 유해들은 집단으로 손목뼈에 삐삐선이 감긴 채로 발견되기도 했다. (진실화해위원회 제공)

조사 결과 희생자 77명의 신원이 확인됐으며, 참고인 진술에 따라 약 800여 명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배방면은 9.28 수복 시기 최소 200여 명, 1.4 후퇴 시기 300여 명이 희생된 것으로 집계됐다.

당시 희생자들은 가족 단위로 살해돼 유족이 없는 경우가 많아 유해 수습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또한 부역혐의 사건의 특성상 가해자와 피해자 자손들이 공동체 내에서 어울려 사는 경우가 많아 유해발굴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게 진실화해위의 설명이다.

앞서 아산시가 지난 2018년 자체 진행한 유해발굴 결과 총 208구를 수습하기도 했다. 발굴 결과 어른 150명, 어린이 58명으로 확인됐으며, 은비녀 48점과 플라스틱비녀 3점 등도 수습됐다.

매장 경위는 1951년 1월 6일 저녁 6시부터 8시까지 전원 총살한 뒤 불을 지른 후 시신을 폐금광에 유기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해당 유해는 2018년 5월 세종시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추모관에 임시 안치된 상태다.

진실화해위 관계자는 “실효성 있는 유해발굴과 활동 종료 이후 사업 지속을 위해 지난해 7월 ‘유해매장 추정지 실태조사 및 유해발굴 중장기 로드맵 수립 최종보고서’를 발굴했다”며 “이를 근거로 전국 6개 지역 7개소를 선정해 유해발굴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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