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길, 에티오피아 하와사 대학 (Hawassa University) 교수] 카페에서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는 연인, 답답한 회의실에서 잠시 빠져나와 찬 바람 맞으며 머리를 식히는 회사원, 늦은 밤 졸음을 쫓으며 몰두하는 취업 준비생. 그 옆에 가지런히 놓인 따뜻한 커피 한 잔. 앗, 아아도 있겠다.
우리네 생활 속에서 커피는 이렇게나 익숙하다. 이 익숙함에는 커피 산지, 가공 방법, 혼합 방법, 추출 방법, 마시는 방법에 따라 달라지는 맛과 향에 대한 아주 세세한 정보도 포함된다.
이 정도면 주식인 쌀보다 커피가 더 가까운 것 아닐까? 하지만 커피에 관해 그리 익숙하지 않은 것도 많다. 그중 하나는 커피 재배 방식에 관한 것이다.
기후 여건상 커피를 재배할 수도 없는 우리가 그걸 꼭 알아야 할까? 되물을 수 있다. 하지만 커피 재배 방식이 우리가 이루어야 할 탄소중립, 매우 걱정하는 기후변화와 깊은 관련이 있다면 관심을 가져볼 만하지 않을까?
커피 재배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커피를 숲에서 다른 나무와 함께 재배하는 방식이다. 사람의 키만큼 자라는 커피나무는 다양한 나무들 사이에서, 특히 키가 큰 나무가 드리우는 그늘에서 자라난다. 다른 하나는 커피나무만 재배하는 방식이다.
마치 사과밭에 줄지어 늘어선 사과나무처럼 커피나무가 촘촘하게 줄지어 재배된다. 편의상 전자를 숲 커피, 후자를 밭 커피라 부르자. 숲 커피는 전통적인 커피 재배 방식이고, 밭 커피는 근대화 산물이라 해도 무방하다.
세계적으로 숲 커피가 밭 커피로 바뀌고 있으며, 아예 처음부터 대단위 밭 커피 농장을 조성하기도 한다. 이러한 변화에는 지역에 따라 다른 요인이 작용하나, 공통적인 이유로 꼽히는 것은 밭 커피 방식이 커피 대량 생산과 관리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커피 재배 종사자들의 주장과 관련 분야의 연구 결과를 종합하여 보면, 이러한 변화는 의외의 결과를 가져온다. 전통 방식인 숲 커피는 산림을 보전하고, 생물종 다양성을 유지하며, 토양도 비옥하게 하고, 커피의 품질도 좋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이 방식이 커피를 생산하면서 숲의 나무와 토양에 탄소를 저장하고, 토양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도 줄인다는 것이다. 즉, 기후변화를 막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반면 대량 생산을 위한 밭 커피 방식으로 전환하면 산림 황폐화를 유발하고, 생물종 다양성을 저하시키며, 토양의 비옥도를 떨어뜨려 화학 비료를 사용하게 만드는데 이 과정에서 다량의 온실가스가 발생한다.
또한 현재 커피 생산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기후변화에도 매우 취약해진다. 따라서 이러한 점을 널리 알리고, 전통 방식의 숲 커피 재배지를 유지하고 더욱 확대하려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다행히 이런 움직임이 조금씩 확산되고 있다.
숲 커피를 유기농 커피 인증과 공정 무역에 연결해 영세 숲 커피 농가의 수입을 늘리고, 숲 커피 재배 과정에서 얻는 탄소 저장 및 온실가스 저감 능력을 국제 탄소시장에서 거래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커피와 함께 일상을 이어가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그리 어렵지 않다. 내일 아침에 들르는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하면서 이렇게 묻는 것이다. 숲에서 자란 커피인가요? 줄여서도 묻자. 숲커피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