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연환 기자] 교육부가 추진중인 ‘글로컬대학 30 사업’과 관련해 충남대학교와 한밭대학교가 통합을 전제로 공모 선정을 위한 협의를 마친 가운데, 대학 구성원 사이에선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충남대 제9대 교수회(회장 최인호)가 지난 26일 교수진과 학생을 비롯한 내부 구성원에게 두 대학의 글로컬대학 사업 공동 추진에 대한 입장을 표명한 것.
29일 <굿모닝충청>이 입수한 이 입장문에서 교수회는 “대학본부는 최근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글로컬대학 30’사업 (글로컬대학 사업)을 준비하면서 한밭대와의 통합계획을 신청서에 포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글로컬대학 사업에 별개의 사안인 통합문제를 결부시킴으로써 구성원이 합의했던 ‘통합 논의의 시작’이 어느새 ‘통합의 일방적인 추진’으로 둔갑했다”고 규탄했다.
교수회는 “정종율 기획처장의 답변(충남대 제1차 사업설명회)과 오용준 한밭대 총장의 발언(공청회)에서 이같은 사실이 확인됐다”며 “또한 신뢰할 만한 정보에 따르면 수 차례 양 대학 총장 간 비밀 단독회동을 통해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어 교수회는 “5월 중 글로컬대학 예비지정이 되면 본지정 신청을 위해 6주 내외의 짧은 기간에 두 대학은 상세한 통합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또한 대전시, 지역산업계와의 협의한 내용을 포함시켜야한다”며 “통합계획에는 ▲학과 통‧폐합 ▲학생‧교수‧직원의 정원 감축 및 조정 ▲행정조직 개편 등이 들어가야 한다. 구성원의 동의를 얻을 수 있고 학교 발전에 진정 도움이 되는 통합계획을 이 짧은 시간 내에 수립한다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계속해서 “사업에 선정되면 실행계획서 이행이 강제돼 중요사항을 변경할 수 없어서 통합계획은 되돌릴 수 없을 것”이라며 “따라서 직원과 학생, 각 학과 등에 발생하는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고, 추후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구성원 간에 첨예한 갈등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교수회는 또 “예비지정에서 본지정 신청까지의 촉박한 일정을 고려하면 통합계획안에 대한 평가와 토론의 기회는 사실상 박탈된 것”이라며 “이런 식의 졸속 추진은 내용과 절차에서 모두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으며 향후 엄청난 후유증과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양교 총장의 합의는 통합에 대한 논의에 대해 찬성한 구성원에 대한 약속 위반이고, 교육부의 새로운 정책을 ‘묻지마 통합’의 명분으로 악용하고 있다”며 “분명한 사실은 충남대 구성원들은 통합 자체를 찬성하지 않았고, 찬반투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글로컬대학 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통합계획을 신청서에 포함한다는 것은 지난해부터 대학본부가 그토록 강조했던 절차적 정당성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끝으로 교수회는 “거점국립대로서 통합계획 없이는 글로컬대학 사업 선정에 자신할 수 없다는 주장은 총장의 무책임과 무능력을 자인하는 것”이라며 “이 문제에 대한 해명과 빠른 시일 내에 총장이 참석하는 교수회-본부 주관의 공청회 개최를 정식으로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에 맞서 충남대 정종율 기획처장은 이에 대응하기 위한 입장문을 통해 통합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정 처장은 “일부 구성원들 사이에선 ‘거점국립대인 우리 대학이 설마 사업에 탈락할까’, ‘학생정원 감소는 다른 사립대나 지방대가 걱정해야지’라는 반응을 보이지만 상황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며 “교육부는 현재의 대학 규모나 실적을 평가 기준으로 삼는 것이 아닌 대학을 새롭게 설계하는 혁신안을 제시하는 곳을 선정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처장은 “이미 통합을 진행한 거점국립대들은 통합과정을 통해 확보한 여유 정원의 감축 등을 포함해 다양한 구조개혁을 진행하는 동시에 글로컬대학에 선정되기 위해 교대 등을 포함한 다른 기관과의 통합을 또다시 추진하고 있다”며 “사립대학의 경우 지역 사립대를 통‧폐합해 하나의 클러스터로 구성하겠다는 혁신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파악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졸속 통합과 밀실 합의라는 주장에 대해선 “지난주부터 글로컬대학 사업과 관련된 5회의 공식적인 설명회와 더불어 교수회와 학생회, 직능단체 협의회와의 연속 간담회 등을 통해 공론화 과정을 거치고 있다”며 “두 대학 총장은 지난 12월 28일 ‘대학 통합 논의 공동 선포식’을 통해 공식적으로 통합 논의를 시작해왔으며 통합모델 준비를 꾸준히 수행해 오는 과정에 이번 글로컬대학 사업을 만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공모에 참여하기까지 불과 한 달여 정도 남았고, 사업을 희망하는 모든 대학에 주어진 시간은 같다. 1년 넘게 우리 대학의 혁신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과정에서 글로컬대학 사업을 만난 것이기에 이 사업에 대한 준비는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라며 “교수회를 비롯한 학교 구성원들이 대학 통합이라는 우리의 미래를 결정할 사안에 대해 비판을 넘어서 대학본부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대안’을 더욱 적극적으로 제시해 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글로컬대학 사업은 과감하게 혁신하는 지방 대학을 대상으로 올해 10개 내외와 오는 2027년까지 총 30개 대학을 선정, 5년간 약 1000억 원을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