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시민들에게 사죄를 올린 전두환의 손자
광주 시민들에게 사죄를 올린 전두환의 손자
할아버지의 죄를 대신 사죄한 손자
  • 조하준 기자
  • 승인 2023.04.02 1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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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지난 31일에 전두환 씨의 손자 전우원 씨가 광주광역시를 방문해 5.18 민주화운동 당시 희생자들의 묘역을 참배하고 희생자 유가족들에게 사죄를 올렸다. 5.18 민주화항쟁이 있고 만 4210개월만에 할아버지의 죄를 대신해 손자가 사죄를 올린 것이다. 전두환 씨 일가를 통틀어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사죄를 한 사람은 전우원 씨가 최초다.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의 유가족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우원 씨는 양의 탈을 쓴 늑대들 사이에 숨어 항상 제 죄를 숨기고 그들이 죄를 짓고 있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저에게 피해가 갈까 두려워 그 사실을 외면한 채 살아왔습니다.”고 말했다. 또 전 씨는 광주에 오고 나서 너무 따뜻하게 대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정말 죽어 마땅한 저에게 이렇게 사죄를 드릴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정말로 감사드립니다.”고 덧붙였다.

말하는 중간중간에 감정이 북받친 듯 참회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런 전 씨의 사죄에 광주 시민들도 따뜻하게 받아주었다. 43년 전 아들들을 잃었던 희생자들의 어머니들은 전 씨의 손을 맞잡고 안아주며 따뜻한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전 씨는 그 희생자 유가족들 앞에서 큰절을 올리며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는 말을 남겼다.

이후 전 씨는 국립 5.18 민주묘지를 방문해 묘역을 돌며 참배를 했다. 희생자들의 묘비를 일일이 자신의 외투로 하나하나 깨끗이 닦으며 할아버지가 지은 죄에 참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재수 군의 큰형인 전재룡 씨는 전 씨를 향해 이렇게 할아버지가 하지 못했던 일, 아버지가 하지 못했던 일을 해주셔서 고맙습니다.”고 감사를 아끼지 않았다.

문재학 열사의 어머니인 김길자 씨도 아들의 무덤을 향해 재학아, 전두환 손자가 와서 사과한단다.”고 말하며 전 씨의 사죄에 진심으로 환영하는 듯한 말을 남겼다. 이번의 일로 인해 40년이 넘도록 한을 풀지 못했던 광주시민들의 한이 조금이나마 풀렸기를 바라고 또 바라본다.

광주시민들은 전우원 씨의 사죄를 받아들이며 따뜻하게 안아주면서 용기를 잃지 말도록 격려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지금의 그 마음이 변하지 말기를 바란다는 당부도 남겼다. 전 오월어머니집 관장이었던 이명자 씨는 “5.18의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우원 씨가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을 거라고 봅니다. 그 가해자들이 양심선언을 하기를 저희들은 바라고 있거든요.”는 말을 남겼다.

아직도 광주시민들의 40년 넘게 맺힌 한은 완전히 다 풀리지 않았다. 노태우 씨의 아들과 전두환 씨의 손자 두 사람만이 개인적으로 사죄를 올렸을 뿐 가해자들 대다수는 여전히 사죄를 하지 않고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끝끝내 사죄를 하지 않은 채 저승으로 도피한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그것도 모자라 지만원 등의 극우 인사들은 지금도 이른바 광수찾기 놀이를 하며 5.18 민주화운동을 북한 인민군의 개입과 사주로 인해 벌어진 폭동인 양 왜곡, 선동하고 있다. 지만원이 주장하는 광수란 광주에 잠입한 북한 특수부대라는 뜻이다. 그 당시 사진에 찍혔던 인물들과 북한 인민군 내 고위층 인물 사진을 보고 닮았다 싶으면 무조건 광수라고 하는 게 지만원의 방식이다.

기존의 가해만으로도 가슴에 대못이 박혔는데 그것도 모자라 2, 3차 가해까지 저질렀던 것이다. 그러니 세월이 흘러도 한이 풀리기는커녕 오히려 더 큰 한이 맺혔던 광주시민들이었다. 이번 전두환 씨의 손자 전우원 씨를 향한 광주시민들의 모습을 보면 이들은 가해자 측에서 진심어린 반성과 사죄를 보이면 언제든 용서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전우원 씨는 태어나지도 않았고 적어도 그 사건과 관련해서 그에게 있는 죄라고는 오로지 전두환의 손자로 태어난 죄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아버지를 대신해 사죄를 올렸다. 이 전우원 씨의 사죄를 시작으로 그 당시 가해자들이 광주에 찾아가 40년 전의 죄에 대해 사죄를 이어나갔으면 한다. 광주시민들은 당신들이 진심어린 반성과 사죄를 하기만 하면 용서를 할 준비가 되어 있다. 이젠 당신들이 행동을 보여야 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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