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옛날 잔칫집 같아서 좋아"…"쉴 틈 없어도 즐거워"
[르포] "옛날 잔칫집 같아서 좋아"…"쉴 틈 없어도 즐거워"
1일 재개장한 예산상설시장 장터광장…평일 오후에도 북적북적
  • 이종현 기자
  • 승인 2023.04.06 14: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5일 오후 충남 예산상설시장 장옥 마당. (사진=굿모닝충청 이종현 기자)
5일 오후 충남 예산상설시장 장옥 마당. (사진=굿모닝충청 이종현 기자)

[굿모닝충청 예산=이종현 기자] “지금 주문해도 한 시간 정도는 기다려야 뎌. (손으로 멀리 가리키며) 주말에는 저~기까지 줄을 서”

“이게 다 연돈 볼카츠 줄인겨?”

“(파기름 국수) 맛보려고 하는데 준비 중이라네요. 30분 뒤에나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요”

5일 오후, 충남 예산상설시장 방문객들이 놀라운 듯 말을 주고 받는다.

기자가 시장을 찾은 건 이날 오후 3시 30분쯤.

소수의 상인만 천막을 치고 과일과 생선, 채소 등을 판매하고 있었다. (사진=굿모닝충청 이종현 기자)
소수의 상인만 천막을 치고 과일과 생선, 채소 등을 판매하고 있었다. (사진=굿모닝충청 이종현 기자)

평일 오후라 사람들이 적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주차장부터 방문객들의 차로 이미 만원이었다.

이날은 넓은 공영주차장에서 오일장도 열리고 있었다. 말 그대로 가는 날이 장날이었다.

다만 비가 내린 탓에 조금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소수의 상인만 천막을 치고 과일과 생선, 채소 등을 판매하고 있었다.

시장 안에선 활기가 흘러넘쳤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 예산군이 함께 추진한 ‘예산시장 살리기 프로젝트’가 한 달간 재정비를 마치고 1일 재개장한 건데, 평일임에도 인파로 붐비고 있었다.

손님들은 가게 문이 다시 열리길 기다리며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사진=굿모닝충청 이종현 기자)
손님들은 가게 문이 다시 열리길 기다리며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사진=굿모닝충청 이종현 기자)

시장 내 창업 점포에서 구입한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원형 스테인리스 테이블 50개를 배치한 장옥 마당에는 음식을 먹는 사람들과 자리 나길 기다리는 이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테이블 접수 대기를 안내하는 기계가 새로 생겼는데, 평일이라 그런지 자유롭게 착석 가능했다.

참고로 장옥 마당에서는 신광정육점에서 고기를 사고, 다른 곳에서 불판과 부탄가스를 빌리면 고기를 구워먹는 특별한 경험이 가능하다.

안쪽으로 향하니, 대부분 점포는 ‘재료 소진으로 준비 중, 재오픈 시간은 16시 30분’이라는 안내 종이를 문 앞에 내걸고 있었다. (사진=굿모닝충청 이종현 기자)
안쪽으로 향하니, 대부분 점포는 ‘재료 소진으로 준비 중, 재오픈 시간은 16시 30분’이라는 안내 종이를 문 앞에 내걸고 있었다. (사진=굿모닝충청 이종현 기자)

안쪽으로 향하니 대부분 점포는 ‘재료 소진으로 준비 중, 재오픈 시간은 16시 30분’이라고 적힌 안내 종이를 문 앞에 내걸고 있었다.

손님들은 가게 문이 다시 열리길 기다리며 길게 줄을 서 있었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일행은 까마득한 줄에 혀를 내두르면서도 셀카를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기다림조차 즐겁기만 해 보였다.

선봉국수 앞에서 재오픈을 기다리던 한 방문객은 “기다린 시간이 아까워서라도 과식을 할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서천에서 왔다는 한 청년은 “여러 음식을 맛보기 위해 지인 3명과 각각 따로 줄을 섰다”고 말했다.

봉산 우동에서 구입한 우동. (사진=굿모닝충청 이종현 기자)
봉산 우동에서 구입한 우동. (사진=굿모닝충청 이종현 기자)

선봉국수는 시장에서 가장 긴 줄을 자랑하는 곳 중 하나다. 멸치육수로 맛을 낸 국수와 파기름 양념장을 비벼 먹는 비빔국수가 있는데, 각각 4000원과 3500원으로 저렴하다. 참고로 가게 이름은 프로젝트 시작 당시 단체장이었던 황선봉 전 군수의 이름을 딴 것이다.

어묵과 우동, 만두, 전, 튀김, 갈치구이 등을 취급하는 16개 점포를 추가로 문을 열었다. 어른 위주이던 메뉴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간식 메뉴도 추가했다.

새롭게 추가된 메뉴가 궁금해 이신복 명품 꽈배기에서 꽈배기, 오가면 간식집에서 꽈리 소시지, 봉산 우동에서 우동을 구입해 장옥 마당 테이블에 착석했다.

신광정육점에서 만날 수 있는 도래창은 잘 알려지지 않은 돼지 내장 부위인데, 막창부터 삽겹살까지 여러 가지 맛이 느껴진다. 술 안주로 제격이다. (사진=굿모닝충청 이종현 기자)
신광정육점에서 만날 수 있는 도래창은 잘 알려지지 않은 돼지 내장 부위인데, 막창부터 삽겹살까지 여러 가지 맛이 느껴진다. 술 안주로 제격이다. (사진=굿모닝충청 이종현 기자)

레트로 감성을 뿜어내는 장옥 마당, 여기저기 사람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테이블 한 켠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던 중장년들은 “옛날 잔칫집 분위기 같아서 좋다”며 도래창을 입에 넣었다.

신광정육점에서 만날 수 있는 도래창은 잘 알려지지 않은 돼지 내장 부위인데, 막창부터 삽겹살까지 여러 가지 맛이 느껴진다. 술 안주로 제격이다.

불판 빌려주는 집 앞 테이블에 앉아 있던 한 남성은 백술상회에서 사온 골목 막걸리를 앞에 놓고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다른 테이블도 아직 음식이 나오지 않았는지 빈 테이블과 휴대전화만 바라보는 이들이 심심치 않게 보였다.

키오스크를 통해 주문과 결제를 하고 전화번호를 입력하면, 음식이 나올 때 카카오톡으로 알림이 오는 데 그걸 기다리는 듯 했다.

테이블 한 켠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던 중장년들은 “옛날 잔칫집 분위기 같아서 좋다”며 도래창을 입에 넣었다. (사진=굿모닝충청 이종현 기자)
테이블 한 켠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던 중장년들은 “옛날 잔칫집 분위기 같아서 좋다”며 도래창을 입에 넣었다. (사진=굿모닝충청 이종현 기자)

창업주들의 손도 바빠 보였다. 오가면 간식집 사장에 “오늘이 장날이라 그런지 사람이 많네요?”라고 묻자 “어제도 그랬어요. 주말보다 나은 편인데 쉴 틈은 없네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러면서 “그래도 재밌어요”라고 했다. 다시 기자는 “다가오는 주말에는 마라톤 대회 때문에 더 정신없으실 거에요”라고 했고, 창업주는 웃으면서 “괜찮아요. 방문객들에게 맛있는 음식 제공해야죠. 즐거워”라고 말했다.

시장 벽 곳곳에는 이용가이드를 모바일로 확인할 수 있도록 QR코드가 그려진 종이가 있었다. 방문 시 참고하면 좋겠다.

시장 벽 곳곳에는 이용가이드를 모바일로 확인할 수 있도록 QR코드가 그려진 종이가 있었다. 방문 시 참고하면 좋겠다. (사진=굿모닝충청 이종현 기자)
시장 벽 곳곳에는 이용가이드를 모바일로 확인할 수 있도록 QR코드가 그려진 종이가 있었다. 방문 시 참고하면 좋겠다. (사진=굿모닝충청 이종현 기자)

시장 내 활력은 인근 점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고려떡집에 가보니 주인은 “재료가 소진됐어요”라며 미안함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재개장 전보다 방문객이 더 많다"며 미소를 지었다.

시장을 나서는 방문객들의 양손에는 막걸리와 포장한 먹거리 등으로 가득했다.

아산에서 왔다는 한 방문객은 “시골의 전통시장이 이렇게 활력을 넘치는 걸 보니 반갑고 즐거웠다”며 “예당호 출렁다리도 들려볼 생각”이라며 웃었다.

마침 관광버스 1대가 시장 앞에 멈췄고, 수십 명의 중장년층이 내렸다. 이들이 어떤 음식을 맛볼지 궁금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0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다 01283
  • 등록일 : 2012-07-01
  • 발행일 : 2012-07-01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창간일 : 2012년 7월 1일
  • 굿모닝충청(인터넷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7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아00326
  • 등록일 : 2019-02-26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굿모닝충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굿모닝충청.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mcc@goodmorningcc.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