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손석현 충청남도자원봉사센터 개발지원팀장] 길 위에서 죽은 동물을 본 적이 있나요? 동물이 도로를 건너다가 자동차에 치어 목숨을 잃는 것을 ‘로드킬(Road Kill)’이라고 한다.
필자도 얼마 전 출근길위에서 고라니의 사고 현장을 만났다. 왕복 6차선의 넓은 도로로 출퇴근시 차량 의 통행이 많은 구간에서 사고를 당한 것이다. 당시 고라니는 다리가 부러진 채 이미 목숨을 잃은 상태였고 그 주변은 핏자국이 어지럽게 뿌려져 있었다. 후발 사고를 막기 위해 축 늘어진 고라니 사채를 도로 가장자리로 이동을 시키고 차량으로 이동하려는 순간에도 ‘네바퀴 달린 동물’들의 무서운 질주는 계속되고 있었다.
도로, 우리는 이곳을 길이라 부르고, 이들은 이곳을 집이라 부른다
우리나라의 자동차 등록대수는 국토교통부 2014년말 기준 2,012만대로 인구 2.5명 중 1명이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냈다. 자동차 등록대수가 2000만대를 넘어선 것은 전 세계적으로도 15번째이며 아시아에서는 일본(1972년), 중국(2002년), 인도(2009년)에 이어 4번째이다. 이처럼 국민소득의 증가와 경제발전에 힘입어 자동차의 이용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의 도로보급율은 11만 km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재 고속도로 위에서의 로드킬은 한국도로공사에서 전담하고 있으며, 16개 국립공원 내 41개 노선에 대한 야생동물들의 로드킬 상황은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모니터링하고 있다. 또한 일부 지방환경청에서 관할 지역의 로드킬 현황 파악 중이며, 국도에 대한 로드킬 현황은 국토교통부에서 작성 할 뿐 지역 생활도로에서 발생하는 로드킬은 생활쓰레기처럼 종량제봉투에 담겨 처리되고 종류와 개체 수, 발생 시점·지점 등은 전혀 관리되지 않고 있다. 이처럼 로드킬에 대한 종합적 관리와 조사, 연구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다만, 연간 30만 마리 정도의 동물들이 찻길교통사고를 당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사람과 동물의 공존
언제부터인가 대형 건설사의 아파트 분양 광고는 마치 숲속의 아파트, 친환경 속의 아파트처럼 그려졌다. 지방자치단체가 건설하는 대규모 신도시 개발 이미지에서도 친환경의 이미지를 부각 시키는 광고들로 채워졌다. 그러나 이러한 그림과 광고처럼 우리의 도시와 도로는 과연 자연 친화적이고 정말 생태적일까? 지금까지의 로드킬 문제만 봐도 그렇지 못하다.
사람과 동물이 공존하는 도시와 도로를 만들기 위해서는 지역별 생태적 특성을 고려한 동물 영향 평가시 동물의 이동통로 확보 조치 강화, 야생동물 유도 울타리 및 생태통로 설치의 지침 마련, 전국적 도로망을 대상으로 하는 로드킬 모니터링 및 예방 대책 수립 등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도시 안에서 도로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인식 전환이 매우 중요하다. 로드킬 예방을 위한 운전법 교육, 야생동물의 먹이 제공 및 서식처 보호 활동 참여, 도토리 지키기 캠페인, 로드킬 시민 모니터링 활동 등 시민들의 다양하고 자발적인 활동이 이루어져야 한다. ‘네바퀴 달린 동물’의 주인은 바로 우리들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