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렇게 쓰레기를 줄였다-⑲] 우리 가족이 플라스틱 쓰레기 줄이는 방법
[나는 이렇게 쓰레기를 줄였다-⑲] 우리 가족이 플라스틱 쓰레기 줄이는 방법
이선중, 쓰줄1004…청주시 청원구 오창읍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3.04.11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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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해장국 3인분 주문시 발생하는 플라스틱 쓰레기들. 사진=이선중/굿모닝충청

[굿모닝충청 이선중 쓰줄1004] 미세플라스틱으로 바다가 오염되서 인간의 식탁까지 오염시키고 있고, 폐플라스틱을 모두 처리할수가 없어서 소각하다 못해 산처럼 쌓아두고 있는 이 골치 아픈 플라스틱을 우리는 왜 계속 사용할까요? 그 이유는 우리 인간이 더 편리한 생활을 만들어 가는데, 더 안전한 생활을 하는데 꼭 필요하기 때문이죠. 이렇게 필요해서 사용하게 된 플라스틱 중에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는게, 코로나 감염도 피하고 삼시세끼 식사준비하는 엄마의 고민을 해결해준 '배달플라스틱 용기' 가 있습니다.

언젠가부터 자연스럽게 우리 생활에 추가된, 이 플라스틱 쓰레기들의 사용을 줄이고 있는 저희 가족의 경험을 공유합니다,

배달 플라스틱 용기, 삼시세끼 가족들의 식사를 준비하는 엄마의 고민과 코로나가 무서워 외식을 못 하는 우리에게 맛있는 음식을 빠르게 배달해줬는데, 이젠 식당에 직접 가서 먹는 건 어떨까요? 아니면 다회용기를 들고 가서 포장해 오는 건 어떨까요?

먼저 퀴즈 하나 풀어보겠습니다. 식당에서 뼈해장국 3인분을 주문하면, 해장국/소스/공기밥 은 개인별로 나오고, 김치와 깍두기는 공통으로 나오니까 필요한 그릇은 3×3+2= 11개입니다. 그렇다면 뼈해장국 3인분을 주문배달 하면 몇 개의 플라스틱 용기가 필요할까요? 11개, 15개......정답은 22개 입니다. 나무젓가락 3개와 플라스틱수저 3개까지 포함하면 28개입니다. 왜냐하면 식당에선 그릇에 담아 주기만 하면 되지만, 배달은 뚜껑도 필요하기 때문에 2배로 증가하는거죠.

식당에서 먹었을 때, 나오는 쓰레기는 물로 씻어내는 음식물쓰레기 뿐이지만, 배달주문해서 먹으면 등산가방을 가득 채울 정도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발생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용기내서 용기내밀기' 를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가족들에게 “코로나 위험도 줄었으니, 오늘부터는 배달음식 주문금지! 식당에 가서 외식하자. 배달하면 플라스틱 쓰레기가 너무 많이 발생되서 환경오염때문에 안돼” 라고 이야기 했을 때, 사춘기 자녀들의 반응은 어땠을까요? 제가 기대한 반응은 “아빠 맞아. 플라스틱 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와서 환경에 안좋지.” 였는데, 하지만 현실은 “왜 그래, 갑자기? 피곤하다고! 그냥 시켜 먹자. 난 안갈래. 아빠나 많이 먹어.” 였죠. 가족들이 반대하는걸 강요하는 아빠가 되고 싶지 않아서 한발 물러섰습니다. 대안으로 “배달주문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배달음식은 다회용기로 포장해와서 먹자.” 라고 제안했더니 모두 동의하더군요.

만일 제가 가족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배달용기에서 나오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얼마나 환경을 오염시키는지 몰라? 환경보호를 위해 이 정도 불편은 감수해야지.” 하며 밀어부칠수도 있었죠. 그렇게 했다면, 사춘기 자녀들과 아내의 눈에 저라는 사람은 어떻게 보였을까요? ‘역시 지조 있는 환경실천가’일까요? 아닙니다. 플라스틱사용줄이기 활동은 아빠처럼 고집불통인 사람들이나 하는 불편한 활동으로 부정적으로 인식되버릴 겁니다.

저는 그게 가장 무서웠죠. 그래서 가족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에서 타협해야만 했죠. 현재는 가족들을 설득하기에도 부족한 '쓰레기줄이기 실천가'라서 혼자서만 실천하고 있지만, 그런 아빠의 모습을 지켜본 아이들이 10년 후쯤 언젠가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심각성을 알고 이런 활동에 동참한다면 그것 역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렵게 가족들과 합의점을 찾았는데, 또 문제가 남았습니다. ‘누가 배달음식을 다회용기에 포장해오느냐!, 얼마나 빨리 가져오느냐!'인데, 결국 적임자는 제안한 아빠가 해야하는거죠. 또 다른 문제는 아빠가 집에 없을 때도 자녀들은 배달음식을 먹고 싶어한다는 거죠. 그럼 아빠 없을 땐, 배달주문을 금지해야 할까요? 그럴순 없죠.

그래서 타협한 게 '아빠가 집에 있을 땐, 배달음식은 다회용기에 받아와서 먹는다. 대신 아빠는 가장 빠른 속도로 음식을 가져온다' 이렇게 합의 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주 1~3회 치킨, 피자, 떡볶이, 마라탕, 짜장면·탕수육, 아이스크림, 뼈해장국, 족발까지 수많은 음식을 다회용기에 담아 가족들에게 공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일까요? 먹고 난 후에 씽크대에는 다회용기들이 쌓여서 손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럼 이 설거지는 누가 해야 할까요? 이것도 배달음식을 포장해온 아빠의 몫입니다. 왜냐하면 다회용기에 포장해오면 2가지 문제들이 해결되는데, 그 혜택을 아빠가 얻기 때문입니다.

첫번째, 배달플라스틱 용기는 분리수거 전에 깨끗하게 설거지를 해야 하는데, 설거지 개수와 노동강도가 크게 감소합니다.양념이 범벅된 플라스틱 용기를 설거지해보신 분은 알겠지만, 달라붙고 스며들어있는 양념을 수세미로 제거 하는게 거의 불가능합니다. 세제를 많이 부어서 수세미로 박박 긁고 비벼도 다 제거되지 않아서, 설거지 후 양념(캡사이신)이 햇볕에 분해되면서 제거될 수 있도록, 5일 정도 말려줘야 겨우 제거됩니다. 이런 어려움 때문에 분리수거장에는 배달용기들이 양념 묻은 채로 버려져 있나 봅니다. 냄비와 스텐용기에 양념음식을 담아오면 설거지할 때 훨씬 쉽게 제거되고, 햇볕에 말려줄 필요도 없습니다.

두번째, 가정에서 버리는 재활용쓰레기 발생량이 절반이하로 감소해서 그만큼 분리수거장 가는 횟수가 줄어서, 분리수거 담당하는 아빠의 시간을 절약할수 있습니다. 이런 장점이 있는데, 아빠들이 실천하기 어려운 이유는 뭘까요? 바로 하루종일 일하고 퇴근한후 지쳐있는 상태에서 다시 다회용기를 들고 집을 나와 30~60분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빠는 안 먹고 자녀들만 먹을 음식을 포장하러 가야 할 땐 더 하기 싫어지죠.

떡볶이 핫도그 등을 다회용기에 담은 모습. 사진=이선중/굿모닝충청

그렇다면 어떻게 이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수 있을까요? 그래서 '건강을 위한 운동'의 관점에서 접근했습니다. 현대인들은 정말 바쁘게 살지만 자신의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합니다. 산책, 등산, 자전거, 헬스, 골프 등등 집을 나와서 이동해야만 가능한 운동이 많습니다. 제 아내는 가끔 저녁 먹고 다이어트를 위해 산책을 합니다. 저도 소화가 안되거나 스트레스가 심할 때는 자전거를 탑니다. 땀을 흘리면서 시원한 바람을 맞고 나면 정말 개운하게 스트레스가 해결되거든요. 산책하러 가는 코스에 음식점이 포함된다면, 자전거 이동코스에 음식점이 포함되는 건 어떨까요? 다회용기를 들고 배달음식을 가지러 가는게, 피곤할 때 하는 고생길이 아니라, 나의 건강을 위해 하는 운동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래서 전 배달음식을 포장하러 갈 때, 자전거 탈 때처럼 자전거 수트를 입고 가방(냄비+다회용기)을 매고 음악을 들으면서 자전거-라이딩과 똑같이 갑니다. 이렇게 생각을 바꿨더니, 주 3회를 해도 ’내가 이 고생을 왜 하지?‘가 아니라, '이번 주에는 자전거를 많이 탔구나. 내 건강이 더 좋아졌네'라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되더군요. 비현실적이라구요? 맞아요. 모든 아빠들이 이렇게 생각을 바꿀 수는 없겠죠. 그런데 플라스틱쓰레기 줄이는 방법에 이런 것도 있다는걸 알게 되면 실천하는 분이 한 명쯤은 있을 겁니다.

그렇게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는거죠. 그리고 덤으로 건강 뿐만 아니라, '칭찬과 보람'이라는 정신건강도 얻을 수 있습니다. 자영업자분에게 다회용기를 내밀면서 '음식을 여기에 담아주세요' 했을 때, 그분들은 당황하는 눈빛이죠. “이런 사람 처음인데, 혹시 배달용기값을 빼달라는 건가?” 등등 머리속에서 많은 생각이 오가는거 같아요.

그래서 바로 '청주시에서 하고 있는 플라스틱 쓰레기줄이기 활동에 참여하고 있거든요. 여기에 포장해 주세요.' 이렇게 얘기하죠. 그러면 안심하는 표정과 함께 미소를 지으며 포장해 주시면서 이렇게 얘기하더군요. “플라스틱 용기값도 만만치 않게 비싸고 남는 게 별로 없어요. 먹고 살려니까 어쩔 수 없이 팔고는 있는데 쓰레기도 엄청나게 발생해서 심각한 문제에요. 이런 사람들이 정말 많아졌으면 좋겠네요.” 하시면서 음식을 더 넣어주기도 하고, 음료수를 무료로 주는 분도 있었습니다. 다음에 가면 이웃사촌처럼 웃으며 반겨주십니다. 그 순간 저는 '나의 작은 실천이 누군가를 행복하게 하는구나!' 보람을 느낍니다.

그래서 저는 자영업자도 행복하고, 플라스틱 쓰레기도 줄이고, 지구 환경도 지키고, 내 자신도 건강해지는, ’용기내서 용기내밀기’를 많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설명 드린 내용을 읽었지만, 실천하기 어렵다고 느껴지신다면 아주 쉬운 방법도 하나 있습니다. 가족들과 외식하러 나갈 때, 다회용기를 에코백에 챙겨가면 됩니다. 맛있게 먹다 남은 삼겹살, 아이들이 좋아하는 돈가스, 탕수육 등을 일회용기가 아닌 다회용기에 포장해오면 한 끼 식사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족 중 한 명이 시간을 투자하지 않아도,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이 방법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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