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227] 천년고찰 향천사에 향기를 더하는 느티나무…예산군 예산읍 향천사 느티나무 3그루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227] 천년고찰 향천사에 향기를 더하는 느티나무…예산군 예산읍 향천사 느티나무 3그루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3.04.23 08: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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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글 윤현주 작가, 사진 채원상 기자] 봄기운이 완연한 예산 향천사를 찾았다.

금오산 기슭에 자리한 향천사는 수덕사의 말사로 백제 시절 건립되었다.

‘향기로운 냄새가 흘러나오는 샘물’이 있어 이름을 향천(香泉)이라 하고, 샘물 자리에 절을 지어 향천사라 이름 지었다는 창건 설화가 전해지는 향천사는 읍내에서 그리 멀지 않아 산책 코스로 제격이다.

4월, 봄빛을 가득 품은 향천사는 단풍과 붉은 꽃무릇이 일렁이는 가을과는 사뭇 다른 고즈넉함을 자아내고 있었다.

연둣빛 새잎에 봄 햇살이 물드는 광경을 바라보고 있자니 머릿속에 그득했던 상념이 봄빛에 스르르 녹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향천사를 찾은 건, 작게는 200년 많게는 400년 가까이 이곳에서 자라고 있는 보호수를 만나기 위해서다.

천년고찰답게 향천사 곳곳에는 고목이 자라고 있는데 그중 느티나무 3그루가 1982년 보호수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사찰에는 불교의 상징수인 보리수나무와 꽃을 공양하기 위한 배롱나무를 조경수로 많이 심지만 느티나무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천안 성불사나 세종 비암사는 사찰과 어우러진 느티나무 고목이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내는 곳으로 유명하다. 향천사도 예외는 아니다.

향천사 내에도 여러 그루의 느티나무 고목이 자라고 있는데, 그중 천불전 앞에 자리 잡은 느티나무 보호수는 수령이 319년에 달하며 수고가 19m가 넘는다.

향천사 극락전 경내에도 389년, 219년 수령의 느티나무 두 그루가 극락전을 호위하듯 가지를 넓혀가고 있다.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은 향천사와 느티나무가 어우러진 모습은 마치 한 폭의 수채화 같다.

이처럼 한 공간에 이처럼 많은 느티나무 보호수가 존재할 수 있었던 건 전국의 보호수 1만 3,859그루 중 52.5%인 7,278그루가 느티나무이기 때문이다.

이는 신라에서 조선조에 이르는 동안 느티나무를 신령이 깃든 영목(靈木) 혹은, 신목(神木)이라 하여 함부로 손을 대지 못하게 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느티나무 잎과 가지를 꺾으면 신의 노여움으로 재앙을 입는다는 말이 있었다니 느티나무 가지 하나 꺾는 것조차 얼마나 조심스러웠을까?

더구나 간절한 마음으로 발길을 옮겼을 사찰에 뿌리를 내린 느티나무였으니 여린 잎 하나 함부로 하지 못했을 것이다.

향천사 경내를 거닐며 깊게 숨을 들이마신다. 향기로운 샘물은 없지만 흙냄새와 나무 냄새가 뒤섞여 폐부 깊숙한 곳까지 봄이 들여 찬 듯하다.

향천사의 느티나무 보호수가 천년의 세월을 지나 억겁의 시간 이곳을 지키길 기도하며 금오산에서 내려왔다.

예산군 예산읍 향천리 57 향천사 느티나무 3그루 389년, 319년, 219년 (2023년)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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