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말한다 “청춘들이여 쫄지마라”
그들은 말한다 “청춘들이여 쫄지마라”
박철희 감독의 영화 뒤집어 보기-괴상하고 아름다운 선생들
  • 박철희
  • 승인 2012.07.11 14: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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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수능시험이 끝났다. 어느 시험장 앞에서는 CNN을 비롯한 외국 언론들이 장사진을 치고 한국의 입시풍경을 보도하며 비아냥댔단다. 이런 조롱거리가 세계 어디에 있을까. 시험을 망쳤다고 그날 바로 자살하는 학생들 기사도 동시에 올라온다. 그렇게 죽어라 공부해서 시험문제 몇 개 틀렸다고 정말 죽는 나라. 입시가 끝나고 삶이 장밋빛 세계로 이어지며 보상받는 거라면 참을만하다. 허나 그들이 죽어라 달려온 길은 지옥도의 끝이 아니고 진정한 지옥문의 시작이라는 게 참으로 경악할 노릇이다. 어른들의 죄가 크다.

학교. 그 안에서 무한 반복되어 양생되는 매트릭스 사생아들. 아무도 자기 색깔을 보여주지 못하고 보여줄 기회도 없는 무채색의 거대한 감옥, 학교. 그래서 우리는 교도소를 또 다른 학교라 부르기도 하나보다. 그동안 앞만 보고 경주마처럼 달려온 우리 청춘들에게 위로의 영화 두 편을 추천한다.

  <완득이>

 

제발 똥주 좀 죽여 주세요

오늘도 완득이는 교회에서 간절히 기도한다. 담임 동주를 좀 죽게 해달라고열 여덟, 인생 최대의 적수를 만났다! 그가 내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내 인생은 꼬이기 시작했다!

왜소한 고삐리 완득이. 불우한 가정환경에 공부까지 못하는 삼위일체를 두루 갖춘 아이지만 싸움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 아니 지지 않으려 깡다구로 무장하고 살아간다. 그런 완득이가 딱 하나 바라는 것은 바로 담임 똥주가 없어지는 것! 사사건건 자신의 일에 간섭하는 데다 급기야 옆집 옥탑방에 살면서 밤낮없이 자신을 불러대는 똥주’. 오늘도 완득은 교회를 찾아 간절히 기도한다.

김려령의 원작을 잡으면 눙치고 몰아치는 재미에 단숨에 읽게 된다. 농담의 탈을 쓰고 우리 삶의 아픈 구석들을 두루 어루만지는 이런 작가의 재능과 배려는 흔치않은 복이다. 영화가 원작에 너무 기댔다고 불평하는 관객도 있는데 사실 원작이 있는 영화는 잘해야 본전이다. 그만큼 원작이 훌륭하기 때문에 영화화 된다고 이해하면 간단하다.

아무튼 악당 선생 같지만 휴머니티와 올곧은 오지랖으로 버무린, 우리가 진정 바라마지않는 스승의 좌표를 보여주는 괴상한 선생 동주. 그 반대편에 소심하고 희망 없어 보이는 반항기 만땅의 완득이. 이 상충되는 인물과 입장들이 충돌하며 삶의 진정성 있는 교감을 완득이는 유쾌하게 풀어낸다.

입만 열면 막말, 자율학습은 진정한 자율에 맡기는 독특한 교육관으로 학생들에게 똥주라 불리는 동주. 유독 완득에게 무한한 관심을 갖고 있는 동주는 학교에서는 숨기고 싶은 가족사와 사생활을 폭로하여 완득을 창피하게 만들고, 집에 오면 학교에서 수급 받은 햇반마저 탈취하는 행각으로 완득을 괴롭힌다. 오밤중에 쳐들어와 아버지, 삼촌과 술잔을 기울이는 건 예삿일이 돼버렸다. 존재조차 모르고 살았던 집나간 친엄마를 만나 보라는 동주의 분에 넘치고 짜증나는 배려에 완득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가출을 계획해보지만그러거나 말거나 동주의 불필요한 관심과 괴상한 애정은 식을 줄을 모르니.

연기하면 한 연기하는 김윤석과 유아인이라는 지켜볼만한 신인급 배우의 호흡이 볼만하다.

  <죽은 시인의 사회>

 

의학, 법률, 경제, 기술 따위는 삶을 유지하는데 필요해. 하지만 시와 미, 낭만, 사랑은 삶의 목적인거야.”

극중의 선생 키팅(로빈 윌리엄스)이 던지는 대사다. 무슨 백 마디 말이 더 필요할까! 너무나도 유명한 작품이라서 소개하기도 뭐하지만 요즘세대들은 낯설지 몰라 추천한다.

80년대가 저물던 시절. 대학을 마치며 미래에 대한 혼란으로 불면증에 시달리던 중 보게 된 영화. 영화가 끝나갈 쯤 같이 보던 후배 여학생들 몇몇이 소리 죽여 울던 영화. (어떤 친구는 영화의 감동보다 에단 호크의 매력 때문에 울었다는) 나는 오히려 우리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판타지 같이 느껴져, 이물감마저 들어 빨리 극장에서 나오고 싶었던 영화.

1859년에 창립된 명문 웰튼 고등학교의 새 학기 개강식이 시작된다. 이 학교에 새로 전학 온 토드(에단 호크)는 이 명문학교에 온 것이 자랑스러워 설렌다. 이 학교 출신 키팅 선생이 영어 교사로 부임한다.

그는 첫 시간부터 파격적인 수업 방식으로 학생들에게 오늘을 살라고 역설하며 참다운 인생의 눈을 뜨게 한다. 토드, , 닉스 등 7명의 학생들은, 키팅으로부터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서클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되고자신들이 그 서클을 이어가기로 하고 학교 뒷산 동굴에서 모임을 갖는다. 그 과정에서 엄한 학교의 룰과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에 짓눌렸던 자신들을 발산한다. 그러면서 닐은 정말로 하고 싶었던 연극에의 동경을 실행하고, 녹스는 크리스라는 소녀와의 사랑을 이루어 간다. 그러나 닐의 아버지는 의사의 꿈을 이루어 주리라 철석같이 믿었던 닐의 배신적인 연극을 보자 군사학교로의 전학을 선언하고꿈이 꺾인 닐은 그날 밤 권총 자살을 하고 만다.

이 사건의 원인 규명에 나선 학교 측은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서클을 권유한 키팅 선생에게 책임을 돌리고 웰튼에서 그를 추방한다. 그가 떠나는 날, 교장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토드를 시발로 학생들은 권위와 압박의 상징인 책상위에 올라가 캡틴 마이 캡틴을 외치며 눈물의 작별을 고한다.

스토리보다 영화 전편을 채우는 시적인 대사들이 압권이다. 이웃집 아저씨 같은 로빈 윌리엄스의 바다 속 같은 연기는 지금도 눈에 어른거린다. 역시 괴상하지만 아름다운 스승의 롤 모델 키팅 선생. 우리 모두가 만들어 내야 한다.

영화를 시작하면서 과연 내가 그런 재능이 있을까. 누군가를 감동시키고 울리고 웃길 수 있는고통스런 근원적 질문을 수도 없이 했었다. 막상 영화 현장에 들어와 보니 그런 질문이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진 햄릿 같은 고민이었는지 바로 확인이 되었다. 그야말로 노가다의 연속. 110역을 해야 하는 주먹구구식 무계획적 촬영방식에 적응할만하니 영화한편이 끝나 시사회장에 앉아 있었다. 스크린을 보며 나도 모르게 슬그머니 눈물이 흘렀다. 연출부 막내로 미친 듯 뛰어다닌 몇 개월이 슬라이드로 스치면서 괜히 자기연민과 뭔가 해냈다는 성취감이 범벅이 되어 심하게 가슴이 울렁댔지만영화는 참패하고 싸늘한 소주잔만 바라보고 있던 진공의 시간들...

지금도 고민은 비슷하나,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것은 기교가 아니라 진정한 마음의 창이라는 걸 얻었다는 게 세월의 선물이려나.

모든 수험생들이여 쫄지 마라! 그대들 자신만의 따뜻한 마음의 창을, 두려워하지 말고 미래의 창을 열어보시라! (그나저나 논술 때문에 볼 시간이나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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