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글 윤현주 작가, 사진 채원상 기자] 저그 저 나무 보이지?
저 나무가 영수여.
신령할 때 령(靈)에 나무 수(樹), 영수.
혼인하고 7년이 지나도록 애가 들어서들 않어서
까딱하믄 버선발로 쫒겨 날 판이여.
그래서 느 어무이가
일 년 열두 달 저 나무 앞에서 빌고, 또 빌었잖여.
딱 당신 같은 아이 하나 점지해 달라고
500년 넘는 긴 세월,
마을에 떡허니 버티고 섰는디
한 번도 사람 눈에 눈물 나게 하덜 않어.
여름날 태풍이 몰아쳐 나뭇가지가 다 부러졌는디
히안지게 넘의 집엔 피해를 안 줘.
가을이믄 가지에 열린 은행 딴다고
동네 아들이 나무에 뽈뽈뽈 올라 가는디
아즉까지 한 번도 다친 적이 읍당게.
저기 저 끝까지 올라가도 한 번을 떨어진 적이 읍써.
너도 반백을 살아 봤으니 알겄지만
남의 눈에 눈물 안 나게 하는 게
절대 쉬운 일이 아니잖여.
인생은 원래 개갈안나는 거니께
암만 애써도 넘들헌티 상처도 주고,
상처도 받고 그리 살잖여.
없이 산 우리는 더혔고.
그래서 말여,
너는 우리랑은 다르게 살았음 싶었디야.
남의 눈에 눈물 안 나게 해야
니 눈에도 눈물이 안 나는 거니께.
그래서 느 어무이는
니가 저그 저 나무처럼 살았음 싶었디야.
니 이름이 그래서 영수인겨.
신령의 나무라고 할 수 없응게
길 영(永), 나무 수(樹)를 써서 오래된 나무라고 혔지.
영수야,
저그 저 나무 좀 봐봐.
600년이 훌쩍 넘게 살았는데
아즉까지 게으름 한 번 안 부리고
봄이믄 새잎 틔우고,
가을이면 곱게 단풍이 들이고
사람들이랑 어우렁더우렁 그렇게 잘 살잖여.
그니까 너도 그렇게 살어.
이름값하믄서 그렇게 살어.
향천리 예산향교 옆 수령 619년의 은행나무를 마을 사람들은 영수(靈樹)라고 부르며 받들어 왔다.
이 나무는 마을의 신목으로 지금까지 한 번도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 적이 없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집안의 안녕과 아이 잉태를 기원하는 의미로 제사를 지내기도 했고,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자들은 나무에 금줄을 치고 기도하기도 했다.
지금은 그런 풍속이 모두 사라졌지만, 여전히 마을 사람들은 나무 아래 쓰레기를 놓지 않는 등 나름의 방식으로 나무를 지키고 있다.
예산군 예산읍 향천리 131 은행나무 2그루 619년 (2023년) 18m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