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사고치고 탈당 ‘먹튀’…공천의 문제다
[노트북을 열며] 사고치고 탈당 ‘먹튀’…공천의 문제다
균형 무너진 청주시의회, 민주당충북 반성 필요…정당공천 폐지론 대두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3.04.30 1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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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의회 본회의장 전경. 사진=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청주시의회 본회의장 전경. 사진=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굿모닝충청 김종혁 기자] “먹튀다.”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으로부터 공천을 받고 당선된 임정수 청주시의원이 잘못된 처신으로 인해 도당으로부터 징계를 받자마자 탈당했다. 세간의 평은 ‘먹튀’였다.

그는 청주시 청원구 우암동, 내덕 1·2동(파 선거구)을 지역구로 지난해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올랐다. 7대 지방선거에서 청주 차 선거구 나번 공천을 받아 당선된 후, 선거구가 변경된 8대 지방선거에서는 ‘1인 공천’과 ‘무투표 당선’이라는 행운을 거머쥐었다.

정치적으로 가장 좋은 혜택(?)을 받은 그가 지난해 말 청주시 옛 본관동 철거 관련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민주당의 당론을 거스르며 이탈했다. 시의회가 42석 중 21석 대 21석으로 여야의 팽팽함을 유지하던 중 그가 홀로 본회의장에 입장하면서 국민의힘 주도 예산안은 일사천리로 가결됐다.

철거 예산을 막지 못한 민주당은 장외투쟁에 돌입했으며 상임위원장단 일관 사임이라는 강수를 던지기에 이르렀다. 몇 달이 흘러 민주당이 장외투쟁을 접고 본회의장에 다시 복귀했지만, 민주당 몫 상임위원장 4석 중 2석만 되찾는데 그쳤다.

이 과정에서 시의회는 여야 간 협치를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1석 차이로 다수당이 된 국민의힘은 여당으로써의 절대적인 힘을 발휘했고, 내부적으로 단합하지 못한 민주당은 스스로 무너진 꼴이 됐다.  

이 와중에 임 의원은 의회운영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위원장 선출 당시 민주당 소속이었지만 국민의힘의 강력한 추천으로 위원장자리를 꿰찼다. 
 
당론을 거스름에 대해 민주당 충북도당 윤리심판원은 그에게 ‘제명’이라는 최고 수위의 징계를 내렸다. 그러나 그는 곧바로 ‘탈당’이라는 초강수로 맞서며 정치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결국 민주당은 시의회 의석 21석에서 19석(1석은 고 한병수 전 의원 보궐선거 패배)으로 2석이 줄어들었고, 상임위원장도 거의 내주는 등 참패의 결과를 낳았다.
 
그러나 임 의원은 무소속으로 시의원 신분을 유지했고, 상임위원장에 오르는 성과(?)를 거두며 유유히 살아남았다.

문제는 그가 민주당 공천을 받고 시의원이 됐지만, 징계를 받고 탈당해도 그대로 시의원직을 유지할수 있다는 정치제도의 폐해다.

물론 이는 국회의원을 비롯한 현행 선거법체계의 전반적인 문제이긴 하지만, 선거철마다 치열한 공천 경쟁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취득한 공천권에 대해 소속 정당과 그 정당을 지지해준 주민에 대한 배신이다.

비단 임 의원만의 사례는 아니다. 문제를 일으킨 후 징계를 받으면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의원직을 유지하는 이가 한둘이 아니다. 어떤 이는 선거철이 되면 슬그머니 복당해 다시 공천을 받는 사례도 종종 볼 수 있다.

하여 이러한 ‘먹튀성’ 정치인들에 대해 공천권자의 강력한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공천권자는 대부분 지역위원장이나 국회의원들이며 지역 정치계를 좌지우지하는 실세들인 만큼 정치적 불안 요소에 대해 주민에게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마련과 결단을 내려야 한다. 

임 의원은 탈당하면서 ‘소신’을 강조했다. 재선 의원이 당론을 따르지 않는 소신이 과연 정당 정치인의 바른 뜻인지는 알 수 없다. 만약 그가 무소속으로 주민의 선택을 받았다면 또 모를 일이다.

지역의 한 정치인은 “사고치고 탈당하면 그만이라는 폐단에 대해 정치권의 뼈아픈 반성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며 “이러한 문제점 개선을 위해 기초의원의 정당공천 폐지가 꼭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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