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필자가 우연한 계기로 언론인의 길을 걷게 되면서 항상 고민하는 것이 있다. 무엇이 진정한 기자의 자세인가? 또 기자와 기레기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이 두 가지가 항상 필자의 머리를 떠나지 않는 질문들이다. 남을 비판하는 것은 쉽다.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필자도 기자에서 기레기로 전락할 수 있다. 그렇기에 항상 이에 대해 고민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언론을 가리켜 흔히 워치독(Watchdog)이라고 한다. 뜻은 감시하는 개라는 뜻인데 항상 정부를 비롯한 권력 기관들을 감시하고 잘한 점은 잘한대로 칭찬하고 못한 점은 못한대로 비판하는 것이 언론의 사명이지 않나 생각한다. 그 길을 걷는다면 기자가 되는 것이고 권력과 영합하여 가드독(Guarddog)으로 전락한다면 그건 기레기가 되는 것이라 본다. 필자 또한 이를 항상 가슴 속에 새기고 살도록 노력할 것이다.
요즘 커뮤니티에 참으로 재미 있는 사진이 올라왔다. 바로 외신 기자와 국내 언론사 기자들을 비교하는 한 장의 사진이었다. 며칠 전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당시 LA타임스 기자는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그야말로 송곳 같이 날카로운 질문들을 거침없이 날렸다. 그 사진을 보고 필자는 참된 기자의 자세가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배우게 되었다.
그런데 그 LA타임스 기자가 질문하는 동안 카메라가 잠시 옆 자리의 한국 기자들을 비추었는데 마치 그들의 시선 속에 담긴 의미는 별천지에서 온 사람을 보는 듯했다. 보고 배워야겠다는 등의 자세가 아니라 “쟨 뭐지?” 혹은 “뭔데 저렇게 나대?”라는 듯 보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왜 한국 기자들은 그 LA타임스 기자만큼 날카로운 질문도 못하고 민완을 발휘하지 못할까?
당시 그 LA타임스 기자는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을 향해 “당신의 최우선 경제적 순위는 중국과 경쟁하는 미국 제조업을 일으켜 세우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반도체 제조를 확대하는 것에 반대하는 당신의 정책은 중국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 기업들에게 아픔을 주고 있습니다. 선거를 앞두고 국내 정치를 위한 중국과의 경쟁에서 핵심 동맹국에 피해를 주고 있습니까?”는 질문을 했다. 또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선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당신에게 도청 방지 확약이라든지 하는 걸 제공한 게 있습니까?”고 날카로운 질문을 했다.
그 2개 질문 모두 한국 기자들이 응당 먼저 물어봐야 할 사안들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그 자리에 참석한 수많은 한국 기자들은 죄다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나? 미국 국빈 방문길에 따라 갔던 한국 기자들이 써낸 기사라고는 윤석열 대통령의 영어 연설 때 발음과 기립박수를 받은 것, 김건희 여사의 패션, 윤석열 대통령의 팝송 아메리칸 파이 열창과 기립박수 받은 것 등을 홍보성 기사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에 대통령실이 공개한 사진 한 장이 있었다. 바로 미국 국빈 방문에 따라 갔던 기자들이 김건희 여사와 함께 셀카를 찍는 사진이었다. 선공후사(先公後私)란 말은 달리 나온 게 아니다. 사적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지지하는 사람이라 해도 거기 따라간 기자들은 모두 취재라는 공적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간 사람들 아닌가?
이렇게 기자란 사람들이 공적인 마인드를 망각한 채 취재를 하러 갔으니 어찌 양질의 기사가 나올까? 현재 대통령실은 하도 비난이 많이 쏟아져서 그런지 다시 그 사진을 비공개로 돌렸다. 하지만 기자들이 김건희 여사와 셀카를 찍는 그 사진은 이미 여러 사람들에게 박제되어 인터넷 커뮤니티에 떠돌고 있다. 현재 그 사진에 찍힌 기자들은 전부 욕을 배터지게 얻어먹고 있다. 자업자득인데 뭐 어쩌겠나?
기자와 기레기는 한 끗 차이일지도 모른다. 필자 또한 초심을 잃으면 기레기로 전락하게 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저들은 나에겐 타산지석(他山之石)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