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렇게 쓰레기를 줄였다-㉒] 침수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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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창수, 아티스트…청주시 상당구 다리실로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3.05.02 0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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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청주시립대청호미술관 물의공간 전시회' 사진. 전시 일정은 3일부터 7월 16일 까지. 사진=청주새활용시민센터/굿모닝충청

[굿모닝충청 2창수 아티스트] 진사골은 문의면 후곡리에 있는 마을 이름이다. 이곳 평촌(벌말)에 용흥국민학교가 있었다. 1980년 대청댐 완공으로 용흥국민학교는 수몰되었다. 용흥국민학교는 1900년대 초반에 용흥강습소(龍興講習所)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연안이씨 태자첨사공파(延安李氏 太子詹事公派) 이광정의 후손들이 범말에 터를 잡고 마을을 만들었다. 후손 이의국(李義國)은 조정에서 관직을 지내고 있었는데 일제 강점기에 관직을 버리고 낙향하였다. 1910년 경술년 8월29일에 대한제국이 일본제국에 병합되었음을 발표한다. 이 합병 문서에는 대한제국이 국세나 순종황제의 서명도 없는 정식조약이 아니었음에도 이완용과 고종의 친형 흥친왕이 전권을 위임받고 행사를 했다고 주장하며 한일합병이 되었다. 이 사건은 당시 관료로 중앙에 있던 많은 선비를 낙향하게 만드는 빌미가 되었다. 이의국 역시 낙향하게 되었고 고향에서 용흥강습소를 설치하고 주민에게 교육을 통한 계몽하려 애썼다.

후곡리는 석오 이동녕과도 관계가 있는 곳이다. 석오 이동녕은 독립운동가이며 임시정부가 성립될 때까지 초대 임시의정원 의장이었고 신흥무관학교 초대 교장이며 대한민국 임시정부 창립인이다. 10살 때 충청도 문의현 남면 후곡리(현 충청북도 청주시 상당구 문의면 후곡리)에 살던 조부 이석구(李錫九)의 집에 기거하면서 사서삼경을 읽었다. 2002년 이연희 교수가 출간한 <대한민국임시정부 주석 이동녕과 그 시대>에 따르면 어렸을 때 자신의 집과 조부의 집을 왕래하면서 고향 산천을 관찰하고 이를 통해 조국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키웠다고 한다. 후곡리는 문의를 넘어 역사와 근대 한국의 성장기를 이끌었던 문화의 중심지의 역할도 일정부분 했던 곳이다.

대청댐은 1975년부터 1980년까지 6년에 걸쳐 4대강 유역 종합개발계획으로 만들어졌고 금강수계에 건설된 최초의 다목적댐이다. 거대한 댐이 건설되므로 인근 지역 수많은 문화유산은 수몰되었다. 강가에 취락(聚落) 하며 살던 농경문화가 당시 삶에서 중심이었기에, 댐으로 수면이 상승하면서 많은 문화도 물에 잠기게 되었다. 범말에 있던 용흥국민학교도 범말의 역사와 함께 물에 잠겼다. 학교는 시대에 따라 현대화가 되어가며 현대의 규격에 맞는 학교로 바뀌었다. 1941년 일제칙령 제148호에 의해 국민학교로, 광복 50주년을 기념하여 일제잔재를 청산 하기 위해 1996년 초등학교로 바뀌었다. 거대한 정리와 결론으로 행정이 정해지면 다양한 개인적 자잘한 이야기는 그냥 사라졌다. 학교의 명칭이 바뀌듯 후곡리의 현실도 대청댐에 의해 자잘한 일상은 수몰되었다.

좋은 생활을 위해 물을 물 쓰듯이 하며 살고 있다. 위생과 직결되는 물은 나의 몸에 묻은 여러 분비물을 씻어서 나에게 멀리 내보낸다. 더 멀리 가라고 세제와 많은 양의 물을 쓰며 떠나보낸다. 그렇기에 댐과 같은 물 저장소는 도시가 커질수록 문화 욕구가 강할수록 많이 사용될 것이다. 삶이 더 윤택해지고 나를 위한 삶이 더 윤택함을 위한다면서 오랜 지역 역사와 문화를 수장시켰다. 지금은 나를 위한 일이 되어 안락함을 줄 수 있었는지 몰라도 곧 나의 자잘한 이야기도 또 다른 거대한 흐름 속에 사라져 버리며 또 다른 수장 되어야 하는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

대청호 주변에서 쓰레기를 줍는 2창수 작가. 사진=청주새활용시민센터/굿모닝충청

대청댐 주변을 거닐다 보니 다양한 문화의 잔재들이 흩어져 있었다. 가뭄으로 물이 많이 빠져있어서 키조개처럼 생긴 말조개들이 고개를 뾰족하게 내놓은 채 있었다. 새들이 알맹이만 쏙 빼먹은 것인지 아니면 작열하는 태양 빛 속으로 증발한 것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빈 껍질들로만 단체로 있었다. 발로 밟으면 바스락 부서지는 것이 기름기 없는 비스킷 같았다. 소리와 감각이 괜찮아서 보이는 족족 밟으며 걸어갔다. 조개 껍질만 밟은 것은 아니었다. 자연 정화를 위해 익숙한 문명의 다양한 잔해도 수집했다. 꽤 많은 사금파리를 발견했다. 어릴 적 노랗게 반짝이는 것은 혹시 금인가 하며 가슴 졸았던 것처럼 사금파리가 옥색이라도 띄면 고려청자인가 하는 막연한 기대로 바닥만 유심히 보며 도자기 파편을 수집했다. 80년대 그릇, 농약병, 맥주병, 낚시 미끼 담는 플라스틱 통은 곳곳에 많이 있었다. 근사한 별장 주변 물 빠진 곳에서는 골프공을 제법 주웠다. 대청호수를 향해 힘찬 스윙을 했다는 증거였다. 혹시 사고로 공에 맞은 물고기도 있을까 하여 찾았지만 없었다.

문명의 부산물은 다양했다. 요즘 유행하는 코로나 사태의 영향으로 마스크 껍질도 있었고, 서울우유 상자, 캔커피, 소주병, 철근과 같은 건축자재, 종류별파이프, 섬찟했던 누군가의 혼을 빌어주는 복주머니와 짚 인형 등이 있었다.

원래의 문화에 물을 덮어 사라지게 했다가 그 위에 다른 문화의 부유물이 떠 있었다 느꼈다. 이것을 보며 문화의 중첩과 공존이 생각난다. 문화의 공존은 길거리의 초라한 잡풀, 쓰잘때 없는 동물에게도 이름을 불러주며 정성을 준다면 서로 연결되어있다는 것을 알 것이다. 그러면 세상 모든 자잘한 이야기에도 꽃을 피우는 세상이 올 것이다.

'2023 청주시립대청호미술관 물의공간 전시회'. 사진=청새활용시민센터/굿모닝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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