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하준의 직설] 무너진 균형외교, 이대로 좋은가?
[조하준의 직설] 무너진 균형외교, 이대로 좋은가?
'국익'이 없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비판
  • 조하준 기자
  • 승인 2023.05.04 1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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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한소수교 이후 한러관계 최대 위기를 부른 윤석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발언. 이 발언으로 인해 러시아와의 관계는 악화됐고 주한 우크라이나대사가 윤 대통령의 이 발언을 인용하며 대놓고 한국에 무기 지원을 요청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1990년 한소수교 이후 한러관계 최대 위기를 부른 윤석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발언. 이 발언으로 인해 러시아와의 관계는 악화됐고 주한 우크라이나대사가 윤 대통령의 이 발언을 인용하며 대놓고 한국에 무기 지원을 요청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노골적인 친일, 친미 저자세 굴욕 외교로 인해 한중관계와 한러관계가 나날이 악화되고 있다. 중국을 상대로는 불필요한 양안 관계를 들먹여 자극했고 러시아를 상대로는 우크라이나를 향해 살상 무기를 지원할 수 있다는 소리를 하며 자극했다.

그로 인한 보복은 즉각 들어왔다. 대중 무역은 작년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나날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러시아에선 현대자동차가 현지 공장을 매각하고 철수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아직도 사안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다. 그 뿐 아니라 전 날에는 문재인 정부를 두고 ‘친중외교’라고 비난하는 것도 모자라 ‘실패한 정부’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부터 북한·중국·러시아는 아예 지워버리고, 미국·일본만 바라보는 짝사랑 외교를 했다. 미국을 방문하기 전인 지난 4월 19일에 윤 대통령은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남북관계와 대만 문제를 비교하면서 중국을 자극했다. 지금 동아시아 정세에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중요하다”는 언급은 필요하나, 대만을 남북관계와 비교해 ‘하나의 중국’ 정책을 우리가 먼저 흔드는 것처럼 보이는 발언은 부작용만 크다.

2일에는 중국을 향해 “(대북) 제재에 전혀 동참을 안 하면서 우리보고 어떻게 하라는 이야기냐. 우리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전 정부에서 친중 행보를 했지만, 돌아온 게 뭐냐”는 말까지 했다. 중국과는 잘 지낼 필요가 없고, 미국과 같이 가는 길밖에 없다는 인식을 대통령이 직접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지난달 27일 미국 의회에서 한 영어 연설에서 “대한민국은 미국과 함께 세계시민의 자유를 지키고 확장하는 ‘자유의 나침반’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반중국 진영의 선봉에 서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윤 대통령이 이번 방미에서 많은 연설과 기자회견을 하면서도 한국 기업들이 미․중 기술 패권 경쟁과 미국의 보호주의로 처한 어려움에 대해 기이할 정도로 침묵을 지킨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즉,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는 ‘국익’ 보다는 철 지난 냉전시대 사고 방식과 본인만의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그 시각에서만 바라보고 있는것 같다. 그의 시각에서 미국과 일본은 ‘절대 선’이고 북한과 중국, 러시아는 ‘절대 악’이 된다. 그래서 미국과 일본에는 무조건 잘해야 하고 북한과 중국, 러시아에는 무모할 정도로 적대시하는 것이다.

인조의 맹목적인 숭명배금 정책과 그로 인해 초래된 2차례의 호란을 그린 역사 학습 만화.(이미지 출처 : 네이버 이미지)

윤석열 대통령은 스스로 마치 미국의 행동대장 역으로 나서려 하고 있지만 정작 미국의 행동은 어떤가? 작년 미․중 간의 교역량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역대 최대 수준에 근접했다고 한다. 그 뿐만이 아니다. 미국이 현재 중국을 적극적으로 견제하고 있지만 그들 역시 근본적으로 중국이 내세운 ‘하나의 중국’ 원칙을 부정한다는 발언을 한 적 자체가 없다.

또한 4월 20일에 일본 도쿄를 방문한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는 미국이 중국과 디커플링(탈동조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부장관도 같은 날 중국과의 “건설적이고 공정한” 관계를 추구한다며, “우리는 중국 경제와 우리 경제를 탈동조화하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중 경제의 완전한 분리는 두 나라 모두에 재앙적이 될 것”이라며 “세계의 다른 나라들도 불안정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반도체 관련법, 인플레 억제법(IRA) 등으로 중국 견제 내지 봉쇄 정책을 강화하면서 한국의 관련기업들의 탈중국을 부추기며, 거기에 따르지 않을 경우 제재를 가하겠다는 노골적인 차별정책을 펼쳐 온 미국조차 그러하다는 것은 전기차 배터리 생산과 관련한 미국 자동차업체들과 중국 배터리 생산업체들 간의 담합과 합작 움직임 등에서도 드러났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왼쪽)이 지난 4월 2일(현지시각) 중국 베이징에서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과 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일본 외무상이 중국을 방문한 것은 2019년 12월 이후 3년 4개월 만이다.(사진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은 중국의 위협을 경계하면서, 군비 강화를 추진하고 중국의 홍콩·신장위구르 탄압 등에 대해서도 미국·유럽과 보조를 맞춰 비판해왔다. 동시에, 조용히 중국과의 물밑 외교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기시다 총리가 시진핑 주석과 캄보디아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지난 2월 말에는 중-일 외교·국방장관 회담이 열렸고, 4월에는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이 중국을 방문해 리창 총리, 왕이 정치국위원, 친강 외교부장을 만났다.

중국과의 의원 외교도 긴밀하다. 중국 시장에서 일본 기업들의 활동은 여전히 탄탄하다. 기시다 총리는 4월 말 <이코노미스트> 인터뷰에서 ‘중국의 패권적 야망을 제어하기 위해 일본이 군사적으로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즉답을 피하고, “능동적인 외교가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올 하반기에 기시다 총리가 중국을 방문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미국, 일본만 그런 게 아니라 얼마 전에 중국을 방문해 환대받은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정부도 그렇고, 비슷한 시기에 안나레나 베어복 외무장관이 베이징을 다녀간 독일 정부도 마찬가지다. 베이복 장관은 지난 19일 의회에서 “중국이 내부적으로는 더 억압적이 됐고, 대외적으로는 더 공격적으로 변했다”며 “이제 (중국이) 체제 경쟁자의 성격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했지만, 바로 직전의 중국방문 때 친강 외교부장과의 회담 뒤 대중국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디커플링과 망 단절에 찬성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만은 윤석열 대통령의 좌충우돌 외교 행보로 인해 미국과 일본에는 노골적으로 무시당하고 이용당하는 처지이고 중국과 러시아와의 사이는 점점 험악해지고 있다. 올해 1분기 대중국 수출이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나라가 바로 한국이었다. 주요 언론들은 반도체 수출이 저조한 탓만 하고 있지만 ‘윤석열 리스크’도 엄연히 한 몫했다.

미국과 일본 또한 앞에서는 중국을 견제하는데 힘을 쓰면서도 물밑에서는 여전히 중국과 활발하게 접촉하고 있다. 그들 또한 중국을 통해서 얻는 경제적 실리까지 외면할 생각은 없기 때문이다. 만약 그들이 중국을 통해서 얻는 경제적 실리도 내팽개칠 생각이었다면 벌써 중국과 단교하고 대만과 재수교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움직임은 보인 적조차 없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국익 보다는 오로지 자신만의 고집과 이념에만 사로잡혀 현실을 무시한 외교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왜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지 윤석열 대통령 스스로가 고민해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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