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라백 만평] 가정의달 풍경에 가려진 그늘, 어느 건설노동자의 죽음
[서라백 만평] 가정의달 풍경에 가려진 그늘, 어느 건설노동자의 죽음
  • 서라백 작가
  • 승인 2023.05.04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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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양회동 씨 이미지 원본 사진 출처=민주노총 건설노조

[굿모닝충청 서라백] '어린이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따뜻한 봄볕이 쏟아지는 5월의 공원을 나들이하는 가족들의 모습이다. 아이를 무등 태운 아빠, 기저귀 가망을 메고 유모차를 끄는 엄마의 모습이 그려진다. 잔디밭에서 뒹굴기도 하고, 술래잡기도 하고, 아이들 손에는 풍선이나 새로 선물받은 장난감이 들려있을 것이다.

아쉽게도 올해 어린이날 황금연휴는 날씨가 배반을 했다. 꽤 많은 비가 쏟아진다는 예보인데, 그렇다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기념행사는 취소되거나 실내로 장소를 바꿀테고, 놀이공원을 기대했던 아이들은 울상이 될 지도 모르겠다. 어쨌건 일년에 한 번이라도 그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계기를 준 소파 방정환 선생께 감사할 일이다. 

반면 모두가 행복해야 할 가정의 달에, 노동자 축제가 벌어져야 할 날에, 아내와 자식들을 곁을 떠나야 했던 가장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지난 1일 노동절에 윤석열 정권의 건설노조 탄압에 항의하며 분신했던 건설노동자 양회동 씨(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지부 지대장)가 끝내 숨을 거뒀다. "먹고살려고 노동조합에 가입했고, 열심히 살았"던 한 아버지는 대통령의 지적질과 언론의 맞장구에 휩쓸리며 졸지에 '건폭'이 됐다. 

노조가 공개한 고인의 유서에는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을 한 것뿐인데, 윤석열 검사독재정치의 제물이 됐다"는 절규가 묻어났다. 이 비통함을 어찌하랴. 유서에는 이런 대목도 나온다. "대통령 하나 잘못 뽑아 무고한 국민들이 희생돼야 하겠느냐, 진짜 나쁜 짓 하는 놈들 잡아들이고 대한민국을 바로세워 달라"는 내용이다. 비단 고인의 울분만은 아닐 것이다. 삼가 양회동 씨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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