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231] 나무의 기도…공주시 반포면 공암리 느티나무 2그루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231] 나무의 기도…공주시 반포면 공암리 느티나무 2그루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3.05.15 14: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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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글 윤현주 작가, 사진 채원상 기자] 여드레 전 공암굴에 들어간

작두 위에서 나비처럼 춤추던 무당은

여즉 소식이 없다

어미의 이름으로 단주를 거머쥐고

작두보다 날 선 눈빛은 어둠에 묻은 채

바위가 되었는지

물이 되었는지

소식 깜깜이다

신과 인간 사이를 잇던 무당에게도

천륜의 무게는

신의 노여움보다 두렵고

인간의 욕망보다 뜨거웠던 게다

어미 팔자 닮을까,

신당 근처는 얼씬도 않던 무당의 딸은

버들가지 같은 몸을 흔들며

사흘 전엔 용수천 인근을 거닐더니

오늘은 할머니탑 앞에 앉아

목놓아 운다

목깃이 젖어 들어

노을처럼 물들어 가는 줄도 모르고,

동네 사람들이 함께 훌쩍이는 줄도 모르고

꺼이꺼이 운다

용수천에 뿌리 내린 버드나무처럼

바람에 몸을 맡긴 채 흔들린다

느티나무 아래 모인 동네 아낙의

혀끝을 차며

말의 가지를 잇는다

-서슬 퍼런 그 눈빛이

신기만은 아니 였나벼

-신이 못하는 걸 하는 게 엄니래잖여

동네 아낙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던 느티나무는

가지와 가지

잎과 잎을 모아 합장한다

햇살을 향해 뻗어가던 우듬지를

흙냄새 그득한 땅으로 살며시 숙여내며

물과 시간에 치성을 올린다

공암리는 마을 옆에 위치한 ‘공암굴’에서 유래된 지명이다.

공암리 마을 입구에는 442년생 느티나무 두 그루가 자라고 있는데 10m가 훌쩍 넘는 수고의 아름드리 느티나무 두 그루는 마을 사랑방 역할을 하는 ‘연화정’을 품은 채 마을을 굽어살피듯 자라났다.

그 모습이 마치 치성을 드리는 큰 어른 같은 느낌이다.

용수천의 범람을 막기 위해 세워진 할머니탑, 영험한 기운이 있다는 공암굴 등 시골 마을의 행복을 비는 장소들까지 모두 품을 듯 가지를 넓혀가는 느티나무가 녹음을 더 하고 있다.

공주시 반포면 공암리 410-3 느티나무 2그루 442년 (2023년)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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