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하준의 직설] 도덕성 프레임, 누가 만들었나?
[조하준의 직설] 도덕성 프레임, 누가 만들었나?
'국민의 눈 높이'가 사실은 '조중동의 눈 높이'일 가능성도 있다.
  • 조하준 기자
  • 승인 2023.05.15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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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에 더불어민주당 국민응답센터에 올라온 대학생위원회의 모든 위원장들 직위 해제를 요구하는 청원. 15일 오후 4시 기준으로 동의율이 30%를 돌파했다.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지난 12일에 국회 소통관에서 김남국 의원을 성토했던 이동학, 박성민, 권지웅, 정은혜, 성치훈, 이인화, 하헌기, 신상훈 등 8명의 청년정치인에 대한 당원들의 분노가 식을 줄을 모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응답센터에 올라온 “더불어 민주당 대학생위원회 모든위원장 직위해제를 요구합니다.” 청원은 하루 사이에 동의율이 7%가 더 증가해 15일 오후 4시 기준으로 30%를 돌파했다.

이러한 당원들의 분노는 여론조사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14일에 발표된 알앤써치 여론조사와 15일에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 꽃의 여론조사에서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산토끼’인 중도층의 지지율은 영향이 없었으나 ‘집토끼’의 지지율이 하락했다는 것이다.

알앤써치 여론조사를 보면 ‘산토끼’인 중도층의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지난 주 47.3%, 이번 주 46.8%로 불과 0.5%p 차라 큰 변화가 없었다. 오히려 ‘집토끼’인 호남에서 지지율이 무려 10.5%p나 빠졌고(71.3% → 60.8%), 40대의 지지율도 8%p나 빠졌다.(57.1% → 49.1%)

리얼미터 여론조사 역시 ‘산토끼’인 중도층의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지난 주 46.4%, 이번 주 50.3%로 오히려 4%p 가까이 더 상승했다. 반면에 ‘집토끼’인 호남에서 지지율이 무려 10%p 가까이 빠졌다.(67.3% → 56.7%) 여론조사 꽃의 결과 역시 대동소이하다. 이렇게 나온 원인이 무엇인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근 1년 간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더불어민주당의 텃밭이라 할 수 있는 계층은 지역별로는 호남과 경기/인천, 연령별로는 40대와 50대, 이념별로는 진보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어떤 이슈에도 거의 흔들림 없이 더불어민주당을 변함 없이 지지해 왔다. 그러므로 이들이 곧 ‘집토끼’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들에게서 지지율이 더 빠졌다는 건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만약 언론들의 보도대로 김남국 의원의 코인 논란이 문제였다면 이슈에 민감한 ‘산토끼’ 중도층 지지율이 더 빠져야 정상이다. 하지만 지지율이 빠진 건 오히려 ‘집토끼’들이었다. 그렇다면 이는 김남국 의원의 코인 투자가 문제가 아니라 다른 문제로 인한 분노일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전 최고위원 박성민의 말. 사실관계 확인도 하지 않고 언론의 보도를 사실로 전제하고 한 전형적인 '유죄 추정의 원칙'에 입각한 발언이다.
12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 당시 더불어민주당 전 최고위원 박성민의 말. 사실관계 확인도 하지 않고 언론의 보도를 사실로 전제하고 한 전형적인 '유죄 추정의 원칙'에 입각한 발언이다.

김남국 의원의 코인 문제가 거론되자마자 나온 것은 바로 ‘도덕성 논란’이었다. 김남국 의원이 서민 코스프레를 하고 다녔는데 알고 봤더니 코인 투자로 수십억을 벌었다는 이유 그것이 연일 언론 기사를 통해 보도되었다.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김남국 의원이 불법적인 방법으로 수익을 챙겼다는 사실은 없었다. 더군다나 이 사건은 작년부터 검찰이 파헤쳤던 것인데 1년을 묵혔다가 갑자기 터뜨린 것도 석연찮다.

만약 불법성이 있었다면 법원이 2번이나 검찰의 계좌 압수수색 영장 청구를 기각하진 않았을 것이다. 또한 검찰이 “금융정보분석원(FIU)에서 범죄와 관련 없는 것을 수사기관에 통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정작 FIU에선 “김남국 코인 투자 범죄라고 한 적 없다.”고 했다. 범죄라고 한 적이 없는데 검찰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한 셈이다. 팩트는 이것이다.

이렇게 법적 다툼에서 밀리자 검찰은 조선일보 등 친검(親檢) 언론을 앞세워 여론전에 기댔다. 이 조선일보 등은 계속해서 비도덕성 등을 들춰내며 연일 공세를 퍼부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여러 기성 언론들이 과연 ‘깨끗하고 도덕적인 사회’를 원해서 그런 기사를 내보냈을까? 그렇지 않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진보 세력에도 똥을 묻혀서 ‘똑같이 더러운 놈’으로 만들어 민주당의 동력을 끊으려는 것일 뿐이다.

이미 보수 정당은 오랫동안 정권을 잡으며 사회 기득권층으로 자리 잡았고 그 과정에서 부정부패의 모습을 국민들에게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국민들 또한 너무 오랫동안 그들의 썩은 모습을 보았기에 그들의 부패엔 너무도 둔감해졌다. 아무리 코를 찌르는 악취도 시간이 지나면 정도가 둔감해지는 것처럼 말이다. 이 때 민주당계 정당은 보수 정당과는 다른 개혁성과 청렴함, 도덕성을 차별점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이것이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 언론들이 역이용하기 쉽게 만들었다. 청렴함과 도덕성을 차별점으로 내세웠다보니 조금의 흠결만 있어도 민주당계 정당을 쉽게 공격할 수 있게 된다. 또 민주당 스스로도 “우리는 도덕적으로 완전 무결해야 해!”라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게 된다. 이것이 민주-진보 진영에 자리잡은 고질병인 ‘도덕적 결벽증’이 된 것이다.

조중동이 수시로 민주-진보 진영의 도덕성을 물고 늘어지는 건 정말로 모두가 청렴하고 도덕적인 사회를 원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그들에게 똥을 묻혀서 ‘똑같이 더러운 놈’으로 만들어 정치 혐오층을 양산하여 보수 정권의 재집권을 용이하게 만들기 위함이다. 또 민주-진보 진영이 추구하고자 하는 개혁의 동력을 꺼뜨리는 것에도 그 목적이 있다.

영화 내부자들에서 보수 언론사인 조국일보의 주필 이강희(백윤식 분)가 남긴 명대사. 이 말을 통해 언론들이 만들려는 세상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영화 내부자들에서 보수 언론사인 조국일보의 주필 이강희(백윤식 분)가 남긴 명대사. 이 말을 통해 기성 언론들이 만들려는 세상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영화 〈내부자들〉에서 조국일보란 보수 언론사의 주필로 나온 이강희(백윤식 분)가 한 명대사 “어차피 민중들은 개돼지입니다.”란 말을 다시 떠올려보자. 우선 대중의 가십거리가 될 만한 걸 던져주어 개혁의 동력을 끄는 것이 그들의 목적이다. 훗날 무죄가 되든 말든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즉, 도덕성 프레임은 조중동이 억지로 가둬놓은 틀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속담에도 “손바닥이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했다. 왜 매번 이 도덕성 프레임이 성공적으로 맞아 들어가는가에 대해 고찰해 볼 필요가 있다. 이는 민주당계 정당 안에 그 조중동을 비롯한 기성 언론들의 움직임에 호응하는 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구본기 생활경제연구소장도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지적한 내용이다. 그는 최근 김남국 의원 건에 대해 “조선일보가 노리는 지점이 분명한데 안에서 자꾸 그걸 받아서 스파이크를 때리는 자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 아무리 조선일보 등 보수 언론들이 도덕성을 가지고 물고 늘어져도 민주당이 국민의힘처럼 강경하게 “이런 보도에 대해선 법적 대응하겠다.”고 엄포를 놓으면 계속 이런 패턴의 공격이 먹힐 리가 없다.

지난 4월에 뉴스타파가 최초로 본인의 돈 봉투 의혹을 제기하자 법적 조치를 운운하며 엄포를 놓은 국민의힘 김현아 전 의원. 그녀의 엄포로 인해 현재까지도 그 사건에 대해 보도한 언론사는 최초 보도자인 뉴스타파와 인용 보도한 본지 단 둘 뿐이다.(출처 : 김현아 전 의원 페이스북)
지난 4월에 뉴스타파가 최초로 본인의 돈 봉투 의혹을 제기하자 법적 조치를 운운하며 엄포를 놓은 국민의힘 김현아 전 의원. 그녀의 엄포로 인해 현재까지도 그 사건에 대해 보도한 언론사는 최초 보도자인 뉴스타파와 인용 보도한 본지 단 둘 뿐이다.(출처 : 김현아 전 의원 페이스북)

실제로 국민의힘 김현아 전 의원의 공천 장사 의혹과 고양시의원 천승아의 낙하산 공천 건에 대해 보도한 언론사가 대한민국 전체를 통틀어 몇 개가 있는지 보라. 최초 보도한 뉴스타파와 그걸 인용 보도한 본지. 단 둘 뿐이다. 김현아 전 의원의 공천 장사 건은 더불어민주당 돈 봉투 의혹보다 몇 배나 더 중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단 2개의 언론사만이 그 내용을 보도했다. 왜 그런가? 김현아 전 의원이 법적 대응을 시사하며 뻔뻔하게 받아쳤기 때문에 언론사들이 졸아서 보도를 안 한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어떤가? 이런 의혹이 터지면 사실 확인과 동료에 대해 신뢰를 보이기보다는 먼저 앞장서서 물어뜯기 바쁘다. 법정에도 ‘무죄 추정의 원칙’이란 것이 있다. 아무리 죄수복을 입고 수감 중이라고 해도 3심에서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라는 말이다. 그러나 지금 김남국 의원이나 과거 최강욱 의원 등을 보면 과연 민주당에 ‘무죄 추정의 원칙’이란 것이 있었는가?

당원들이 수시로 개정을 요구하는 그 문제의 당헌 80조도 그렇다. 그 내용을 보면 “당직자가 기소를 당할 시 자동으로 직무가 정지된다.”고 적혀 있다. 이 역시 ‘무죄 추정의 원칙’ 위반이다. 검찰의 기소는 어디까지나 기소일 뿐 그것이 유무죄를 입증할 근거가 아니다. 만약에 해당 인물이 무죄로 판결나면 그 때는 누가 보상해줄 것인가?

최근 여론조사에서 ‘산토끼’가 아닌 ‘집토끼’들의 지지율이 더 크게 하락한 것에는 이런 더불어민주당의 모습에 실망한 지지자들의 분노일 가능성이 더 크다. 당원들은 어떻게 보면 민주당 정치인들보다 더 정치 생태를 잘 파악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검찰과 조중동이 왜 갑자기 김남국 의원의 코인 문제를 터뜨린 것인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 청년정치인이란 자들이 사실관계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고 그저 언론의 보도만 보고 언론의 눈높이에 맞춰서 김남국 의원을 물어뜯고 있다는 게 당원들과 당 지지자들의 생각이다. 그런데다 당원들이 지적하는 것에 대해 “유치찬란하다.”는 말까지 서슴없이 내뱉을 정도로 그들은 오만하기까지 하다.

동료 의원이 핍박을 받을 때 같이 힘을 합쳐 싸우기보다는 오히려 그걸 자신의 인지도 높일 기회로 삼고 동료 의원을 물어뜯는 추태를 보이니 여론조사를 통해 자신의 분노를 드러내고 청원으로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김어준 씨가 본인의 유튜브 채널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서 한 말이 있다.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서 민주-진보 진영의 고질병인 '도덕적 결벽증'에 대해 비판하는 김어준 총수(화면 출처 :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서 민주-진보 진영의 고질병인 '도덕적 결벽증'에 대해 비판하는 김어준 총수(화면 출처 :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

그는 ‘진보는 도덕성’이란 프레임 자체가 보수가 가둬놓은 프레임인데 진보 스스로가 그걸 내면화했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보수 언론들이 도덕성으로 때리면 스스로 위축되어 반성하는데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라 비판했다. 최근 김남국 의원 건이 이슈가 커지게 된 것 역시 민주당 내부에서 ‘진보는 도덕성’이란 굴레에 갇혀 있기 때문이라 했다.

김어준 씨는 돈을 많이 버는 것과 진보는 아무 상관이 없으며 룰만 지키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부패해도 유능하면 된다.’는 프레임도 거짓말이라고 지적했다. 부패는 무능한 것이지 절대 유능한 것이 아니란 뜻이다. 부패 이외의 방법으로는 돈을 벌 능력이 없으니 무능하다는 것이다.

보수 세력들이 덧씌워 놓은 도덕적 결벽증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개혁이 좌초되었고 또 얼마나 많은 인재들이 희생되었는지 스스로 반성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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