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하준의 직설] 한 번 하고 두 번 하고 자꾸만 하고 싶네〜
[조하준의 직설] 한 번 하고 두 번 하고 자꾸만 하고 싶네〜
후배 정치인의 성장과 지역 발전을 위해 다선 의원들은 퇴장하는 미덕을 보여야
  • 조하준 기자
  • 승인 2023.05.18 11:23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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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 제목에 영감을 준 노래
 기사 제목에 영감을 준 노래 〈미인〉이 수록된 신중현과 엽전들의 1집 앨범 표지. 본 앨범은 1974년에 발표되었다.(이미지 출처 : 네이버 이미지)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기사 제목은 한국의 1세대 록밴드 신중현과 엽전들이 1974년에 발표한 명곡 〈미인〉의 가사를 살짝 패러디한 것이다. 그런데 이 패러디는 필자가 처음한 것이 아니다. 본래 신중현과 엽전들의 노래 〈미인〉은 박정희 정권 시절에 금지곡이었다고 한다.

그 이유가 본래 가사인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만 보고 싶네’를 대학가에서 시위를 할 때 박정희의 장기 집권을 비꼬는 의미로 위 제목과 같이 ‘한 번 하고 두 번 하고 자꾸만 하고 싶네’로 바꿔 불렀기 때문이라 한다. 그래서 금지곡이 된 것이다. 물론 그 노래를 부른 신중현과 엽전들에게 무지막지한 탄압이 있었던 건 덤이다.

그런데 왜 그 시절 대학가에서 패러디했던 가사로 제목을 붙였느냐 하면 내년 총선 때문이다. 일찍이 석가모니 부처도 말했듯이 “인간의 욕망이란 바닷물과 같아서 마시면 마실수록 더욱 목 말라진다.”고 했다. 그와 같이 이미 권력의 단맛을 본 현역 의원들 대부분은 어지간하면 또 다음 선거에도 등장한다. 그렇게 해서 많게는 대여섯 번 이상 등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말 그대로 한 번 하고 두 번 하고 자꾸만 하고 싶은 것이다.

매년 총선 때마다 이슈가 되는 것은 현역 의원 물갈이 문제다. 투표를 하는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이번엔 새 사람 좀 뽑아보자.”는 심리로 새 얼굴을 고르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그래도 구관이 명관이다.”는 심리로 기존 현역 의원을 고르는 사람도 있다. 이런 생각들은 개개인의 자유이므로 그것까지 비판하고자 하는 생각은 없다.

하지만 한 사람이 한 지역구에서 속된 말로 죽돌이처럼 오랫동안 해먹는 것이 과연 장기적인 관점에서 좋은 일인지는 한 번 재고가 필요하다. 고사성어에도 용두사미(龍頭蛇尾)라는 말이 있다. 직역하면 ‘용 대가리와 뱀 꼬리’라는 뜻인데 속뜻은 ‘처음 시작은 좋았으나 끝은 좋지 못하다.’는 의미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는 일들이 대개 용두사미로 끝난다.

처음 지역구 국회의원에 당선되었을 때는 청운(靑雲)의 꿈에 부풀어 “내가 이 지역구를 위해 이 한 몸 불사르겠다.”는 열정에 가득 차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두 번 당선되고 세 번 당선되고 그 이후로 네 번, 다섯 번 이상 하다 보면 어떻게 될까? 과연 4선, 5선, 6선씩 하고도 그의 마음이 초선 시절과 같을까? 어느 정도까지는 초심을 가지고 있을지 몰라도 나중으로 갈수록 “뭐 대충해도 당선되는데 이제 손 놓자.”는 식으로 게을러질 수 있다. 이렇게 현역 의원이 게으름을 피우면 당연히 해당 지역구의 발전은 정체되기 마련이다.

그리고 한 사람이 너무 오래 해먹으면 후배 정치인이 성장하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한 지역구에서 6선, 7선씩 하다보면 이젠 다선 의원 정도가 아니라 아예 그 지역의 거목(巨木)이자 터줏대감이 되어버린다. 이 거목의 존재는 버팀목의 기능도 하지만 큰 그림자를 만들어 밑의 새싹들이 받을 햇빛을 가려버리기도 한다. 즉, 대체자 육성이 늦어지게 되고 세대교체를 못하게 된다는 뜻이다.

대전 지역 최다선 의원이자 전국을 통틀어 최다선 의원인 더불어민주당 박병석 의원의 선거 이력. 그의 개인 통산 최고 득표율은 3년 전 21대 총선에서 기록한 55.58%였다.(도표 출처 : 나무위키)
대전 지역 최다선 의원이자 전국을 통틀어 최다선 의원인 더불어민주당 박병석 의원의 선거 이력. 그의 개인 통산 최고 득표율은 3년 전 21대 총선에서 기록한 55.58%였다.(도표 출처 : 나무위키)

또한 무엇보다도 한 사람이 너무 오래 해먹으면 유권자들조차도 이젠 점점 식상해지고 피로해진다. 가령 대전 지역 최다선 의원이자 전국을 통틀어 최다선인 더불어민주당 박병석 의원을 예로 들어보자. 박병석 의원은 지금까지 6선을 했는데 모두 대전광역시 서구 갑 지역구에서 당선되었다. 그가 6선을 하는 동안 기록한 최고 득표율은 3년 전 21대 총선에서 기록한 55.58%였다.

하지만 이 최고 득표율이란 성적에 가려진 부분이 있다. 대전 서구 갑의 역대 총선 데이터를 살펴보면 19대 총선까지 박병석 의원은 단 1개의 동에서도 패배를 기록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20대 총선 때부터 패배한 동이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했다. 물론 20대 총선 때는 국민의당 후보가 표를 갈라먹은 것도 감안하긴 해야할 것이다.

3년 전 21대 총선 당시 대전광역시 서구 갑의 개표 결과. 더불어민주당 박병석 후보가 개인 통산 최고 득표율을 기록하며 55.58% : 42.79%로 미래통합당 이영규 후보를 상대로 크게 이겼다. 하지만 동별 결과를 보면 서구 원도심 지역과 농촌 지역인 도마 1동, 도마 2동, 변동, 가장동, 기성동에서 패배했다는 걸 알 수 있다.(도표 출처 : 나무위키)
3년 전 21대 총선 당시 대전광역시 서구 갑의 개표 결과. 더불어민주당 박병석 후보가 개인 통산 최고 득표율을 기록하며 55.58% : 42.79%로 미래통합당 이영규 후보를 상대로 크게 이겼다. 하지만 동별 결과를 보면 서구 원도심 지역과 농촌 지역인 도마 1동, 도마 2동, 변동, 가장동, 기성동에서 패배했다는 걸 알 수 있다.(도표 출처 : 나무위키)

그러나 문제는 최고 득표율을 기록했다는 그 21대 총선 때다. 이 때는 양당 후보 모두 표 분산 없이 사실상 1 : 1로 맞붙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병석 의원은 도마 1동, 도마 2동, 변동, 가장동, 기성동까지 총 5개 동에서 미래통합당 이영규 후보에게 패배를 기록했다. 그런데도 역대 최고 득표율을 기록하게 된 것은 도안신도시 지역인 가수원동과 관저 1동, 관저 2동과 복수동에서 더 높은 득표율을 기록해 표 차를 상쇄했기 때문이다.

박병석 의원이 패배한 동들 중에서 도마 1동과 도마 2동, 변동, 가장동은 서구 원도심 지역으로 비교적 낙후된 동네이고 기성동은 계룡시와 인접한 농촌 지역이다. 또 박병석 의원이 승리한 동들 중에서 가수원동과 관저 1동, 관저 2동, 복수동은 도안신도시 지역이다. 이러한 결과는 어떻게 해서 나온 것인가?

박병석 의원이 이 지역에서 6선씩이나 한 것은 그가 지역 유권자들로부터 신임을 얻었기 때문에 그러했을 것이다. 그러나 원도심 지역 사람들은 박병석 의원이 20년 넘게 이 지역 국회의원으로 재임한 동안 발전이 정체되었으니 결국 불만을 품고 등을 돌렸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이렇듯이 아무리 일을 잘 한다고 평가를 받던 사람도 너무 오래 하다 보면 점점 식상해지고 피로감을 느낀다는 걸 말해주는 것이다. 이는 비단 박병석 의원 뿐 아니라 다른 다선 의원들에게도 해당되는 내용이다. 단지 예를 들기 위해서 박병석 의원의 사례를 끌어온 것 뿐이다.

다선의 기준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현행법 상 지방자치단체장은 3선 연임이 가능하다고 되어 있으니 그 기준에 맞춰보면 선수가 4선 이상인 의원들이 다선 의원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전체 300명의 국회의원 중에서 선수가 4선 이상인 의원 숫자는 총 33명으로 전체 의원 숫자의 10%를 조금 넘는다. 문제는이 33명 의원들의 지역구 대부분은 각 소속 정당의 황금 지역구란 것이다.

아무리 한 번 하고 두 번 하고 자꾸만 하고 싶은 게 사람 심리라 하더라도 이제 10년, 20년씩 한 지역구에서 국회의원을 해먹었으면 이제 후배들에게 양보를 할 줄 아는 미덕을 좀 보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제때제때 세대교체가 되고 물갈이가 되어야 지역 정치도 발전하고 경제도 발전한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한 정당이 대대로 오랫동안 해먹어서 발전이 정체된 대표적인 동네가 바로 대구광역시다. 지금 대구는 30년 가까이 전국 경제 꼴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왜 그렇겠는가? 과연 그런 대구의 모습이 보기 좋던가?

어쩌면 본인의 욕심 때문에 후배들이 성장할 기회가 점점 사라진다는 걸 모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다시 말하지만 거목이 가지를 드리워서 햇빛을 가려버리면 그 밑의 새싹들은 제대로 자라지 못하게 된다. 백 번 양보해서 최소한 5선 이상한 국회의원들은 후배들을 위해서 다음 총선에선 불출마를 하며 퇴장하는 미덕을 보이는 게 어떨까? 그것이 선배다운 또 원로다운 품격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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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다 2023-05-30 06:00:01
글을 너무 편파적으로 썼네
이순신이 삼도수군통제사 오래 해먹으니까 권율로 교체 하는거랑 뭐가 다르냐?
이순신 같은 사람이라면 교체 없이 계속 가야지
박병석 의원을 두둔 하는게 아니라
무작정 오래하니까 바꾸라는 논리가 싫다는 것이다.
바꿔서
원균 같은 정치신인이라면 신인이니까 무조건 우대해 주어야 하나?
기준이 역량이 되지 않고 신인이냐 중진이냐 그런걸 가지고 따지면 안되지
그리고 장종태가 하느니 차라리 박병석이 낫다.
박병석 아니면 도안동에 사는 송xx이 국회의원 하는게 좋겠다.

ㅇ ㅇㅁ 2023-05-18 15:54:07
아름다운 마무리 해주시길 바랍니다 박병석의원님^^

ㅇㅈ 2023-05-18 12:09:14
정치 더 하려면 대구로 가시오~ 노 정치인의 마지막 불꽃을 보여주시게

문미숙 2023-05-18 11:49:35
국회의장하면서 검찰개혁 방해에 일조하시고 . . 민주당에서 또 해먹을라고.. 노욕이 과하네 .. 6선하면서 뭘하셨는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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