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역병’ 메르스에 심리적 감염된 예술인들
[취재수첩] ‘역병’ 메르스에 심리적 감염된 예술인들
  • 배다솜 기자
  • 승인 2015.06.15 14: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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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다솜 기자

[굿모닝충청 배다솜 기자] “휴, 이놈의 역병 때문에… 어떻게 하면 좋냐. 아휴”

한숨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공연을 앞둔 예술가들은 쉴 새 없이 공연 준비를 하다가도 메르스 생각에 한숨만 푹푹 내 쉰다.

지난 달 한국에 입성한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MERS)는 한 달도 채 안 돼 나라를 발칵 뒤집어 놨다. 확진자는 150명에 육박했고, 사망자도 16명이나 발생했다. 메르스는 직접적으로 신체에 위협을 안겨주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여파로 많은 시민들의 생업에도 위협을 가하고 있다.

따뜻하고 밝은 날씨에 거리에 사람들이 가득해야 할 6월의 어느 주말 오후, 길거리는 한산하고 각종 공연장과 행사장에는 적막한 기운마저 감돈다. 대전지역 곳곳에 위치하고 있는 공연장은 소수의 관객만을 두고 공연을 하거나 아예 문을 닫았고, 공연과 축제 등이 예정된 단체는 대부분 연기하거나 취소하고 있다. 

이수아트홀은 이달 말까지 계획돼 있던 연극 ‘셜록홈즈’의 공연을 종료했고, 대전시립교향악단과 카이스트는 ‘대전시립교향악단과 함께하는 행복한 클래식’ 공연을 취소했으며 대전무용협회는 ‘제8회 시민무용축전’을 9월로 연기했다. 유성구는 ‘제18회 유성 온천 단오제 행사를 취소, 서구는 중장년층 취업박람회 등을 무기한 연기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어려운 공연예술 단체는 메르스의 여파를 그대로 맞닥뜨려야 할 상황이다.

실제 기자가 활동하고 있는 한 연극 극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달 중순에 올해 초부터 준비한 정기공연을 무대에 올릴 계획이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걱정이 크다. 공연예술 사업이라는 게 일단 사람이 모여야 가능한 법인데 사람과 접촉하기를 꺼려하는 지금의 여론은 최악의 상황인 것이다.

기자에게 직원들의 단체예약을 문의했던 한 대형마트도 “메르스 때문에 어려울 것 같다”며 고사했고, 예약문의 및 사전 예약도 미미한 수준이다.

해당 극단은 올해 초부터 대관과 홍보 등을 기획했고 다음 달에는 다른 공연이 예정돼 있어 이번 공연을 연기하기도 어렵다. 기획자들은 물론이고 공연을 앞둔 배우들은 연기나 연주 등에 고심해야 할 때에 메르스에 대한 우려로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꼬박 2달이 넘도록 밤을 지새가며 연습했지만 공연을 보러와 줄 관객이 없어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지경이기 때문이다.

한 공연 관계자는 우스갯소리로 “배우들은 가슴팍에 ‘나 메르스 안 걸렸어요’라고 글귀라도 써 붙이고, 입구에는 체온계 두고 공항처럼 입장심사를 해야 하나”하고 말하기도 했다.

입구에 손세정제와 마스크를 비치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지만 관객이 오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는 일이다.

최근 부쩍 몸이 약해진 한 배우는 관객이 오지 않을까에 대한 염려에 자신이 메르스에 감염될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더해졌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길 바라지만 한편으로는 매일매일 다른 사람들과 한 공간에서 메르스 바이러스의 가능성에 노출돼야 하는 자신의 처지도 걱정이란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가 터져 참 가슴이 아팠습니다. 국민들도 모두 가슴이 아파 공연장을 찾지 않았어요. 올해는 메르스네요. 이번에는 몸이 아파 공연장을 찾지 않고…. 우리는 몸과 마음이 아픕니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을 피할 수밖에 없는 현실 앞에 누굴 탓할 수도 없다. 그러나 이러한 사태가 발생할 때마다 공연 업계는 큰 타격을 입고, 파산과 도산에 이르는 업체까지 생겨나는 등 시간이 지나기만을 바라기에는 잃는 것이 너무나 많다.

정부나 지자체는 이러한 국가재난이 발생했을 시 피해 입은 예술단체의 상황을 파악하고 예술단체 지원금 등 매년 정해져 있는 예산과 더불어 그들이 다시금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또 배우 등 예술가들은 마스크 착용으로 솔선수범의 모습을 보여주고, 국민들은 너무 큰 걱정과 우려보다는 철저한 예방과 관리 속에서 일상생활을 이어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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