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렇게 쓰레기를 줄였다-㉕] 수다쟁이 엄마의 환경조기교육
[나는 이렇게 쓰레기를 줄였다-㉕] 수다쟁이 엄마의 환경조기교육
신오영, 청주새활용시민센터 자원순환리더…청주시 상당구 용암동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3.05.23 09: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골판지로 트리를 만드는 아이들. 사진=청주새활용시민센터/굿모닝충청

[굿모닝충청 신오영 자원순환리더] 어린이집에 막내를 데리러 간 어느 날,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어요. “어머님~은찬이 눈치 보여서 물티슈도 못 쓰겠어요. 물티슈는 지구를 아프게 한다고 아껴 쓰라고 어찌나 잔소리를 하는지요. 쓰려면 한 장만 쓰래요. 두 장 뽑았다가 혼났다니까요.” 선생님의 고자질에 흐뭇했던 기억이 납니다.

우리 아이들은 유모차를 타고 외출이 가능한 시기부터 저와 함께 플로깅을 했어요. 멍하니 산책을 하는 것보다 쓰레기를 주우며 걷다 보면 이야깃거리도 많아지더라고요. “우와~스티로폼이 막 굴러다닌다. 이거 누가 버린 걸까? 스티로폼은 썩으려면 500년이 넘는다는데 이렇게 바람에 날아다니면 안 되겠지? 얼른 줍자.” “담배꽁초가 100개도 넘겠는데? 담배꽁초가 물에 빠지면 물을 오염시키겠지? 담배꽁초 필터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나온대. 오늘은 우리 동네 담배꽁초를 다 주워볼까?”

아이들이 알아듣든 못 알아듣든 수다쟁이 엄마는 조잘조잘 수다를 떨며 쓰레기를 주웠고 그걸 보고 자란 아이들은 아장아장 걷기 시작하면서부터 작은 손으로 쓰레기를 주워 왔어요. 지금은 10살인 둘째가 5살 때부터 본격적으로 집게를 손에 쥐여 주었는데요. “지구방위대 출동! 오늘은 우리 동네 놀이터를 지키러 가자” 엄마가 집게를 치켜들고 신나게 외치면 너무 재밌어 하더라고요. 놀이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것 같아요.

한번은 15년이 넘은 먼지 쌓인 레고 블록을 물려받았어요. 우리 아이들은 주변 언니 오빠들한테 옷이며 책이며 장난감까지 다 물려받고 있거든요. 그치만 블럭 틈 사이로 낀 먼지를 보며 고민이 되더라고요. 새 장난감 사줄 형편이 안되는 것도 아니고 위생문제도 있으니 이건 버려야겠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아이들이 다가오더니 이건 누구 거냐고 묻더라고요. “이번에 대학교 들어간 00형아가 물려준 거야. 아주 애기 때부터 가지고 놀던 거래. 먼지가 너무 많아서 이건 못 가지고 놀겠다. 엄마가 새 블럭 사줄게. 이건 버리자”라고 했어요. 하지만 아이들은 이렇게 대답하더라고요. “이걸 왜 버려. 우와! 재미있겠다. 엄마 우리 이거 씻자.” 결국, 커다란 목욕통에 블럭을 쏟아붓고 한참을 깔깔거리며 뽀득뽀득 씻고 놀았던 기억이 납니다.

요즘도 우리 아이들은 길바닥에 버려진 쓰레기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를 못해요. 계곡에 놀러 가서도 쓰레기를 모아서 가지고 오고요. 집에서 분리배출도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뭐든지 다시 쓰고 아껴 쓰려고 해요. 가끔은 저보다 더 열심이어서 부담스러울 때도 있답니다. 이런 아이들을 볼 때마다 반 농담으로 이렇게 이야기해요. “환경장학제도가 있다면 니들이 받아야 해. 환경유공자 표창장 줘야 한다니까. 니들이 차세대 환경리더다.” 차세대 환경리더를 키워낸 비결이 뭐냐고 물으신다면 저는 자신 있게 이야기하렵니다. “어른이 먼저 실천하세요.”

쓰레기 줍기에 열심인 아이들. 사진=청주새활용시민센터/굿모닝충청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함께 쓰레기를 줍고 환경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 했어요. 가르친다기보다 엄마 혼자 주절주절 수다를 떤 거였죠. 그런데 아이들은 다 기억하고 있더라고요. 엄마의 수다가 환경 감수성이 뛰어난 아이들로 자라게 한 것 같아요. 최근에 이사를 했는데요. 어젯밤 저녁을 먹고 동네 산책을 하는데 구석구석 쓰레기가 눈에 띄더라고요. 아이들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쓰레기를 주워오더니 7살 막내가 “엄마 안 되겠다. 내일부터는 쓰레기봉투 가지고 나오자” 하네요.

밤바람을 즐기며 우아하게 산책하고 싶었던 바람은 이룰 수 없지만 새로 이사 온 동네가 우리 아이들 덕분에 더 깨끗해지겠구나 싶어서 배시시 웃음이 났답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0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다 01283
  • 등록일 : 2012-07-01
  • 발행일 : 2012-07-01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창간일 : 2012년 7월 1일
  • 굿모닝충청(인터넷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7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아00326
  • 등록일 : 2019-02-26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굿모닝충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굿모닝충청.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mcc@goodmorningcc.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