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쳐 인사이드] 한국 영화계를 위해 필요한 정책
[컬쳐 인사이드] 한국 영화계를 위해 필요한 정책
  •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 승인 2023.05.23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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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이 해야 할 일은 미개봉하고 있는 영화 120여 편에 대한 대책이다. (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굿모닝충청=김갑수 기자)
정책이 해야 할 일은 미개봉하고 있는 영화 120여 편에 대한 대책이다. (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굿모닝충청=김갑수 기자)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정책은 유행과 트렌드를 따라가면 곤란하다. 정치는 유행과 트렌드를 따라가기 쉽다. 유행과 트렌드를 따라가기 쉬울 때 세상의 주목을 받기 용이해 보이기 때문이다. 이는 선거와 맞물려 있으므로 정치인들은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

하지만, 정치는 오히려 당장에 주목을 받지 않지만, 미래에 중요할 사안에 대해서 미리 대비하고 지원이나 진흥책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그것을 구체화한 계획과 예산안의 응집이 정책이다. 따라서 아무리 정치가 유행과 트렌드에 휩싸인다고 한들 정책이 바로 중심을 잡아야 한다. 둘이 모두 흔들리면 미래는 암울하다.

K팝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으니 블랙핑크 사례처럼 그 후광을 정치에 활용하려 하지만 하이브의 방시혁 의장은 K팝의 위기를 언급했다. 넷플릭스가 후광에 힘입어 정책적 성과가 있는 것으로 치장하려 할 때, 국내 토종 OTT는 포부에 비례한 수익 부재와 막대한 부채 등으로 아우성을 치는가 하면 극장 영화계는 위기론으로 아수라장이다.

아직도 영화 ‘기생충’을 언급하며 K-무비의 세계 활약상을 언급하는 정치인은 물론 정책수립자도 상당하지만, 그것은 이미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4년 전 기억의 이벤트였다.

코로나19 팬데믹 방역 정책은 그 집단 감염의 실제 역학 사례와 관계없이 집합금지 공간으로 처음부터 일관되게 지정했다. 즉 감염 사례가 없음에도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력하게 시행했고 이 때문에 영화관은 방문 자체가 위험한 공간이 되었다.

이는 극장업계와 영화계는 위기였지만, 디지털 영상 플랫폼업체들은 대단한 호기가 되었다. 그 대표적인 플랫폼이 넷플릭스였고, 히트작은 ‘오징어 게임’이었는데 놀랍게도 그 장르는 드라마였다. 매우 중요한 사건이었는데, 드라마가 영화보다 재밌고 세계적으로 크게 성공할 수 있음을 확증했다. 넷플릭스만이 아니었다. 넷플릭스를 포함해 애플TV의 ‘파친코’도 범 K 콘텐츠로 아성을 이뤘다.

그 사이 영화계는 코로나19만 끝나기를 바랐다. 물론 당장 관객 회복은 점차 이뤄질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 이후 가장 큰 타격은 한국 영화였다.

극장들은 모두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을 영화 티켓 가격 인상으로 벌충하려 했다. 오랜만에 극장을 찾은 관객들은 놀랄만했다. 연이어 올라 5000원 이상의 인상 폭을 보고 보수적인 영화 선택으로 돌아섰다.

자신에게 익숙하거나 검증된 영화에 더욱 주목했다. 즉 ‘탑건’, ‘아바타’, ‘존윅’, ‘슬램덩크’, ‘스즈메의 문단속’, ‘가우갤 ’같은 시리즈 영화 등에 집중했다. 이제 코로나19를 거치며 대작이라고 무조건 보지 않는다.

관객들은 아무리 스타 배우, 감독이 캐스팅이 되어도 자신이 원하지 않는 내용이면 외면하는 것을 당연시하게 되었다. 한국 영화가 블록버스터를 지향한 경우 외면받은 이유다. ‘비상선언’, ‘외계+인’이 대표적이었다.

올해도 100만 관객을 넘긴 한국 영화가 아직 없다. 극장에서 선별해 개봉했는데도 말이다. 오히려 소소한 영화 ‘올빼미’, ‘육사오’가 2022년에 210만, 160만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문제는 외화가 73%의 점유율을 보이는 것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 비해 절반의 관객에 그치는데 가운데 한국 영화는 절반도 안 된다. 4분의 1에서 불과하다. 이렇다면 극장은 어쨌든 외화라도 관객을 채우지만, 한국 영화계는 악순환에 놓이게 된다.

코로나19 이전에 제작 영화가 극장에 걸려야 제작비 지급은 물론이고 이익 분배에 따라 투자가 선순환 이뤄진다. 하지만 영화계는 이런 선순환이 이뤄지지 않게 되었다. 한국 영화의 위기는 여기에서 눈덩이가 되었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제작된 영화가 개봉되지 못했고, 개봉을 기다리는 사이 그나마 개봉한 영화들도 관객이 들지 않아 이익을 내지 못하니 차기작을 만들 수 없었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되어 본격적인 개봉을 해도 이미 몇 년 전 영화들이라 트렌드 하지 않았다. 악순환의 시작이었다.

이런 가운데 넷플릭스를 포함한 글로벌 OTT 콘텐츠는 계속 제작 공장을 돌리고 있었기 때문에 트렌디했다. 비록 포스트 코로나로 대면 활동이 늘어나며 위축이 되었다고 해도 그 확장성은 여전했다.

그렇다면, 정책은 무엇을 해야 할까. 물꼬를 트는 일이다. 정치는 예산 배분을 통해 숫자의 잔치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정책은 현장에서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정책이 해야 할 일은 미개봉하고 있는 영화 120여 편에 대한 대책이다.

극장계는 코로나19 여파로 손해를 입은 터에 그것을 메우기 위해 흥행할 작품을 선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름 성수기에 대거 개봉하는 쏠림 현상이 벌어질 것이다. 이렇게 되면 레드 오션이 된다. 하루빨리 영화계가 재투자가 이뤄질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개봉에 국고지원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런 정책적 수단이 무력화되는 일이 벌어지는데, 바로 멀티플렉스 독과점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중소 극장은 더욱 사라져갔다. 즉 영화 개봉관의 다양성이 무너졌다. 영화를 많은 국민이 다양하게 접할 수 있는 스크린의 확보가 중요한 이유라는 점을 다시 확인시키고 있다.

당장에 중소 영화들부터 개봉하게 쿼터를 지정하고 공공 예산을 배정해야 한다. 이를 통해 다양성을 확보하고 멀티플렉스를 고집하지 않을수록 더욱더 선택과 집중을 해주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신예 영화인들이 관객과 만날 수 있는 여건과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 서둘러도 몇 년이 걸릴 중차대한 일이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문화정보콘텐츠학 박사-카이스트 미래 세대 행복위원회 위원.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문화정보콘텐츠학 박사-카이스트 미래 세대 행복위원회 위원.

장기적으로 멀티플렉스에 한국 영화의 위기를 불러일으킨 책임을 묻고 다른 대안을 모색하는 것 또한, 정책이어야 한다. 영화는 신예 창작자들의 적극적인 발굴을 통해 글로벌 OTT 시대에 한국 영화의 길라잡이가 되어야 한다.

최근 전남지역 작은 영화관 사업의 약진이 눈길을 끌었다. 이 사업이 날로 늘어나는 것에서 나름 희망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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