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235] 성장과 변화 사이…태안군 태안읍 반곡리 느티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235] 성장과 변화 사이…태안군 태안읍 반곡리 느티나무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3.05.23 1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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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글 윤현주 작가, 사진 채원상 기자] 631년 수령의 느티나무를 만나기 위해 태안으로 향했다. 

동쪽을 제외하고 3면이 모두 바다인 태안은 국내 유일의 해안국립공원이 위치하는 곳이다. 

559.3km의 해안선을 따라 펼쳐지는 절경과 114개의 크고 작은 섬이 모여 있는 아름다운 반도 태안군. 

그중 태안군의 중심지인 태안읍 반곡리를 찾았다. 이곳에 태안의 변화를 지켜본 631년 수령의 느티나무가 자라고 있다. 

느티나무는 너른 밭을 내려다보듯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20m에 달하는 수고, 긴 세월 모진 풍파를 견디며 생긴 커다란 상처 그리고 넓게 펼쳐낸 가지는 느티나무의 생(生)을 짐작하게 한다. 

사람들은 늘 그 자리에 있는 나무를 보며 ‘한결같다’는 표현을 쓰지만 사실 나무는 사시사철 변화를 겪어내고 있다. 

또한 한 번도 성장을 멈추지 않았다. 비록 그 속도를 우리의 시선으로 확인할 수는 없지만 거칠게 떨어져 나가는 수피가 느티나무의 성장 증거다. 

느티나무는 성장하면서 수피가 갈라지고 떨어져 나간다. 마치 파충류가 성장을 위해 탈피를 하듯 나무는 수피를 떨구고, 새살을 돋게 만든다. 

그리고 뿌리를 더 깊고 단단하게 내리며 천천히 느티나무만의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느티나무가 단단한 뿌리를 내린 이곳 또한 수없이 많은 변화를 겪었다. 

지금은 싱그러움이 가득한 푸른 밭으로 알타리무. 생강, 양파, 냉이. 감자 등을 수확하고 있지만 사실 60여 년 전만 해도 이곳에는 갯벌이었다. 

아마 오래전 느티나무가 바라보던 풍경 속에는 썰물 때면 바지락을 캐고, 고둥과 돌게를 잡는 이들의 있었을 게다. 

그러나 1962년 태안 간척사업 시작되면서 이곳에는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간척사업으로 드넓은 농토는 형성됐지만, 염기가 가득 밴 땅에서는 농사를 지을 수 없었다. 

그래서 주민들은 땅을 일구기 위해 3년간 구슬땀을 흘려야 했다. 

마치 느티나무가 수피를 떼어내고 새살을 돋게 하듯 급격한 변화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변화를 위한 노력은 계속되어 왔다. 

그렇게 만든 간척지는 지금 이곳 사람들의 생계가 되고 있다. 갈매기가 날고, 조개가 살던 갯벌에 ‘밭작물도리깨질하는소리’, ‘어화소리’ 등의 작업요가(作業謠)가 들리고, 푸릇한 작물이 자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모습 또한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질 예정이다. 

느티나무가 바라보고 있는 이 풍경은 태안기업도시라는 이름으로 또 한 번 변화를 꾀하는 중이다. 

느티나무의 수령이 700년이 되었을 때, 다시 이곳을 찾는다면 나무는 어떤 풍경을 마주하고 있을까? 

그리고 그사이, 느티나무는 또 얼마나 성장해 있을까?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하며 발길을 옮긴다. 

태안군 태안읍 반곡리 539 느티나무 631년 (2023년 기준)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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