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명의 어원 상고사] 『사기』를 다시 읽다 2
[정진명의 어원 상고사] 『사기』를 다시 읽다 2
정진명 시인, 어원을 통한 한국의 고대사 고찰 연재 '37-사기2’
  • 정진명 시인
  • 승인 2023.05.25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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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 까치에서 나온 사기 번역서의 주석 부분. 정범진 외. 사진=정진명/굿모닝충청

[굿모닝충청 정진명 시인] 사실 패수를 한반도 내의 어떤 강으로 설정해도 문제가 됩니다. 왜냐하면, 한반도는 유사 이래 진나라의 땅이 된 적이 없습니다. 연나라의 땅이 된 적도 없습니다.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운 국사 지식에 바탕을 두고 이해한다고 해도, 연나라의 공격에 밀려 위축된 적은 있지만, 연나라에게 먹힌 적은 없습니다. 연나라의 최전성기 때도 관리 영역이 만주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하여 한반도의 허리까지 진나라 땅이 된단 말입니까? 제 말이 이상한가요?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역사학자가 아닐 테니, 우리가 국사 시간에 배운 이상한 선입견이나 지식을 몽땅 내려놓고 제 설명에 따라 선후 관계와 인과 관계, 그리고 상식에 기초한 논리를 따져서 곰곰이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제 말이 이상할 것 없습니다. 이것을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이상한 겁니다.

교과서를 쓴 학자들의 가르침을 충실히 따라도 한반도의 대동강 이남이 연나라의 땅이 된 적은 없습니다. 물론 진나라의 땅이 된 적도 없습니다. 한반도는 단 한 번도 중국의 땅이 된 적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입니다. 위만이 건넜다는 그 ‘패수’는 한반도에 있던 강이 아니다! 이것은 제가 강짜 부린 결론이 아닙니다. 사마천이 쓴 『사기』를 읽고, 있는 그대로 풀이하여 다다른 결론입니다.

그러면 패수는 어디에 있었을까요? 『사기』 번역본의 주석에 그 설명이 있습니다. 다음과 같이 번역 글에 친절하게 주석을 달았습니다.

 “4)遼東 : 郡 이름, 나라 이름. 전국시대 燕나라가 처음으로 郡을 설치하였는데, 관할 지역은 지금의 遼寧省 大陵河 이동 지역이다. 西晉 때 郡에서 國으로 바뀌었다.”

사기 원문에 따르면 진번 조선은 요동의 바깥 경계에 닿았고, 역사학자들의 주석에 따르면 그 요동은 요녕성 대릉하 지역입니다. 따라서 위만이 요새(대릉하 동쪽)를 나와서 건넌 강이 ‘패수’인데, 대릉하 동쪽에 있는 강은 어떤 강일까요? 지도를 보면 현재의 요하를 말합니다. 그 요하를 건너면 진나라 때의 옛땅이 있습니다. 연나라가 전성기 때 개척했다가 진나라의 통일로 연이 망하면서 버려둔 땅이랍니다. 위만은 그곳에 살면서 ‘조선 쪽의 경비 초소(上障)’와 ‘중국 쪽의 경비 초소(下障)’ 사이 완충지대(DMZ)에서 전쟁을 피해 떠도는 유민을 모아, 기자조선의 준왕에게는 중국의 공격에 방패막이가 돼주겠다고 말하여 인심을 얻은 다음에, 기회가 오자 기준(箕準=扶餘準)을 쳐내고 스스로 왕이 된 것입니다.

따라서 사기를 번역하신 분들이 달아놓은 주석을 성실히 따라가보면, 지금의 요하는 ‘요하’가 아니라 ‘패수’이고, 지금의 대릉하는 사마천이 『사기』를 쓸 무렵의 ‘요하’였던 것입니다. 그래야 사마천이 직접 쓴 이 문장이 매끄럽게 풀립니다. 패수를 한반도의 청천강이나 대동강이라고 했을 때 벌어졌던 황당한 일들이 모조리 풀립니다. 고조선의 수도 박달성(평양)은 지금의 대동강에 있던 것이 아니라 사마천이 『사기』를 쓸 무렵에는 패수의 동쪽인 지금의 요녕(遼寧)에 있었던 것입니다.

게다가 상장과 하장 사이 완충지대에서 위만은 제나라의 유민을 긁어모아 세를 불렸습니다. 제나라에 살던 사람들이 어떻게 대동강에 나타났을까요? 배를 타고 갔을까요? 만약에 제나라 사람들이 갈 수 있는 곳이라면 중국에서 가까운 곳이어야 합니다. 조선 시대에도 북경에 조공을 가려면 3~6개월이나 걸려서 가는 거리입니다. 그런데 이토록 먼 곳에 중국 동쪽의 제나라 백성들이 전쟁을 피해서 대동강까지 온단 말입니까? 이게 말이나 되는 설정입니까? 차라리 로마 사람들이 게르만족을 피해서 대동강까지 도망쳐왔다고 하는 게 더 나을 일입니다. 이런 주장을 천연덕스럽게 믿는 사람들이 한국의 역사학자들이라는 게 놀랍습니다. 우리가 그러는 동안 일본놈들은 어떻게든 고대사를 한반도 안으로 축소 시키려고 하고, 중국놈들은 동북공정으로 고구려도 자기네 역사라는 논리를 강화 시킵니다. 왜놈이나 떼놈의 말장난에 놀아나는 것은 우리입니다.

결론은 이것입니다. 패수는 지금의 패수가 아니니, 결국 패수도 요하도 점차 동쪽으로 이동했다는 것이죠. 처음의 요하는 진시황이 쌓은 만리장성 너머의 강이었을 것입니다. 연나라의 성들을 연결하여 길게 완성한 것이 만리장성임은, 역사학자만이 아니라 온 세상이 다 아는 사실입니다. 그러니 연나라 때의 요하란 ‘난하’쯤이 되지 않았을까요? 그러다가 중국이 장성을 넘어서 동쪽으로 팽창하면서 요동군이 지금의 자리로 옮겨갈 당시에는 ‘대릉하’로 옮겼다가, 사마천이 죽고 난 뒤 어느 무렵에 지금의 요하로 자리 잡은 것입니다. 이렇게 된 것은 아마도 반고(32?~92년)의 『한서』(82년)와 범엽(398~445년)의 『후한서』가 쓰일 무렵이 아닌가 합니다. 어쨌거나 사마천(B.C.145~85)과 반고(A.D.92) 사이(177년)의 어느 때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사마천의 말을 더 믿어야 할까요? 아니면 반고나 범엽의 말을 더 믿어야 할까요? 이런 질문을 한다는 것 자체가 역사학계의 수치입니다. 사마천은 자기가 살아있던 때의 이야기를 한 것이고, 반고는 200년 전의 이야기를, 범엽은 500년 전의 이야기를 한 것입니다. 누구 말을 믿어야 합니까? 반고와 범엽을 더 믿어서 사마천이 살아서 한 말을 거짓이라고 해야 하나요? 정말 어이없습니다.

그 뒤에도 ‘패수’는 계속 동쪽으로 가서 압록강이니, 청천강이니, 대동강이니, 예성강이니 하며 역사를 논하는 사람들의 심심풀이 땅콩이 됩니다. 왜 심심풀이 땅콩이냐면, 한 번 툭 던져놓고, “아니면 말고!”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간편한 역사 학설도 없습니다. 개나 소나 다 지껄인 것이 ‘패수’ 학설입니다.

강이 이렇게 옮겨갔다면 그 강 옆에 깃든 도읍(평양)도 따라서 갔을 것입니다. 평양은 패수를 건너서 동쪽에 있습니다. 이 논리에 따르면 지금의 평양은 고조선의 평양이 될 수 없습니다. 지금의 평양은 대동강 북쪽에 있기 때문입니다. 패수가 대동강이라면 평양은 동쪽에 있어야 하니 말이 안 됩니다. 패수가 청천강이라면 더더욱 말이 안 됩니다. 평양이 남쪽에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코앞의 대동강을 두고서 굳이 한참 멀리 떨어진 청천강을 갖다가 평양에다가 붙여보는 것은 정말 한심한 짓거리입니다. 역사학자들이 방향감각이 없어도 분수가 있지 어찌 이렇게 술주정뱅이처럼 가리산지리산한단 말입니까? 다음 구절을 보면 더 확실해지는 게 있습니다.

 “왕위가 아들에게 전해지고 다시 손자 우거(右渠)에 이르니 꾀어들인 한나라의 도망친 백성들이 점차 많아졌고, 또 입조하여 황제를 뵙지도 않았다. 또한 진번의 주위 여러 나라들이 글을 올려 황제를 뵙고자 하면 가로막고 통하지 못하게 하였다.”

한나라가 사신 섭하를 시켜서 우거를 꾸짖고 달랜 까닭이 뭐냐면, 주위 여러 나라가 황제에게 가려는 것을 가로막았다는 것입니다. 만약에 우거가 사는 평양이 대동강이었다면, 황제로 보러 가는 다른 여러 나라가 대동강 이남에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배운 역사에서 대동강 이남에는 삼한밖에 없습니다. 도대체 ‘진번의 주위 여러 나라들’이 있던 곳이 대동강 이남 지역이었단 말입니까? 만약에 『사기』 조선 열전에서 말한 ‘진번의 주위 여러 나라들’이 만주 지역에 있었다면, 대동강에 있는 우거가 어떻게 그들을 막는단 말입니까?

우거가 살던 평양은 대동강에 있지 않았다는 증거입니다. ‘진번의 주위 여러 나라들’이 만주와 중국 북부 일대에 사는 사람들이고, 우거가 그들을 막았다면 조선은 ‘진번의 주위 여러 나라들’ 사이에 있어야 합니다. 만주와 중국 사이의 그 어떤 지점이죠. 그 지점은 바로 앞에서 밝혀졌습니다. 사마천이 살았을 때의 요하는 지금의 대릉하이고, 우거의 평양은 지금의 요하인 ‘패수’ 건너편에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야만 『사기』의 이 구절이 매끄럽게 풀이됩니다. 매끄럽게 풀이되는 것을 두고 굳이 이상하게 해석하려는 어리석음을 왜 고집스럽게 지킨다는 말입니까? 사마천의 『사기』를 읽어보면 평양의 위치가 손금 보듯이 또렷해집니다. 적어도 지금의 평양은 『사기』의 평양이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도대체 얼마를 더 얘기해야 역사학자들의 귓구녕이 뚫릴까요?

‘난하’를 찾아보면 ‘하북성에서 발원하여 발해(渤海)로 흘러들어가는 강’이라고 설명이 나옵니다. ‘발해’는 어디일까요? 『사기』 원문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이렇습니다.

 “이에 황제는 죄인들을 모아 조선을 공격하게 하였다. 그해 가을 누선장군(樓船將軍) 양복(楊僕)을 파견하여 제나라 땅을 출발하여 발해(渤海)를 건너니 군사가 5만여 명이었는데 좌장군 순체(荀彘)로 하여금 요동을 나와 우거를 치게 하였다.”

우리는 국사 시간에 누선장군이 황해바다를 건너 지금의 대동강 평양으로 쳐들어갔다고 배웠습니다. 하북성에서 발원하여 바다로 들어가는 그 ‘발해’가 우리가 아는 ‘황해, 서해’인가요? 그러면 중국 사가들이 ‘동해’를 건넌다고 말하지 않고 하필 난하가 흘러드는 ‘발해’라고 했을까요? 누선장군이 황해바다를 건넜다면 패수는 대동강이 되고, 이렇게 되면 앞서 살펴본 것처럼 큰 문제를 일으킵니다. 고조선이 황해도나 한강 언저리로 이사 가야 합니다.

따라서 발해는 황해가 아니라 난하가 바다로 흘러드는 바로 그 바다를 말하는 것입니다. 누선장군 양복이 건넌 바다가 황해가 아니라 발해라고 사마천이 분명히 말했습니다. 배를 타고 해안을 따라서 패수 동쪽의 요녕(평양)으로 쳐들어간 것이죠. 그래야 요하(대릉하) 동쪽, 즉 요동에서 출발한 군대와 만납니다. 지금의 평양으로 건너가면 패수의 ‘남쪽’으로 가지 절대로 ‘동쪽’으로 갈 수 없습니다.

따라서 어떻게 읽어보아도 『사기』 조선 열전에서 말한 ‘발해’는 ‘발해’이지 ‘황해’일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말만 제대로 읽어도 평양은 한반도에 있을 수 없습니다. 발해를 건너갔는데, 어떻게 한반도가 나온단 말입니까? 발해를 건너면 요동이 나옵니다. 발해를 건너가서 도착한 곳은 절대로 한반도가 될 수 없습니다.

평양은 한반도가 아니라 요동 어딘가에 있던 도시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건 제 생각이 아니라 사마천의 말입니다. 사마천이 『사기』에서 해준 말을 있는 그대로 설명드린 겁니다. 

이러면 조선을 친 명분도 분명해집니다. 위만이 다른 오랑캐들이 중국에 입조하는 것을 막으려면 요동에 있어야 합니다. 요동이 길목이기 때문이죠. 『사기』의 어떤 기록이나 정황을 보아도 평양은 한반도에 있을 수 없습니다. 대체 어떤 요술을 부려야만 이 이치를 벗어나서 패수를 한반도로 끌어올 수 있을까요? 기적이 일어나지 않고서는 힘들 듯한데, 그 힘겨운 일이 우리 역사에서는 버젓이 일어났습니다. 오 마이 갓!

정진명 시인. 사진=정진명/굿모닝충청
정진명 시인. 사진=정진명/굿모닝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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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하준 2023-05-25 09:55:39
패수는 하북성의 조백하란 강입니다. 위만조선의 수도 왕검성은 요동군 험독현이었던 하북성 진황도시 창려현에 있었고 패수는 왕검성의 서북쪽에서 남쪽으로 흐르는 강이었어요. 그에 맞는 건 조백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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