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236] 청춘 예찬…계룡시 두마면 왕대리 느티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236] 청춘 예찬…계룡시 두마면 왕대리 느티나무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3.05.26 13: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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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글 윤현주 작가, 사진 채원상 기자] 보호수는 노거수(老巨樹)다. 보통 200년 이상 된 노거수를 보호수로 지정하기에 긴 세월, 갖은 풍파와 시련을 겪어낸 고목(古木)이 보호수로 지정된다.

그러나 고목이라고 해서 그 생명력이 끝을 향해 나아가는 나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계룡시 두마면 왕대리 591년 수령의 느티나무 앞에서 나는 ‘청춘’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청춘(靑春), 새싹이 파랗게 돋아나는 봄철!

600여 년 가까이 살아온 느티나무의 봄은 여전히 찬란했다.

고목만이 가질 수 있는 굵고 거친 줄기와 줄기에서 뻗어나간 수없이 많은 적갈색의 잔가지 그리고 그 끝에 달린 어린잎은 청춘의 전형, 그 자체였다.

여전히 역동적인 생명력을 뿜어내고 있었고 그 바탕엔 기품 있는 아름다움이 자리하고 있었다.

느티나무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자니 청춘은 나이로 가름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 생각났다.

우리는 흔히 십 대 후반에서 이십 대에 이르는 젊은 시절을 청춘이라 표현하지만, 청춘은 기간으로 한정 지을 수 있는 단어가 아니다.

젊음, 가득한 청춘을 살면서 청춘이 가질 수 있는 열정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들을 본다.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 청춘들에게 붙여진 신조어 중 청춘다움을 드러내는 단어는 없다.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 삼일절(31세까지 취업 못 하면 절대 취업 못 한다), 십장생(십 대도 장차 백수가 되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청백전(청년 백수 전성시대)을 넘어 어느 순간 포기 가득한 단어가 출몰하기 시작했다.

3포 세대(연애, 결혼, 출산 포기)를 거쳐 5포 세대(인간관계, 집 포기) 그리고 7포 세대(꿈, 희망 포기)까지 이르게 된 청춘이 안타까웠다.

그래서였는지 왕대리 느티나무 앞에 서자 희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신조어 속에 갇힌 청춘들에게 이 나무를 보여주고 싶어졌다.

나무는 환경을 탓하지 않는다. 어디에 뿌리를 내리든 그 자리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한다.

그저 순응하는 듯 보이지만 실은 나무 나름대로 치열하게 생을 이어가는 것이다.

세찬 비바람과 온몸이 타들어 가는 듯한 뜨거운 햇빛에 맞서고 한파 속에서도 봄을 준비한다.

때때로 벼락을 맞아 불길에 휩싸이면서도 안간힘을 쓰며 생을 놓지 않는다.

어떤 이유든 살아 있어야 내일을 맞이할 수 있으니까.

청춘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청춘이 꽃필 수 있는 땅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어디에서든 청춘은 기꺼이 피어날 수 있다.

단지, 포기하지 않는 이에게만 찾아올 뿐.

주어진 환경에 대해 핑계를 대기보다 주어진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게 청춘의 참모습이다. 자신이 처한 환경에서 제대로 피어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것이 살아 있는 모든 것의 숙명이고 청춘이라는 걸 너무 늦게 깨닫지 않기를, 그래서 후회하지 않기를...

계룡시 두마면 왕대리 379-1 느티나무 591년 (2023년)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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