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브레이크가 뭐였지?"…장롱 6년 차 실내 연수기
[르포] "브레이크가 뭐였지?"…장롱 6년 차 실내 연수기
연수는 해야 하는데 사고 날까 무서워…실내 연수 효과적
실제 도로 등 지형지물 기반 그래픽
  • 박종혁 기자
  • 승인 2023.05.28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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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롱 안에 면허가 있다.(굿모닝충청=박종혁 기자)
장롱 안에 면허증이 있다.(굿모닝충청=박종혁 기자)

[굿모닝충청 박종혁 기자] 6년. 강산이 반쯤 변하고도 남을 시간이지만, 박모 씨(30)의 운전 실력은 면허를 딴 시점에서 멈춰있었다.

학생 때는 차가 없다는 이유로, 대전에서 일할 때는 편리한 대중교통으로 인해 박 씨의 면허증은 장롱 속에서 6년간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박 씨는 그간 탄소중립 등을 핑계로 대중교통을 이용해왔지만, 최근 충남 천안시와 아산시로 근무지를 옮기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5분에서 10분가량의 버스 대기시간은 20분에서 1시간가량으로 늘어났으며, 긴 기다림 끝에 버스에 올라타도 큰 시련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째서인지 알 수 없지만, 천안서 만난 버스 기사들은 체감상 6할 이상 엑셀에서 발을 떼지 않았으며, 브레이크는 힘껏 밟곤 했다.

또, 일주일에 한 번꼴로 옆 차량 운전자나 승객과 시원하게 욕지거리를 퍼부으면서 다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약 반년 뒤에 시내버스 개편으로 상황이 호전되겠지만, 업무 특성상 이곳저곳을 다녀야 하는 박 씨에게 7개월은 너무 긴 시간이었다. 더는 운전대를 잡는 것을 망설일 수 없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굿모닝충청=박종혁 기자)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굿모닝충청=박종혁 기자)

큰 결심을 한 박 씨는 천안종합운동장의 한 공터를 찾아 약 6년 만에 운전대를 잡았지만, 부딪힐까 두려워 달달 떨기만 할 뿐 액셀을 밟지 못했다.

그렇게 큰 진전 없이 시간만 흐르던 중 박 씨는 천안시청 앞에서 안전하게 연수를 할 수 있다는 실내운전면허연습장(이하 실내연습장)을 발견했다.

지인들 사이에 간이 콩알만 하다고 평가받는 박 씨는 처음부터 도로에 나가는 것은 무리였음을 인정하고 실내연습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시뮬레이터. (굿모닝충청=박종혁 기자)
시뮬레이터. (굿모닝충청=박종혁 기자)

마치 오락실 같은 모습을 한 실내연습장을 본 박 씨는 “과연 제대로 연수가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들었지만,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실내연습장에선 ▲기능시험 ▲도로주행 ▲주차 ▲평행주차 ▲골목길 ▲고속도로 ▲지하주차장 ▲타워주차장 등을 주제로 연습할 수 있었으며, 차나 도로가 그래픽이란 점을 제외하면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실내연습장 관계자는 “운전대나 기어 브레이크 등은 현대나 기아차에서 실제로 쓰이는 모델을 가져온 것”이라며 “시뮬레이터 내에 보이는 그래픽은 드론을 통해 실제 도로와 지형지물을 촬영한 뒤 3D 작업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국 운전면허 시험장 데이터가 모두 등록돼있으므로 면허시험 전 연습하러 오시는 분들이 많다”며 “면허 취득한 뒤에 바로 도로에 나가기 두려워하는 분들도 많이 찾는다”고 부연했다.

실제 지형지물을 바탕으로 제작된 그래픽. (굿모닝충청=박종혁 기자)
실제 지형지물을 바탕으로 제작된 그래픽. (굿모닝충청=박종혁 기자)
예산운전면허연습장 코스. (굿모닝충청=박종혁 기자)
예산운전면허연습장 코스. (굿모닝충청=박종혁 기자)

관계자의 도움을 받아 박 씨는 예산운전면허시험장 도로주행 코스를 선택해 운전 연습을 진행했다.

박 씨는 두려움으로 인해 액셀을 제대로 밟지 못했으며, 뒤에서 경적을 울리는 차들로 인해 식은땀을 흘리며 공황상태에 빠졌다.

이에 관계자는 “옆 차량과 부딪히거나 인도로 올라가서 비명 지르는 분들도 많다. 처음엔 차선을 지키기도 어렵다”며 “안전이 제일 중요하고 그다음은 차량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것이다. 장롱 6년치고 잘한다”고 격려했다.

다시 용기 낸 박 씨는 피나는 연습을 통해 늠름하게 차선을 변경할 수 있게 됐으며, 우회전은 물론 좌회전도 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평행주차 연습 도중 '위에서 보기' 기능을 사용한 장면. (굿모닝충청=박종혁 기자)
평행주차 연습 도중 '위에서 보기' 기능을 사용한 장면. (굿모닝충청=박종혁 기자)

자신감이 생긴 박 씨는 주차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후면주차는 사이드미러를 보면서 큰 무리 없이 성공했지만, 평행주차는 그렇지 않았다.

박 씨가 땀을 뻘뻘 흘리면서 앞 뒤차의 범퍼를 부수는 모습을 뒤에서 안타깝게 지켜보던 관계자는 평행주차 공식을 설명했다.

관계자의 설명에 따라 옆 차와 평행을 이룬 뒤 운전대를 꺾고 풀기를 반복한 결과 등은 땀으로 흥건해졌고, 차는 올바른 위치에 섰다.

골목길 시작 장면. 친숙하다. (굿모닝충청=박종혁 기자)
골목길 시작 장면.(굿모닝충청=박종혁 기자)
길이 좁아 안심할 수 없었다. (굿모닝충청=박종혁 기자)
길이 좁아 안심할 수 없었다. (굿모닝충청=박종혁 기자)

대형할인마트 지하주차장에서 연습하면서 자신감을 얻은 박 씨는 골목길로 방향을 틀었다.

화면에 비친 골목길은 대전에서 근무할 때 봤던 서구 갈마2동의 매서운 골목길과 굉장히 흡사했다.

실제와 마찬가지로 좁은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앞뒤로 차가 왔으며, 이는 박 씨의 오금을 저리게 하기 충분했다.

관계자는 “골목길 연습을 계속하면, 좁은 공간에서 양보하거나 주차하는 연습을 할 수 있다”며 “접촉사고 걱정 없이 연습할 수 있으므로 더 빠르게 능숙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신감을 얻은 박 씨는 차량이 적은 시간대를 이용해 실제 도로에 나왔으며, 끼어들기를 하지 못해 한 블록 더 간 것을 제외하면, 큰 어려움 없이 연습을 마쳤다.

박 씨는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액셀도 제대로 못 밟았는데, 도로에 나오다니…감개무량하다”며 “실내에서 먼저 연습하지 않았다면, 자신감을 얻지 못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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