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눈] 교육평생지대계! 교육의 기회를 널리 許하라!
[시민기자 눈] 교육평생지대계! 교육의 기회를 널리 許하라!
  • 이희내
  • 승인 2015.06.16 16: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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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희내방송작가, 대전대학교 외래교수

[굿모닝충청 이희내 방송작가, 대전대학교 외래교수] 나의 고향은 충청남도 논산이다. 그 중 오골계와 대추로, 또한 지역민의 교육와 교화를 위해 창건된 향교와 서원이 있는, 선비의 고장으로 유명한 연산에서 나는 유년시절을 보냈다.

할아버지는 교육자셨다. 연산초등학교의 교장선생님으로 계셨던 그는 6.25 사변으로 학교가 폭격되었을 때 역시, 돈암서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을 정도로 교육열이 높으셨고, 퇴임 이후에도 관사였던 집안의 한 공간에서 아이들과 지역 사람들에게 천자문등을 가르치셨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나 역시도 할아버지께 천자문을 매일 저녁마다 배웠는데 복습을 안해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대나무자로 손등을 세대씩 맞았다. 그땐 할아버지가 참 미웠다.

그런데 할아버지가 가는 곳마다 많은 동네분들이 그를 반겼고 인사를 했다. 어려서인지 난 그 이유를, 그때는 잘 몰랐다. 나에게는 참 무서운 호랑이 할아버지였으니까.

어느 날 할아버지께서 오랜 지병 끝에 돌아가셨다. 그런데 운구행렬이 내가 다니던 중학교로 온 것이다. 학교를 한 바퀴 천천히 돈 할아버지의 운구는 학교 뒷산에 묻혔다. 그 땐, 할아버지가 왜 우리 학교를 영원히 바라보고 싶으셨는지 몰랐다. 그런데 그 이유를 알게 된 건 대학생이 된 이후, 가족 회의에서였다.

마지막 순간 할아버지께서  마지막으로 세상에 남긴 유언이 있었다.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 지급을 너희들이 계속 해 다오.”
매정할 정도로 자식들에겐 돈 한 푼을 아끼셨던 그는, 살아계시는 내내 작은 시골 중학교에 장학금을 전달하셨던 것이었다.

할아버지의 성함을 딴 근수 장학금. 꽤 많은 친구들이 그 장학금을 받았지만 난 할아버지가 주는 거라곤 꿈에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손자, 손녀들에게도 용돈 한번을 안주신 짠돌이셨으니까.
그렇게 가난하고 작은 시골의 가난한 학생들에게 세상과 싸울 수 있는 유일한 무기인 교육을 통해 ,세상으로 가는 문을 넓혀주셨던 할아버지.

할아버지를 다시 만난 건 2013년 7월, 대전에서였다. ‘대전시민대학’이 나에겐 우리 할아버지 같았다. 대전시민대학이 개교하면서 작은 세미다큐멘터리를 만든 적이 있었다. 학장님과 여러 관계자분들을 인터뷰하고, 시민대학에서 새로운 배움을 출발했던 대전시민들을 만나며, 나는 이곳에서 다시 할아버지를 떠올릴 수 있었다.

그 시절, 가족들을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이 40여년 세월이 지나서야  대전시민대학을 통해 “학생”이라는 이름을 다시 찾았다.

퇴직 이후 인생 2막을 새로 준비하던 많은 선생님들에게 다시 소중한 일터를 만들어줬다. 당당한 한국인으로 설수 있는 이주여성들에게 희망의 길을 제시해 주었다. 도청 청사가 이전하며 실의에 빠졌던 원도심 주민들에게 다시 활력을 주었다. 독립군가 부르기 강좌를 통해 잊혀질뻔한, 독립군들의 고귀한 희생을 생각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대전시민대학의 1000개가 넘는 다양한 강의들을 시민 2만명 이상이 교육받고 있으며, 다양한 교육 인프라 형성은 물론, 원도심 활성화에서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무럭무럭 성장해가며, 두 돌을 맞이하려는 찰라!

요즘 대전시민대학이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대전시가 올해 예산을 30억원이나 줄였고, 천 여개의 강좌를 실용성 있는 300여개로 축소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대전시민대학은 평생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보이며 타지자체에서 벤처마킹을 할 정도로,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잘 성장해 나가는 중이었다. 그런데 장려하고 격려해줘도 모자랄 대전시가, 시민대학 축소에 발 벗고 나선 것이다.지금 시민대학이 다른 평생교육기관과 차별화되며 좀 더 높은 인프라 형성을 하는 이유 중 하나가, 다양하고 특별한 많은 종류의 강좌들이 많다는 것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기 있고 실용성 있는 강좌만을 선별해 축소하겠다는 건, 아마도 대전시민대학의 더 이상의 성장을 막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

교육지평생지대계라는 말이 있다. 그 시절, 가난하고 힘든 학생들에게도 교육의 문을 활짝 열어줘야 한다며, 전 재산을 장학금으로 기탁하신 할아버지와, 대전시의 재정을 아낀다며 시민들의 공부할 수 있는 터전을 자꾸 축소하려는 대전시…
배움이 부러웠던 시절…
연필을 쥐고 책가방을 메는 일이 소원이었던…그래서 조금은 당당하고 싶었던 시민들의 꿈이 이루어지는 있는 시민대학…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지난 오월, 대전문인을 다루는 다큐프로그램을 맡으며, 대전 아동문학의 선구자이셨던 송근영 선생님을 뵌 적이 있다. 아흔이 넘으신 선생님은 이러저러한 이유로 한사코 출연을 고사하셨는데… 그의 마음을 움직인 한마디는 바로 할아버지였다. 교육자로서 평생을 사셨던 선생님께선, 할아버지를 알고 계셨던 것이다.

“학생들에게 좋은 일 많이 하신 교장 선생님 손녀로구만… 그럼 출연하지…”
그래서인지 오늘따라 할아버지가 더 생각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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