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237] 어우렁더우렁 살아가다…계룡시 금암동 느티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237] 어우렁더우렁 살아가다…계룡시 금암동 느티나무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3.05.30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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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글 윤현주 작가, 사진 채원상 기자] ‘보호수’의 기본은 ‘보호’다. 위험이 미치지 않도록 지키고, 원형을 보존하는 것이 보호수 지정의 이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 보호수 주변에 펜스를 설치하는 경우를 본다. 보호수 주변에 폐기물이 쌓여 생기는 불상사와 혹시 모를 훼손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펜스 설치 이유에 대해 충분히 납득하면서도 펜스에 둘러싸인 보호수를 마주할 때면 반쪽짜리 공존을 보는 듯해 가끔은 입 안이 쓰다.

나무도 생명이기에 가까이에서 직접 보고, 느껴야 그 가치를 깨달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계룡시 금암동, 328년 수령의 이 느티나무는 보호수와 사람의 공존을 잘 보여주는 보호수다.

사실 처음엔 보호수 주변에 운동기구가 설치되어 있어서 의아했다.

보호수 옆에 운동기구라니 조금은 낯선 조합 아닌가?

단편적으로 운동기구 사용을 위해 오가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나무의 훼손 가능성이 높아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라 생각했다.

사람의 흔적은 때때로 자연에 상처를 남긴다는 걸 우리는 숱하게 봐왔다.

그러나 이곳을 찾는 주민들의 일상을 잠깐 지켜본 후 보호수 옆 운동기구에 대한 이질감과 편견은 눈 녹듯 사라졌다.

느티나무가 만들어 낸 커다란 그늘에서 운동하던 주민은 말 그대로 운동만 하고 자리를 떠났다.

벤치에서 해를 피해 쉬던 이는 누군가가 버린 쓰레기를 들고 돌아갔다. 적어도 그 순간, 느티나무에 해가 되는 행동을 하는 이는 보이지 않았다.

이곳 주민에게 느티나무는 특별한 존재라고 했다. 금암동 광수마을에는 매해 음력 정월 초사흘이면 이 느티나무 앞에서 마을의 안녕과 풍농을 기원하는 제를 지낸다.

사람들은 제사를 지내기 전 몸과 마음을 정갈히 할 뿐 아니라 제사에 사용되는 음식에도 정성을 기울인다.

제사에서 느티나무는 당나무이고 제관(祭官)이기에 나무에 상처가 나거나 불상사가 생기지 않도록 늘 조심히 돌본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금암동 느티나무와 주민들은 그야말로 어우렁더우렁 함께 살아가고 있었다.

함께 살아가기에 느티나무에 대한 추억이 지금, 이 순간에도 쌓여가고 있는 것이다.

금암동 느티나무를 보며 다른 보호수도 이렇게 사람들과 함께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노목(老木)을 지켜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의 온기를 덧입은 건 나무를 더 행복하게 살게 하는 것일 테니...

계룡시 금암동 213-5 느티나무 328년 (2023년)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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