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곡관리법은 반대해놓고 모내기 쇼를 하는 대통령
양곡관리법은 반대해놓고 모내기 쇼를 하는 대통령
다수확 품종 신동진은 퇴출시키고 가루쌀을 심으라는 정부
  • 조하준 기자
  • 승인 2023.06.0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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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충남 부여군 임천면의 논을 찾아 모내기 쇼를 한 윤석열 대통령.(출처 : 채널 A 뉴스 영상 갈무리/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이 모내기가 한창인 충남 부여군 임천면의 현장을 방문해 직접 이앙기를 운전하며 모를 심고 마을 사람들과 새참을 먹는 ‘쇼’를 했다. 이미 윤석열 대통령은 양곡관리법 거부권 행사로 농민들의 마음을 울렸던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윤 대통령이 모내기를 한 날에 충남 농민단체들이 비판에 나섰다.

부여군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7일 현장에서 박정현 부여군수로부터 가루쌀 재배 현황을 보고 받고 모내기에도 참여했다. 부여군은 2023년부터 정부시범사업으로 1개 단지 107헥타르(ha)에 가루쌀을 심고 있다. 단일 재배단지로는 전국 최대 규모이다. 윤 대통령이 이날 부여에서 모내기를 한 것으로 알려진 가루쌀은 분질미로도 불리는데 밀가루 대용으로 쓰일 목적으로 개발됐다.

전국농민회 충남도연맹 관계자는 "정부는 쌀값 폭락 문제의 원인을 과잉생산으로 몰고 가고 있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과잉생산이 아니라 매년 40만 톤 씩 수입하는 수입쌀이다. 분질미는 모내기가 어렵다. 가공 후에도 유통기간이 짧은 단점이 있다. 분질미는 대안이 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가루쌀 생산으로 쌀값 폭락 문제가 해결 될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농민들이 윤 대통령의 부여 방문에 반발하고 나선 것도 그 때문이다. 전농 충남도연맹 소속 농민 50여 명은 이날 윤석열 대통령의 방문 시각에 맞춰 임천면 비정3리 송정마을 회관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였다. 피켓에는 '쌀값 문제 해결은 가루쌀 생산이 아니라 수입쌀 중단이 해답'이라는 문구가 적혔다.

3월에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고 결국 4월 13일에 최종 폐기되었다.(출처 : MBC 뉴스 영상 갈무리/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농민들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지난 2022년 발표된 '분질미(가루쌀)의 제분 특성과 품목별 가공특성 보고서'에 따르면 가공부적합, 빠른 노화 진행으로 인한 유통기한 문제 발생, 반죽의 찢어짐 등으로 비효율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고 전했다. 즉, 밀가루 대용으로 쓰기 위해 개발된 품종이니 빵이나 국수 등을 만드는데 쓰일 것인데 노화가 빠르고 반죽이 찢어져서 비효율적이란 것이다.

그러면서 "쌀값 하락의 근본 원인은 '과잉생산'이 아니라 '적절한 물량'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쌀을 수입하는 데 있다. 정부는 저율관세할당(TRQ)방식으로 매년 40만 8700톤의 외국 쌀을 국내로 들여오고 있다. 국내 생산량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수입쌀 문제와 정부의 양곡 정책 실패는 뒤로하고 모든 책임을 농민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농민들은 지난해 기준 쌀 자급률은 82.2%인데도 정부가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남는 쌀 강제수매법'으로 호도했다고 반박했다. 또 매년 쌀 수입량이 전체 소비량의 12%에 달한다며 정부가 쌀 수입을 하면서 쌀 자급률을 98%까지 올리겠다는 발표는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진보당 충남도당도 이날 논평에서 "쌀값 하락의 근본 원인은 '쌀 자체의 과잉생산'이 아니라 '무조건 쌀 수입' 때문"이라며 "정부에서는 매년 저율관세할당(TRQ) 방식으로 40만 8700톤의 외국 쌀을 국내로 들여오고 있고, 수입쌀은 국내 생산량의 10% 이상을 차지한다"고 했다.

지난 4월에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가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로 매년 1조 원 이상 과다한 정책 비용이 소요된다고 주장했으나 이는 과다 추정된 자료를 근거로 산출한 거품 비용"이라고 주장하며 "농민과 국민에 대한 그릇된 여론몰이를 중단하라"고 말했다.

하지만 농민들이 진짜 분노한 이유는 아마도 윤석열 대통령의 식언 때문일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에 "농민의 적정한 소득 보전은 쌀의 안정적 수급에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양곡관리법상 기준으로 시장격리 요건은 충족된 상태다. 늦추고 망설일 이유가 없다."고 한 바 있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에서 통과된 양곡관리법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을 다시 통과시키려면 200명 이상의 찬성표가 있어야 하는데 야당 표를 다 끌어모아도 그건 불가능하니 결국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폐기되고 말았다. 농민들 입장에선 이런 윤석열 대통령의 식언 행위에 보다 큰 분노를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윤석열 정부는 쌀 생산량을 줄인다는 미명 하에 지난 2월, 다수확 품종이자 미국에도 수출하는 벼 품종 신동진을 퇴출시키는 만행을 저질렀다.(출처 : KBS 뉴스 영상 갈무리/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더군다나 윤석열 정부는 쌀 생산량을 줄이겠다는 이유로 다수확 품종인 신동진마저 퇴출시켰다. 그 신동진 벼는 미국 수출에도 청신호가 들어오는 품종이었는데 일방적으로 퇴출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래놓고 가루쌀 생산을 늘리라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 농업 정책이라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앞서 보았듯이 가루쌀은 밀가루 대용으로 생산을 독려 중인 품종인데 빵과 국수를 만들려고 하니 반죽도 찢어지고 녹말의 노화가 밀가루보다 더 빠르다고 했다. 그럼 과연 제과점이나 국수공장에서 쌀가루를 쓸지 밀가루를 쓸지는 불문가지일 것이다. 애당초 물과 진흙으로 가득한 논에서 일을 하는데 흰색 셔츠를 입고 온 것으로 보아 과연 그에게 어떤 진정성이 있었는지는 더더욱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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