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렇게 쓰레기를 줄였다-㉙] 새활용에도 다양한 단계가 있다는 사실, 도자 업사이클레이
[나는 이렇게 쓰레기를 줄였다-㉙] 새활용에도 다양한 단계가 있다는 사실, 도자 업사이클레이
나지선, 도자기공예가·이호연(以好緣) 공방…청주시 청원구 주성동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3.06.20 0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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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 업사이클레이 작품. 사진=나지선/굿모닝충청

[굿모닝충청 나지선 공예가] 대학교에 들어가 도자기를 배우게 되면서부터 새로운 분야의 환경이슈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생활 공예품으로써 도자기라는 소재의 위생성과 내구성 등 다양한 장점이 많았다. 이와 동시에 드는 생각으로, 도자기는 정말 친환경인가? 에 대한 물음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입학 후 처음 도자기를 만들기 시작하며 창작이라는 즐거움이 매우 컸지만 숙달되지 못한 실력에 여러 난항을 겪었다. 뒤틀린 컵, 바닥에 금이 간 그릇, 유약이 흘러내린 항아리 등등. 이렇게 잘못 나온 작품들일지라도 정성과 시간을 쏟은 결과물이기에 바로 버리지는 못하고 한동안은 애지중지 쌓아두었다. 보통 이렇게 잘못 나온 작품들은 폐기물 자루에 담아 버려지게 되는데 완전 산산이 조각난 도자기가 아니면 부피를 줄이기 위해 망치로 직접 깨부숴야 했다.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작품이 쓸모를 채 해보지도 못하고 폐기물로 버려야 한다는 것이 마치 버리기 위해 물건을 만든 것 같았고 이건 나에게 꽤나 큰 충격이었다.

도자기 제작 과정은 여러 단계가 있고 그 단계에 따라 재료의 성질이 변하게 된다. 처음 흙 상태에서 시작해 작품을 만들고 초벌로 700~800° 정도 구우면 ‘도기(陶器)’질, 유약을 입히고 1000도 이상의 고온에서 구우면 ‘석기(石器)’ 혹은 ‘자기(磁器)’질이 된다. 도기질의 경우 석기나 자기보다 강도가 낮아 오래 걸리더라도 풍화작용에 분해가 되지만, 석기질과 자기질은 아직까지 온전한 모습으로 발굴되는 유물만 봐도 알 수 있듯 수백 년을 남아있게 된다. 따라서 고온에 구워진 도자폐기물은 반영구적인 쓰레기로 남게 된다. 다행히도 구워지고 난 뒤 폐기된 도자기는 곱게 분쇄하여 콘크리트의 바인더와 충전재의 대체물로 업사이클링 되고 있다. 가정이나 도자공방에서 버려지는 모든 도자기를 수거하여 사용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타일공장이나 도자기 공장 등 대규모 폐기물은 다시 한번 사용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이다. 그나마 모든 도자기가 땅에 묻히지 않는다는 생각에 무겁던 마음이 한결 나아졌다.

이 외에 기계나 장비 등 큰 설비를 쓰지 않고 할 수 있는 도자 폐기물 줄이기는 무엇이 있을까? 학교에서 작업을 하다 보면 생각보다 작품을 굽기 전까지도 다양한 요인으로 작품이 망가지게 된다. 그럴 때 흙을 바로 재생하면 다시 쓸 수 있지만, 흙이 완전히 말랐던지 반죽 기계를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면 흙을 재생시키는 시간이 작업시간만큼이나 걸리게 되어 한쪽에 방치하게 되고, 종국엔 불순물이 섞여져 버리게 된다. 2021~2022년도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불연성 폐기물 중 폐타일 및 도자기류가 0.2%고, 이외에도 점토가 포함되어 있을 폐기물의 양은 4% 정도이다. 이렇게 버려지는 점토폐기물은 불순물이 많이 혼입되어있긴 하겠지만 대부분이 새로 활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점토류는 보통의 토양과 달리 입자가 곱고 밀도가 높아 식물이 뿌리를 내리고 성장하는 것을 방해하고, 공기의 순환이 어려워 불순물이 많이 섞인 경우 부패가 되어 토양을 오염시킨다니 버려지는 점토가 적도록 새활용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자 업사이클레이 재료. 사진=나지선/굿모닝충청

2019년, 영국에서 지낸 7개월간의 레지던시 기간은 고민만 하던 도자분야 새활용을 실행으로 옮겨볼 수 있는 곳이었다. 스튜디오는 사람들이 길게는 연간, 짧게는 주간 멤버쉽을 등록하고 작업을 하는 형태의 공간이어서 취미 도예를 하려는 사람들이 버리고 떠난 흙의 양이 꽤 됐다. 그 많은 양의 점토들을 다시 쓸 수 있도록 인식을 바꾸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종류도 이름도 모르는 다양한 점토가 섞인 흙 통을 비워 불순물을 걸러내고 반죽을 해 작품을 만들었다. 흙의 성질이 달라 장식이 들쑥날쑥하기는 했지만, 결과물이 꽤나 괜찮게 나왔고 전시도 성황리에 마쳤다. 사람들의 반응 역시 애매하게 남은 이 흙들로 뭘 할 수 있으려나 의문을 가졌는데 놀라웠다고 반응해주었고, 예상외로 구매까지 이루어진 것으로 보아 폐기점토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뀐 듯하여 뿌듯했다.

이러한 점토 업사이클 활동은 자원의 선순환과 새활용의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청주새활용시민센터에서 현재까지도 이루어지고 있으며, ‘업사이클레이(UPCYCLAY)’라는 이름으로 체험활동과 다양한 제품생산을 하고 있다. 업사이클레이는 새활용(upcycle)과 점토(clay)를 합쳐 자체적으로 만든 단어이다. 나름 고민을 해 만든 이름인 만큼 많은 사람이 점토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새활용에 대해 알게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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