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글 윤현주 작가, 사진 채원상 기자] 햇볕이 몹시 뜨겁던 여름날, 느티나무 두 그루가 나란히 자라고 있다는 서천군 문산면 구동리를 찾았다.
구동리는 쌍봉산 두 개의 긴 골짜기로 이뤄진 마을인데 충청도의 느린 언어 특성을 이야기할 때 자주 비유되는 “돌 굴러가유“의 진원지가 바로 쌍봉산이다.
나무를 하기 위해 아들이 앞서고, 아버지가 뒤따라 쌍봉산을 오르던 중 위에서 큰 돌이 굴러 내려왔다.
그러자 아들이 “아부지, 돌 굴러가유”하고 아버지에게 일러 주었지만, 그 말이 너무 느려 미처 말을 마치기도 전에 아버지는 그 돌에 맞아 숨졌다는 것이다.

구동리 쌍느니타무는 이런 이야기를 품은 쌍봉산을 바라보며 자라온 나무다.
멀리서 보면 마치 한 나무에서 갈라진 두 개의 줄기인 듯 보이지만 실제는 두 그루의 느티나무가 나란히 자라고 있다.
보호수로 지정될 당시에 작성된 자료에 의하면 1982년 두 느티나무의 수고는 15m, 20m로 차이가 났지만, 지금은 엇비슷하게 자라났다.
두 그루의 나무를 하나의 나무로 오해했던 까닭 중 다른 하나는 두 나무가 하나의 수형을 만들어 내고 있어서다.

마치 서로의 자람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듯 서로 맞닿은 방향으로 가지를 뻗지 않고 자라난 두 나무는 커다란 하나의 그늘을 만들어 내고 있다.
성장을 위해 경쟁하는 게 아니라 서로를 배려하듯 함께 자라난 것이다.
삶을 통해 배려와 함께의 가치를 보여주는 쌍느티나무에는 다양한 설(說)이 전해 내려온다.
이곳 원주민들에 의하면 과거에는 이 느티나무의 잎이 나는 위치를 보고 흉년과 풍년을 점쳤다고도 한다.

나무가 가뭄을 예견해 주어 대비하는 건 물론이고, 나무에 해를 끼치면 인명 피해가 생긴다는 이야기도 있어 마을 사람들을 쌍느티나무를 함부로 하지 않았다.
그저 농사일에 지칠 때면 느티나무 두 그루가 만들어주는 그늘에 앉아 잠시 쉬고, 이웃과 두런두런 사는 이야기를 나누며 소소한 행복을 쌓아 올렸을 뿐이다.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기에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노거수가 사라져 간다.
그저 오래된 나무 몇 그루 사라진다고 해서 달라질 게 없다는 논리가 노거수에 담긴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묻어버리는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숱한 이야기를 품고 살아가는 쌍느티나무를 마주하고 있자니 이 나무는 구전되어 내려온 옛이야기 속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오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행복과 평안을 바라는 사람들의 마음이 양분이 되어 옛이야기 속에 단단한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이다.
서천군 문산면 구동리 292-3 느티나무 512년 (2023년)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