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 모락모락 침이 꿀꺽 '밥이 보약이다'
김이 모락모락 침이 꿀꺽 '밥이 보약이다'
톡톡건강│ 밥의 재발견
  • 최재호
  • 승인 2012.07.11 14: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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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한의사 모임에서 외부 손님이 인사말 첫머리에 던진 말이다. “요즘 한의사분들이 가장 싫어하는 말이 이거인거 같습니다. 바로 밥이 보약이다’. 이 말 싫어하시죠?” 손님의 재치에 웃음바다가 됐다.

그런데 사실 한의사들은 이 말을 그다지 싫어하지 않는다. 물론 한의학적 원리가 담긴 보약을 너무 쉽게 뭉게는 듯한 느낌에 조금의 거부감이 들 수도 있지만, ‘밥이 보약이다란 말은 아주 일리가 있는 말이기에 싫어할 이유가 없다.

한편으로 보약에 대한 필요성이 아직도 인식되고 있는 것 같아 반갑기도 하다. 게다가 밥보다 보약을 좀 더 높게 두는 것 같아 오홋하는 고마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생각해보라. 밥을 못 먹는 사람이 어찌 힘을 낼 수 있겠는가. 일단 밥 잘 챙겨 먹는 것은 건강의 기본이다.

보약 없이는 살 수 있지만, 밥 없이는 살 수 없다. 세상 어떤 약도 밥을 대신할 수는 없다. 잠시는 할 수 있다. 그러나 계속은 못 한다. 계속 밥을 잘 못 먹고 있다면 그것이 정상인가. 그래서 한의사들은 보약이라 인식되는 처방뿐 아니라 모든 한약 처방을 쓸 때 소화에 장애가 생기지 않도록 충분히 고려하여 처방을 구성하고 치료를 진행해 나간다. 소화 장애를 방지하거나 치료하기 위해 단순히 소화제에 해당하는 약재를 넣는 경우도 있지만, 그 보다 좀 더 고차원의 고려를 해야 할 때가 많다.

소화기관의 활동 또한 전체 기운 흐름 가운데 있으니 전체 기운의 흐름을 편하게 하여 소화를 돕는 것이다. 무슨 뜬 구름 잡는 이야기 같으나 실상은 치밀하고 섬세한 고려를 필요로 하는 과정이다.

밥이 보약인데, 그 밥을 잘 못 먹으면 잘 먹게 해야하고, 그런대로 잘 먹으나 몸 속의 필요한 곳에 잘 가지 못하고 설령 가더라도 잘 쓰이지 못하고 있다면 잘 흡수되어 필요한 곳에서 제대로 쓰이게 만들어야 한다.

밥이 진정한 보약이 되게끔 하는 약이 진짜 보약이다. 무조건 힘나게 하는 약재를 다량 넣는다고 보약이 되는 것이 아니다.

평소 건강한 사람이 좀 추운 곳에서 자고 난 뒤로 몸에 은근한 한기(寒氣)가 들어 찌뿌둥하고 기운이 떨어지는 증상이 계속 되고 있다면 가장 필요한 것은 한기를 몰아내는 것이다. 생강, 계피 같은 것으로 몸을 따뜻하게만 해주어도 순환이 개선되어 기운이 나게 된다.

때로는 반신욕이나 가벼운 사우나로 뜨끈하게 땀을 살짝만 내도 해결된다. 물론 여러 날 동안 스스로 한기를 못 몰아낼 정도면 조금 약하기도 하니 인삼 같이 직접적으로 기운 돕는 약도 좀 필요할 수도 있겠다.

또 다른 예를 들어 보자. 억울하고 분한 마음을 오랫동안 참아와서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맑지 않고 자주 어지러우며 온 몸에 힘이 없는 사람에게는 어떤 약이 보약이 될까.

 

이런 사람은 대개 소화도 잘 안되서 더부룩하고 잘 체하며 어깨나 목도 뻣뻣하기 쉽고 잠도 깊이 못 든다. 이런 사람에게 흔히 말하는 십전대보탕 같은 약을 쓰면 힘이 날까. 아니다. 너무 무겁게 보하는 약을 먹으면 소화가 안되고 더 답답해져 증상이 악화될 수도 있다. 갑갑한 기운을 풀어 안팎으로 소통이 되게 만드는 것이 절대 필요하다. 안팎으로 소통이 되고 위로 뜬 기운이 편안히 내려가도록 해야 한다. 마치 물길이 막혀 물이 모이다보니 웅덩이가 되어 탁한 물이 넘칠 듯 넘실거리며 압력을 주는 상태와 비슷하다.

해결법은, 단번에 물길을 터주어도 괜찮을 때가 있고, 땅이 너무 약하니 살살 터주어 충격이 안가게 해야 할 때도 있고, 물이 많이 탁해져 있을 땐 좀 맑게 정화시키면서 통해줘야 할 때도 있다. 너무 오래되어 고인 물이 말라붙어 간다면 오히려 촉촉이 물을 좀 대주면서 물길을 열어주어야 할 때도 있다.

그 사람에게 꼭 맞게 처방할 때 힘이 다시 생기고 불편한 증상이 없어질 수 있다. 흔히 이야기하는 녹용, 인삼 들어간 처방만이 보약이 되는 것은 아니다.

밥이 보약은 맞다. 그러나 몸의 상태가 많이 어그러져 있다면, 잠시 한의학적 처방으로 된 보약의 도움을 제대로 받아보는 것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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