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250] 별뫼…금산군 남이면 흑암리 느티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250] 별뫼…금산군 남이면 흑암리 느티나무
  • 채원상 기자
  • 승인 2023.08.28 1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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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글 윤현주 작가, 사진 채원상 기자] 빛바랜 양은 그릇 가득 일렁이는

시큼 텁텁한 막걸리 한잔에

별이 쏟아져 내린다

 

영화표 한 장에 연애편지를 써주던

시를 쓰는 낭만주의자

해질녘 마시는 소주 한잔이

인생 최대 행복이라 믿는 염세주의자

매달 봉급을 주는 직장을 찾아 헤매던

지독한 현실주의자

더불어 사는 게 사람 구실이라 믿었던

꿈꾸는 이타주의자

 

그들의 뜨거웠던 청춘은

시리게 찬란했던 현실에

별처럼 쏟아져 내렸다

 

낭만주의자에게 시는

밥벌이가 될 수 없었고

염세주의자에게 삶은

소소한 행복의 연속이었다

현실에 떠밀려 다니던 현실주의자는

결국 낫을 놓지 못했고

세상을 지키고 싶었던 이타주의자는

농촌을 지키기로 마음먹었다

 

별 무덤을 품은 마을

느티나무 노거수 곁에서 삶을 일구던 청춘은

뜨거운 여름의 옷깃을 부여잡고

땅으로 곤두박질친

별을 추모한다

 

금산군 남이면 흑암리 성산(星山)마을. 마을 한 가운데 별이 떨어져서 그 별을 묻어준 자리를 별의 무덤 즉, 별뫼라 불렀다.

별뫼가 변해 별산, 별무라 했는데 이를 한자화해서 성산마을이 된 것이다.

성산마을에는 341년 수령의 느티나무가 있다.

지금은 길가에 있지만 농지 정리를 하기 전에는 논 한 가운데 자리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때 지금이나 이곳 사람들은 느티나무 그늘에 모여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잠시 쉬어가기도 하고, 참을 먹거나 막걸리 술판을 벌이기도 한다.

술자리에서는 안주 삼아 다양한 이야를 펼쳐 내는데 그중 하나가 청춘이 아닐까 싶다.

뭐든 될 수 있고, 뭐든 되어야 했던 빛나던 청춘이 마을로 떨어진 전설 속의 별처럼 이들의 가슴에 남아 반짝이고 있지 않을까?

금산군 남이면 흑암리 624-10 느티나무 341년 (2023년)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청남도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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