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명의 어원상고사] 대동강의 어원 고찰
[정진명의 어원상고사] 대동강의 어원 고찰
정진명 시인, 어원을 통한 한국의 고대사 고찰 연재 '52-대동강’
  • 정진명 시인
  • 승인 2023.09.07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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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내현의 '고조선연구' 표지. 사진=정진명/굿모닝충청

[굿모닝충청 정진명 시인] 똥개 눈에는 똥만 보이는 법입니다. 제가 지금 그렇습니다. 어원에 관하여 글을 쓰는데, 이 세상 모든 언어가 다 어원으로 보이고, 특히 지명에서는 역사의 냄새가 풀풀 납니다. 그 냄새를 따라 킁킁거리는데, 유난히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말이 있습니다. 역사상 특히 중요한 지역의 이름이 그렇습니다. 대동강도 그런 것 중의 하나인데, 왜 하필 ‘대동’이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오래도록 머리에 남습니다. 그래서 백과사전을 찾아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이렇습니다.

대동강은 고조선시대에는 열수(洌水), 고구려시대에는 패수(浿水)·패강(浿江) 또는 왕성강(王城江)이라고 불려오다가 고려시대 이래로 대동강이라 부르게 되었다.

고려 때에는 왕성강이라고도 하였는데, 고종 때의 문신 최자(崔滋, 1188∼1260)는 그의 시구에 “여러 물이 모여서 돌아 흐르므로 이름이 대동강이 되었다(衆水所匯名爲大同).”라고 그 이름의 유래를 밝혔다.

여러분이 한 눈에 보기에도 엉터리라는 게 보이나요? 엉터리라기보다는 무미건조한 설명이죠. 왜냐하면 우리가 지금까지 알아본 대로, ‘열수’나 ‘패수’는 한반도에 있는 강이 아닙니다. 모두 만리장성 밖 지금의 요동 지역에 있던 것들이 삼국시대로 접어들면서 점차 동쪽으로 밀려와서 한반도에 마지막으로 자리 잡은 말들입니다. 최자의 설명도 ‘대동’이라는 말에다가 강물을 갖다 붙여 설명한 것입니다. 개똥철학이고 통속어원설 수준이죠.

고조선의 수도는 평양이고 고구려가 오랜 세월 자리 잡은 곳의 이름이 한둘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대동’은 그런 말들의 연장일 것입니다. 대동강이라는 말은 고려 때부터 썼다고 설명하는데, 그전에는 이 말이 없었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믿기 힘듭니다. 열수나 패수가 요동에서 한반도로 옮겨온 말이라면 그전에 쓰던 말이 있었겠지요. 만약에 대동이 고려 때부터 쓴 말이라면 누가 그렇게 이름을 붙였다는 근거가 있었을 것입니다. 최자의 설명처럼 막연히 물줄기가 모여들어서 이름이 그렇게 붙었다는 것은 좀 어딘가 어설픕니다. 그래서 저는 꽤 유래가 있는 말이라고 보고 어원을 통해서 한 번 저의 개똥철학을 펴보려고 하는 것입니다.

대동강은 평양을 가로질러 흐르는 강물입니다. 평양은 우리말 ‘박달’, ‘배달’을 적은 향찰표기입니다. 그리고 고조선의 수도였으므로 ‘아사달’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그 수도의 한복판을 흐르는 강물에 그와 짝을 이루는 어떤 말이 붙어야 합니다. 박달에 붙은 강 이름이 패수입니다. 패수는 박달강의 뜻이죠. 아마도 대동강의 원래 이름이 패수인 것은 맞을 것입니다. 평양이 계속 옮겨왔기 때문에 패수도 따라왔을 테니 말이죠. 이 ‘박달’은 퉁구스계의 지명입니다. 단군조선의 지배층이 퉁구스어를 썼기 때문입니다.

앞서 1만 년 전의 홍산 문화 주인공들이 빙하기를 겪으면서 각지로 퍼진 것이 알타이 제어라고 했고, 그 언어 중에서 꽤 오래전에 떨어져나온 것이 한국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이 ‘박달’ 같은 말에서 그런 자취가 느껴집니다. 박달은 퉁구스어이기도 하지만, 우리 말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터키어 몽골어 퉁구스어의 경우는 알타이어가 맞지만, 한국어는 거기서 오래전에 떨어져 나왔습니다. 뒤집어 얘기하면 터키어 몽골어 퉁구스어보다 어떤 면에서는 더 오래전의 자취를 간직한 언어라는 말입니다. 박달이 홍산(紅山)과 적봉(赤峯)으로 표기되고, 밝수가 패수(浿水) 발하(勃河)로 표기되는 것을 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대동(大同)의 大는 알타이어로 ‘한, 칸, 간’입니다. 同은 같다는 말인데, ‘같다’가 몽골어와 만주어로 ‘adali’입니다. 이 정도면 저의 주장이 그럴 듯하지 않은가요? 아직도 어렵다고요? 여기서 이 말을 단박에 알아듣는 분은 어원에 대한 지식이 상당한 분입니다.

평양은 고조선의 수도이기에 ‘아사달’입니다. ‘아사달’은 ‘앗+ㆍ(매개모음)+달’의 짜임을 보여줍니다. 매개모음이 빠지면 ‘앗달, 앋달’이 되죠. ‘adali’가 이것입니다. 그래서 ‘같을 동(同)’자로 표기한 것입니다. ‘大’는 ‘한’입니다. 따라서 ‘대동’은 ‘한앗달’이 되죠. 큰 아사달이라는 뜻입니다. 고조선의 수도에 붙이기 딱 좋은 말입니다. 고조선의 토박이들이 아사달이라고 불렀는데, 그것을 퉁구스족과 몽골족들이 듣고 ‘같다’는 뜻으로 이해하여 동(同)으로 적은 것입니다. 따라서 대동강은 아사달에 흐르는 강을 말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대동강과 똑같은 뜻을 지닌 강 이름이 요하 옆에 있다는 것입니다. 대동강의 우리말 소리는 ‘한앋달’입니다. ‘한’은 크다(大, 太)는 뜻이고 ‘앋, 앗’은 ‘아들(子)’의 ‘앋’과 같습니다. 그러면 이 조합을 한자로 써보겠습니다. 이렇습니다. 태자(太子)! 요동에 태자라는 이름이 붙은 물줄기가 있던가요? 있죠! 요하의 동쪽에 흐르는 강 이름이 ‘태자하’입니다. 태자하(太子河)=대동강(大同江).

태자하가 대동강이니, 이제 그 옆에는 박달(평양)이 있어야 하겠습니다. 그렇게 살펴보면 우리에게는 익숙한 이름이 떠오릅니다. 아사달을 뜻하는 ‘험독(險瀆)’이라는 한자가 붙은 이름이 지금의 중국 본계시에 있음을 우리는 앞서 알아봤습니다.(『고조선 연구』) 평양과 패수가 끝없이 이동해온 사실을 인정한다면, 태자하와 본계시도 평양과 패수의 짝꿍임을 알 수 있습니다. 태자하 인근의 ‘박달’과 ‘한앗달’이 평안도로 옮겨와 평양과 대동강으로 자리 잡은 것입니다.

요동 어딘가에 우리가 잃어버린 평양이 있다고 앞서 몇 차례 말했습니다. 그 평양 옆에는 강물이 흐릅니다. 그것이 ‘박달’과 ‘한앗달’의 짝이죠.

이 생각은 오로지 저의 머릿속에서 함부로 굴러다니다가 튀어나온 것이니, 그냥 무시해도 좋습니다. 그렇게 하시기 바랍니다. 다만 어원을 연재하는 곳이다 보니, 혹시나 이런 생각도 쓸모가 있지 않을까 하여 여기 사족처럼 남겨둡니다. 아무도 말을 하지 않기에 제가 먼저 운을 떼어 보는 것이니, 욕을 해도 좋고, 칭찬을 해도 좋습니다. 다 좋습니다. 제가 어지럽힌 것을 정리하다 보면 무언가 얻어걸리는 것이 있지 않을까요? 너무 떫어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저는 역사학도가 아니라 문학도입니다. 문학도의 상상력은 무죄입니다. 하하하.

정진명 시인. 사진=정진명/굿모닝충청
정진명 시인. 사진=정진명/굿모닝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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