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산티아고 순례길 자전거 여행기] 5월 29일, 페르돈 고개를 넘어 용서의 언덕에 올랐습니다.
[임영호의 산티아고 순례길 자전거 여행기] 5월 29일, 페르돈 고개를 넘어 용서의 언덕에 올랐습니다.
  • 임영호 동대전농협 조합장
  • 승인 2023.09.11 08:5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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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굿모닝충청 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5월 29일 팜프로나(Pamplona)에서 에스텔라(Estella)까지입니다. 어제 피곤해서 오늘은 45km 정도 갈 계획입니다. 아침에 일어나니 비 온 뒤라 그런지 공기가 산뜻합니다.

이 처장과 산책을 나갔습니다. 산책은 출발 전에 정보를 얻기 위한 활동입니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숙소 바로 앞에 커다란 성당입니다. 어제 그렇게 열심히 찾아다녔는데, 바로 앞에 우뚝 서 있어 놀랐습니다. 

[사진=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어제 가지 못한 근처 광장에 헤밍웨이의 흔적이 있는 이루나(Iruna) 카페를 찾아갔습니다. 헤밍웨이는 조국보다 스페인을 더 사랑했습니다. 이루나 카페에서 상그리아(Sangria)를 한 잔 시켜 놓고 시름에 잠긴 그의 모습을 상상합니다. 

1936년 이념 문제로 스페인 내전이 일어났습니다. 그는 잘못하면 정의도 패배하고 무력이 정신을 지배하는 최악의 상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고, 종군기자로 전쟁에 참여하여 지식인으로서 책임을 다했습니다. 그는 스페인을 위하여 충분히 싸울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는 스페인 내전의 참전 경험을 살려서 쓴 소설입니다.

골목길에서 빵 굽는 냄새가 고소하게 코를 자극합니다. 우리는 운 좋게도 중년 부인이 혼자 운영하는 빵집에서 샌드위치와 따끈한 우유 한 잔으로 식사를 하였습니다. 일찍 출근하는 근로자들도 길쭉한 바게트와 음료수를 사서 일터로 갑니다.

[사진=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사진=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용서의 언덕(Alto del Perdon)이란 좁은 자갈길을 따라 바람이 심한 산등성이로 올라갑니다. 좁고 가파르고 거친 아주 힘든 코스입니다. 멀리서 풍차가 보입니다. 《돈키호테》에서 풍차를 마법사가 보낸 거인으로 오인하여 돌진하는 돈키호테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돈키호테를 정신 나간 사람으로 생각할 수 있으나 그는 자기가 옳다고 믿는 것을 끝까지 실천하는 행동하는 양심가입니다.

[사진=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사진=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페르돈 고개에 올라서면 사람과 말이 그려져 있는 용서의 언덕이 있습니다. 왜 하필 많은 낱말 중 ‘용서’를 택했는가 생각해 봅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마는 우리 같은 장삼이사(張三李四)는 용서의 과정이 어렵습니다. 예수님은 자기 목숨을 뺏은 사람에게도 용서를 하고, 그를 위해 희생도 하였습니다.

[사진=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처음부터 용서할 줄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분노는 파괴된 정의에 대한 정당한 표현입니다. 그러나 분노가 최종적인 해결책은 아닙니다. 용서하지 않으면 고통에 고통을 더할 뿐입니다. 용서는 상대방에게 하느님의 축복을 빌어 주는 행위입니다.

[사진=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사진=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사진=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내려가는 길도 올라온 만큼 비탈길입니다. 작은 부락에 푸엔텐 라 레이나(Puente la Reina)다리가 있습니다. 왕비의 다리라는 뜻입니다. 11세기 당시 왕비가 순례자들의 안전한 통행을 위하여 이 다리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사진=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길은 황톳길, 길이 끝나면 다시 길이 이어집니다. 길이 이어지는 끝에 마을이 있습니다. 언덕 위 중세풍의 마을 시라우키(Ciraugui)에서 쉬었습니다. ‘독사의 둥지’라는 뜻입니다. 성당은 맨 꼭대기 가장 좋은 위치에 자리잡고 있어 밖을 경계하기 좋고, 성 안에는 마을이 있어 방어하기에도 안성맞춤인 한마디로 독사의 둥지처럼 생겼습니다.

[사진=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에스텔라 도착 전 2km 되는 지점에서 유 주임의 자전거가 펑크 났습니다. 처음 있는 일이라 당황했지만, 지원 차량에 실어 자전거 샵에 갔습니다. 그렇지만 아직 문을 열지 않아 오후 5시까지 기다렸습니다. 스페인은 오후 2시에서 5시까지 시에스타(siesta)로 문을 닫기 때문입니다. 이 시간에 낮잠이라든가 각자 개인 용무를 보고 있습니다.

시에스타는 생물학적으로 휴식이 필요한 시간으로 인간에 대한 배려입니다.

[사진=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숙소는 시에서 운영하는 공립 알베르게입니다. 1층은 실내 체육관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4인이 함께하는 공간을 얻는 행운을 얻었습니다. 오랜만에 빨래와 샤워도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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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중물 2023-09-11 21:05:40
자전거 라이딩 스토리텔링도 좋지만,
한컷 한컷 ...
이국적인 사진이 너무 아름다워
오래도록 기억될것 같습니다.

전문 카메라도 아니실텐데,
혹시??
사진작가로 등단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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