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김갑수 기자] 대전지역 정치권이 사실상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이장우 시장과 7석 전체를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간 거센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는데 예산 국회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그에 따른 피해는 자칫 145만 시민에게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장 격렬한 충돌을 촉발한 이슈는 역시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 인근에 있는 홍범도장군로 폐지 논란이다. 이 시장이 공과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전제로, 필요하다면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 도화선이 됐다.
그러자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와 이 시장 간 “꼴뚜기” vs “송사리” 공방이 벌어졌다. 송 전 대표가 지역 인사가 아니라는 점에서 그에 따른 파장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이장우 대전시장 ‘홍범도장군로 폐지’ 발언 놓고 황운하 위원장과 거센 설전
하지만 민주당 대전시당 위원장인 황운하 국회의원(대전중구)이 13일 대전시의회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에 이 시장을 겨냥 “무지의 소치”, “윤석열 따라하기” 등 공세를 퍼부으며 긴장감은 다시 고조되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 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황 의원님! 본인이나 잘하세요. 울산시장 선거 개입 징역 5년 구형!”이라는 글을 올리며 역공을 폈고, 다시 황 위원장은 SNS에 “제발 시장은 시정에나 집중하시면 좋겠습니다. (…) 대전시민의 시장이 아닌 윤석열 대통령 임명제 시장인가요?”라고 재차 맞섰다.
이처럼 시장과 지역 국회의원이 공개적으로 날선 대립각을 노출시킨 적은 매우 드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차기 국회의원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과 함께 중앙정치권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문제는 민선8기 대전시정과 지역 국회의원 간 협력해야 할 사안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정부예산 확보다. 내년도 정부예산안이 제시된 만큼 국정감사 직후인 11월부터 약 한 달 동안 진행되는 예산 국회에서 신규사업 예산을 반영시키거나, 이미 포함된 예산의 삭감을 저지해야 하는데 현재의 분위기가 계속될 경우 과연 원활한 협조가 이뤄질 수 있겠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예산정책협의회도 사실상 지연…그에 따른 피해는 145만 시민이
충남도를 비롯한 상당수 시‧도가 이미 예산정책협의회를 마친 상태라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될 대목이다.
시와 각 의원실은 지난 5월 예산정책협의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비례대표이자 국민의힘 동구 당협위원장인 윤창현 국회의원의 참여 여부를 놓고 시각차를 드러내면서 무산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후 시는 행정부시장 등을 국회로 보내 각 의원실에 정부예산 확보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는 입장이지만 일부 의원실은 “처음 듣는 얘기”라는 반응이다.
거꾸로 민주당 대전시당이 얼마 전 시에 예산정책협의회 개최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낸 것에 대해서도 시 관계자는 “팩스 하나 달랑 보낸 것으로 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복수의 대전지역 민주당 인사는 “기본적으로 시가 예산정책협의회를 각 의원실에 요구해야 하는데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 협조가 원만히 이뤄지고 있다고는 볼 수 없다”며 “이 시장 입장에서는 (지역 국회의원보다) 윤석열 대통령에 최대한 맞춤으로써 정부예산을 확보하겠다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시 관계자는 “원래는 지난 5월 경 개최하고자 했으나 무산됐다”며 “(늦어도) 10월에는 개최할 수 있도록 각 의원실과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한편 민주당 대전시당은 15일 중앙당에서 열리는 충청권 예산정책협의회에 참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