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가수 화사와 김윤아는 다른 장르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최근 그들은 같은 상황에 놓였다. 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다. 그 이유는 아무래도 여성이라는 젠더 때문일 것이다.
화사는 대학가의 축제 공연 영상 때문에 지속적으로 악플에 시달렸고, 심지어 학부모단체로부터 고발당해 경찰서를 들락거려야 했다. 그들이 고발한 이유는 화사의 퍼포먼스가 공연 음란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공연 음란죄는 상대방이 성적 자극을 받아 수치감을 느껴야 한다. 사실 화사의 퍼포먼스는 상대방 자극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행위였다. 우리 사회에서 자신의 욕망을 표현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더욱 지적이 쏟아진다. 더구나 여성 스스로 그러한 성적 욕망을 표현하는 경우에는 더욱더 음란죄의 프레임에 가둔다.
그들은 청소년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청소년도 성적 자기 결정권이 있는 주체적 존재로 양육해야 한다는 관점은 배제되기 일쑤다. 그런데 그 퍼포먼스 장소는 대학 축제였다. 파격적이고 사회 선도적인 대학 축제의 공연을 문제 삼는 점은 적절하지 않다. 요즘 축제는 오히려 혁신적인 시도가 거의 없어진 터다.
더구나 이를 녹화 편집한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해당 장면을 내보내지 않았는데도 관련 단체는 경찰에 고발했다. 이러한 행태는 문화예술 행위를 상당히 위축시킬 수 있다. 그래서 외부의 시선으로 단죄하고 낙인찍는 행위는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이런 퍼포먼스를 통해 청소년이 영향을 받을 것을 염려해 처벌을 요구하는 것은 청소년의 비주체적이고 비자율적인 존재로 사물화하는 대표적인 행태다. 그들은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다. 공연을 접한 당사자 그들이 스스로 나서게 해야 한다.
가수 김윤아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 관한 발언으로 사회적인 주목을 받았는데, 이제 정치권까지 비판의 대열에 나서고 있다. “개념 없는 개념 연예인”이라는 비난을 쏟아내는 정치인도 있었다. 다른 정치인은 대중연예인은 공인이 아니므로 김윤아의 발언에 정치적 비난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보았다.
이러한 발언은 가수 김윤아를 두둔하고 있지만, 특정 프레임에 가둔다는 점에서 동일한 것이다. 김윤아를 대중예술인 프레임에 가두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연예인이 공인은 아니지만, 그 영향력을 통해 공적 아젠다에 미칠 영향력을 생각해서 책임 있는 언행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데 이조차 마찬가지다.
이러한 지적은 사실상 연예인이 스스로 내적 검열을 하라는 셈이다. 정치·사회적인 사안은 의견 표명을 하지 말아야 하고 아예 배제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뿌리 깊게 남아있는 금기시 문화다.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일반 시민 국민도 정치 사회적 발언을 하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런 주제는 정치인들이나 관련 전문가들만 언급해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여성이 정치 사회적 발언을 하면 더욱더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지식의 유무부터 개인의 자질까지 거론하며 인격적 모욕을 주는데 서슴지 않는다. 이러한 행태가 악플에서 극단화되는 것이다.
김윤아는 대한민국 국민, 개인으로서 자신의 생각과 의사를 표할 권리가 있는데 대중연예인들은 오히려 암묵적으로 박탈당해왔다. 힘 있는 정치인까지 나서니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자신과 의사가 다르다고 하여 정치인에게서 모욕을 당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여성 가수이기 때문이다.
다른 유명인들의 발언 중에 김윤아를 콕 집어 언론에 보도되고 정치권에까지 쟁점이 되는 현상 자체가 이를 방증한다. 일부에서는 여성 가수가 사회적 영향력을 끼치기 때문에 더욱더 책임을 물어야 한다지만, 어떤 국민이 김윤아의 말에 영향을 받는다는 말인가.
사람들은 자기 신념에 따라 강화되는 판단과 선택을 위해 정보와 자료를 취합하고 활용한다. 누군가의 말 몇 마디에 휘둘리지 않는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 관련한 국들의 판단과 행동이 몇몇 인사들의 선동에 움직인다고 여기는 태도 자체가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다. BTS가 발언을 한다 해도 팬들은 쉽게 휘둘리지 않는다.

화사와 김윤아의 언행이 과도하게 비판을 받는 것은 그들의 국민에 대한 인식과 세계관을 그대로 드러내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 모바일 시대에 자유롭게 여론을 형성할 수 있는 민주 공화정의 근간을 흔드는 것은 자신의 신념이나 정치적 가치와 맞지 않는 행위에 대해 개인적으로 모욕이나 수치심을 주고 심지어 법적 처벌까지 가하는 행위다.
그러한 행위가 반복될수록 표현의 자유는 물론 예술창작의 자유도 훼손되며 민주주의 원칙도 무너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당연히 미래 세대의 대한민국은 암울할 것이다.
화사의 공연을 보는 엄마들의 기우는 게임샷을 외쳤던것과 비슷하고 개인적인 생각을 표현한 김윤아 발언에 정치계의 참견은 저의가 의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