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
14일 KBS가 더불어민주당의 씽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의 전략보고서를 입수해 보도했는데 내용이 매우 충격적이다. 비명계 의원들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단식 투쟁 중에도 당권 장악에 혈안이 되어 배신을 획책하고 있었다는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현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단식 투쟁이 15일을 넘겼다. 단식 중에도 이 대표는 2차례나 검찰 조사를 받았고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검찰이 쌍방울 그룹 대북송금 의혹과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을 묶어 이번 주 혹은 다음 주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현재 정기국회가 열리고 있는 만큼 현역 의원인 이 대표에 대해 법원이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하려면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야 한다. 체포동의안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정치권에서는 오는 21일 본회의에 체포동의안이 보고되고, 25일 표결에 부쳐지는 안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이미 '불체포 특권 포기'를 공언했지만, 단식으로 인한 건강 상태와 검찰 수사에 대한 당내 여론 악화로 체포안이 국회로 넘어오면 부결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상당히 높다. 이런 고민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만들어진 민주당 내 전략보고서를 KBS가 입수해 보도했다.
이 전략보고서를 보면 첫 번째 ‘딜레마’라고 기재한 챕터에서는 '당이 참여해 부결할 경우 기존의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을 뒤집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대표는 지난 6월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고 영장실질심사를 받겠다는 취지로 밝힌 바 있었다.
이 때문에 보고서는 '당이 참여해 부결하면, ‘거짓말’, ‘방탄프레임’이 강화된다'고 적시했다. 그런데 오히려 '당이 참여해 체포동의안을 가결할 경우, 검찰 기소가 정당한 것으로 인정하는 딜레마에 빠진다'고 했다. 딜레마 챕터 두 번째 부분에선 구속영장이 기각됐을 경우와 구속됐을 경우에 대한 향후 상황도 예측했다.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뒤 영장실질심사에서 영장이 기각될 경우에는 '이재명 대표 체제가 강고'해지고 '검찰과 국민의힘 일대에 타격이 가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구속될 경우에는 '당이 혼란과 분열을 겪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의 전환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래서 해당 보고서는 국회 회기 중에 체포동의안이 오면, 무조건 가결로 당의 입장을 결정해야 한다고 기재했다. 이에 따라 가결이 되는 경우의 수를 두 가지로 설정했다.
첫 번째는 '이재명 대표의 결단으로 민주당 주도의 가결'이다. 이 안은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이 대표가 직접 나서서 가결을 시켜달라고 강력히 설득하자는 안이다.이번 체포동의안의 경우, '검찰의 영장이 정당하지는 않지만 약속한 사안이므로 당론으로 가결 시켜달라고 이 대표의 친전을 사전에 배포하는 방식'을 거론하고 있다.
이렇게 할 경우 회기 중에 온 검찰의 영장 청구를 최대한 비판하면서 ‘정치 검찰’이라고 지적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실제 가결돼 영장실질심사가 열리면 ‘민주당이 가결했으니 구속영장이 발부돼야 한다’고 검찰이 악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일사분란한 가결이 아니면, 오히려 민주당의 분열의 씨앗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두 번째 안은 ‘국민의힘 주도의 가결’ 방안이다. 체포동의안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이 찬성하면 가결되는 만큼, 사실상 168석의 민주당 기류에 따라 결정된다. 그래서 당에서는 50여 명만 참석해 표결 정족수를 만들고, 참석한 의원은 모두 기권하는 시나리오를 내놓은 것이다.
이때 국민의힘 의원원이 모두 가결표를 던지면, 체포동의안의 가결의 주체는 국민의힘이 된다는 논리다. 특히나, 가결됐는데 영장실질심사에서 기각되면, 가결을 주도한 국민의힘에 심대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혔다. 이에 따라 당 스스로가 대표의 체포동의안을 가결 시키는 부담을 덜면서, 동시에 방탄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단점으로는 추진 과정이 단순하지 않다고 봤다. 여기에 ‘꼼수라는 비판’과 ‘참석할 50명의 의원을 선정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이 시나리오는 상당한 문제점이 들어가 있다. 우선 기성 언론들이 씌워 놓은 ‘방탄 프레임’에 갇혀 있지도 않은 ‘역풍’을 미리 걱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정치 검찰들은 오래 전부터 어떻게든 이재명 대표의 정치 생명을 끊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그런데도 당론 부결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또 하나의 문제는 비상대책위원회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의 당헌당규 상 당 대표의 잔여임기가 8개월 이상 남았을 경우 당 대표 사퇴 시 전당대회를 열어 후임 당 대표를 선출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곧바로 비상대책위원회부터 꾸릴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이재명 대표나 친명계로부터 공천권을 뺏으려는 의도가 들어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마지막 문제는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문제에 대해 너무도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직 오지도 않은 역풍에 대해선 사서 걱정하는 민주연구원이 왜 체포동의안 가결 이후에 대해선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은 것인지 의심되는 대목이다.
만일 체포동의안이 가결된다면 더불어민주당 지지자와 당원들이 먼저 등을 돌릴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자당 대표를 지켜주지 못한 나약한 정당에 더 이상 정치 효능감을 느낄 사람은 없다. 그나마 지금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대부분의 여론조사 기관에서 국민의힘보다 앞서는 것은 윤석열 정부의 실정도 영향이 있지만 무엇보다 이재명 대표가 굳건히 버티고 있기 때문이란 걸 부인할 수가 없다. 그러나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면 이재명 대표 한 사람만 믿고 버틴 민주당 지지자들과 당원들은 구심점을 잃어 흩어지게 된다.
또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이후 열릴 영장실질심사에서 기각이 되면 몰라도 인용이 될 경우 파장은 더욱 커진다. 우선 기성 언론들은 이재명 대표를 부패사범으로 몰아 난도질할 것이고 검찰의 언론 플레이도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높다. 그 경우 윤석열 정부의 실정이 장기화되어도 총선에서 민주당이 백전백패할 가능성이 높다.
이상의 이유 때문에 이 민주연구원의 계획이 이재명 대표 체제 붕괴 이후 비명계들의 당권 장악을 위한 시나리오가 아닌지 민주당 지지자들과 당원들 사이에서 의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KBS의 이 같은 보도가 나온 이후 현 원내 지도부의 경우 소수 의원 참석 표결에 대해 "아직은 시나리오를 쓴 사람의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라며 "몇 명만 모여서 표결한다는 거는 표적이 될 수 있고, 당의 분열을 일으킬 수 있다"고 평가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여러 가지 예상되는 시나리오 중 하나"라며 "지금은 예민한 시기로 예민한 문제를 공개적으로 논의할 순 없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