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 김갑수 기자, 사진=채원상 기자] 굿모닝충청과 목원대학교, 한국건설사업연구원의 공동 주최·주관으로 15일 오후 열린 ‘대전·세종·충남 건설시장 전망 및 발전방안 토론회’에 참석한 주요 전문가들이 지역 건설업체의 위기감을 토로하며 적극적인 대응을 한목소리로 촉구하고 나섰다.
정재호 목원대 교수(한국건설경제산업학회 명예회장)가 좌장을 맡아 진행된 토론 순서에서는 현재의 상황을 “천재지변”, “공포 그 자체”라고 진단하면서도 천편일률적인 예비타당성 조사(예타)에 대한 개선 필요성을 언급했다.
먼저 나형근 계룡건설 상무는 “개발사업을 하는 민간사업자에게는 굉장히 혹독한 시련이다. 4고(고금리‧고물가‧고환율‧미분양)가 발목을 잡는 수준을 넘어 존폐기로에 서 있는 상황”이라며 “기준금리 상승은 차치하더라도 금융당국이 PF 대출을 축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시장 자체를 문 닫겠다는 것이다. 정부 차원의 금융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나 상무는 이어 철근과 시멘트 등 건설자재의 급격한 상승을 언급하며 “건설사에서는 천재지변이라고 얘기할 만큼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 인건비를 비롯한 주요 자재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 물가 연동(ES)라는 부분이 있는데 국토교통부는 시행지침을 개정했지만, 당사자인 공공기관은 굉장히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송광석 덕청건설 대표는 “두 분의 발제문 속에 다 해답이 들어있는 것 같다. 제가 겪은 이야기를 해드리는 게 좋을 것 같다. 지금 상황은 건설사 입장에서는 공포 그 자체다. 부도업체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2023년 상반기에만 5개사가 부도났다”며 “폐업 수는 2021년 305개, 362개, 2023년 상반기에만 248개가 폐업했다. 하반기에는 2배 이상 늘어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송 대표는 “이른바 ‘회사 갈이’가 본격 시작될 것 같다. 이름만 대면 ‘악’ 소리가 나는 업체가 루머에 휩싸였는데 과연 해프닝으로 끝날지 지켜볼 일이다. 그만큼 건설시장이 엄청난 위기를 겪고 있다”며 “원자재 가격이 엄청나게 폭등하고 있다. 수주를 많이 한다?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만약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멈추더라도 기회가 되긴 어려울 것이다. (오히려 재건 사업 등으로 인한) 원자재 폭등을 어떻게 막을지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송 대표는 그러면서 중앙정부(또는 지방정부) 차원의 전담 조직 구성 등을 제안했다.

김원종 대한건설협회 대전시회 수석부회장 “토론회에 오기 전 간담회에서도 ‘업체를 살려달라. 죽이지 말라’고 호소했다. 상황이 우리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대전시에 외주 업체가 들어와서 공사하는 물량이 상당하다”며 “기간산업이 죽어버리면 어떤 일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수석부회장은 “금리가 올라가면 시공사들은 못 버틴다. 결국 그 부담은 소비자에게 가는 것이다. 결국엔 지역경제가 악순환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누가 책임지나?”라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금리가 인하되더라도 정부의 개선 의지가 있어야 한다. 충청권의 경우 줄 건 주고, 받을 것은 받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만구 미래건설연구원 원장 “업계에 계신 세 분의 절규는 가슴에 와닿는 이야기다. 아직도 구호에 그치고 있는 것이 아쉽다. 건설산업계가 똘똘 뭉쳤으면 한다”며 “어두운 소식들이 자꾸 업계를 위축시키고 있다. 건설업계가 피해를 본다면 지역경제 자체가 악화될 수밖에 없다. 정부의 정책을 봐서는 앞으로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계룡건설과 금성백조가 충청권을 대표하고 있지만 미드필더 역할을 하는 건설업체도 필요하다”며 “(건설비용) 제값 받기와 함께 제도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 업계를 옥죄이는 제도로 가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정경석 대전세종연구원 공간환경실 책임연구원은 “앞으로 부동산경제가 회복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연착화 정책이 가장 최선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국가재정법에 따라 예타를 받도록 하고 있는데, 과연 비수도권에서 민간투자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지역이 있을지…( 때문에) 비수도권 많은 지자체들이 예타 면제 사업으로 가거나 사업 규모를 대폭 줄이는 등 악순환으로 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천편일률적인 예타 제도를 전반적으로 손볼 필요가 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구분해야 한다”며 “최근 충청권의 비약적인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시장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지역 건설업체도 효율적으로 대응했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장철기 한남대 토목건축공학부 교수는 지역 업체 우대제도와 관련 “우리나라의 경우 기본적으로 물량 배분에 있었다. 각 지방 조례들도 대동소이하다. 물량 배분 중심의 보호제도였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조례 개정을 주문했다”며 “이런 제도로 인해서 무자격업체, 부실업체, 페이퍼컴퍼니가 다 수주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국내 건설산업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됐다”고 진단했다.
장 교수는 이어 미국 사례와 관련 “중소기업용을 따로 빼놓는다. 다만 수행 능력이 있는 중소기업으로 하고 있다. 아무에게나 주는 게 아니다. 일부 주에서는 정성평가의 경우 가점을 준다. 동점일 경우 지역업체가 낙찰받는 방식도 있다. 입찰가에서 지역업체를 일정 비율 우대하는 주도 있지만 그 한도 내에서 지역업체도 경쟁력이 없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며 “장기적으로 보면 지역업체도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 지방정부는 지역업체들이 제대로 된 여건에서 공사를 수행할 수 있고, 합리적이고 공정한 거래가 될 수 있도록 제반 여건을 조성하는 등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김종명 대전시 건설도로과장 “저 스스로 반성의 시간을 갖게 됐다. 건설업이라는 것이 거시적인 측면도 지역적인 측면도 있다. 사실 지자체에서는 상당히 제한적인 부분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자체의 역할은 분명히 있다. 타 지자체 사례들은 적극 벤치마킹하고 보완하겠다”며 “조례는 있지만 유명무실하거나 내실 있게 운영되지 못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실무협의회 등을 더욱 활성화해 현장의 목소리에 경청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과장은 “미래 먹거리를 위해 ‘그랜드 플랜’을 하고 수립하고 있다. 착공까지 보통 4~5년이 걸린다. 민간건축공사 부분에 있어서 지역 하도급 비율을 70%로 설정하고 집중관리를 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절실한 마음으로 노력하겠다. 일정부분은 지역업체가 참여해야만 사업이 가능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완하겠다. 선제적 재정집행도 하겠다”고 말했다.
김효석 국토교통부 건설정책과 사무관은 “건설산업은 GDP 15% 차지하는 등 중추적인 산업이다. 정부와 반드시 같이 가야 한다. 정부도 관련 정책을 많이 펴고 있다”며 “최근 인천 검단 사고 등이 있었다. 그 이면에는 불법하도급이 있었고 설계에서부터 감리, 시공 등 총체적인 부실이라고 언론에 나오고 있다. 불법행위가 만연한 상태로, 이 부분을 개선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건설사의 책임론을 먼저 제기했다.
그는 또 “적정공사비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국가계약법령에 따라 물가 변동을 반영하고 있다. 민간의 경우 강요할 수 없지만 원활한 조정이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며 “어려운 상황들을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기 위해 건의 사항을 적극 반영하겠다”고 말했다.